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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이슈 [연재] 인터풋볼 'Inter뷰'

[Inter뷰] '8년의 공백, 4번의 수술'...10년 만에 재기한 충남아산 한용수의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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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풋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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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풋볼=아산] 윤효용 기자 =축구계에 스토리 없는 선수는 없다. 모두가 저마다의 시련과 극복, 성공 스토리를 가지고 있고 그런 점이 축구를 더 매력적으로 만든다.

충남아산 수비수 한용수도 사연이 깊은 선수다. 지금은 국내 팬들에게도 잘 기억되지 않는 이름이 됐지만 유스 시절 청소년 대표팀에도 이름을 올린 수비수였다. 한양대를 거쳐 K리그 드래프트 1순위로 제주 유나이티드에 입단하며 프로 데뷔에도 성공했다. 184cm의 비교적 작은 키에도 빠른 상황 판단력과 스피드, 볼 컨트롤 등에 강점을 보이며 많은 기대를 받았었다.

그러나 역시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프로 선수에게 부상은 필연적인 부분이지만 한용수에게는 더욱 지독했다. 피로골절로 무려 4차례 수술을 겪었고 재활 후에도 재발하면서 경기를 뛰지 못했다. 제주에서 2015년까지, 강원에서도 2019년까지 소속돼 있었지만 뛴 경기는 열 손가락 안에 꼽힌다. 무려 8년 이라는 세월을 부상과 재활로 보냈다.

이렇게 긴 공백기를 버티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한용수는 이를 이겨내고 마침내 충남아산에서 꽃을 피우고 있다. 이번 시즌 21경기에 출전하며 2012년 데뷔 시즌 이후 가장 많은 경기를 소화했다. 지난 21라운드 전남전에서는 선제골을 넣으며 무려 10년 만에 프로 데뷔골을 신고했다.

K리그2 21라운드 베스트 11까지 포함되며 모처럼 다시 주목을 받은 한용수를 '인터풋볼'이 만났다. 그의 다사다난했던 축구 인생, 앞으로의 다짐 등을 직접 들어봤다.

#충남아산 한용수와 일문일답

-10년 만에 데뷔골을 넣었다. 기분이 남다를 거 같은데.

골 넣었을 때는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냥 골 세리머니를 하려고 했는데 동료 선수들이 힘으로 나를 제압하더라. 그 자리에 그냥 깔려 있었다. 이후 벤치 쪽으로 달려갔다. (세트피스 상황은 준비된 부분이었나) 우리 팀 키커들 킥이 상당히 좋다. 들어가기 전에 많은 대화를 했고 그렇게 움직였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

-최근 몇 년 동안 가장 많이 뛴 거 같다.

데뷔 1년차에 뛰고 10년 만에 꾸준히 뛰는 거 같다. 시즌 초에는 힘들었는데, 꾸준히 뛰니까 괜찮은 거 같다. 집에서 와이프가 요리도 해주고 음식도 잘 챙겨줘서 그런 거 같다.

-2013년부터 뛰지 못했다. 개인적으로도 굉장히 어려운 시기였던 거 같다. 그 때는 어떻게 보냈나.

부상은 계속 달고 살았었는데 선수로서 피해갈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실력으로 평가받기도 하는데 몸을 혹사시키면서 빨리 복귀하고 싶었다. 초조하게 하다보니 부상이 반복됐던 거 같다. 그런 마음을 내려 놓기가 힘들었는데, 결혼이 터닝포인트가 했다. 와이프가 옆에서 조언도 많이 해주고 심적으로 편하게 해줘서 극복했던 거 같다.

-긴 공백기에 은퇴를 고민하는 선수들도 많다. 그런 생각도 있었나.

많이 했다. 동료들을 훈련하러 다 필드로 나가는데 나는 재활하러 체육관으로 갔다. 선수들은 계속 훈련하고 뛰는데 나는 계속 쉬고 있으니 우울증도 왔다. 그러나 여기서 포기하면 선수로서 생명이 끝날 거 같았다. 다시 마음을 잡았고 이 악물고 버텨서 지금 이 자리까지 온 거 같다.

-포천에서 군생활을 했는데.

피로골절로 수술도 많이 하다보니 4급을 받았다. 4급은 재검을 받으면 1급으로 바꿀 수 있다. 경찰청, 상무로 갈 생각이 있었다. 그런데 2016년부터 상무 입단이 조건이 바뀌었다. 최근 2년 동안 최저 경기 수를 맞춰야 했다. 그러나 나는 그 때 이미 3년을 쉬어서 서류도 넣을 수 없었다. 여기에 또 뼈 상태가 안 좋아서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도 왔다. 팀에 가려고도 했다. 수술을 받고 재활한 뒤 후반기 때 뛸 수 있도록 배려를 해주셨는데, 내가 정중히 거절했다. 수술부터 해야 했기 때문이다. 4급 판정을 받았기 때문에 수술 후 K3에 갈 수 있었고 수술하고 재활하고 K3에서 천천히 복귀 준비를 했다.

-충남아산으로 오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

기회를 잡다가도 부상으로 놓칠 때가 많았다. 작년 광주에서도 보여주지 못한 한 해였는데 그 때 박동혁 감독님께서 믿어주시고 이끌어 주셨다. 부상으로 공백이 길어서 다른 팀들은 나를 한 번에 받아주지 못했다. 그러나 박동혁 감독님께서 그런 부분을 보지 않으시고 원래의 한용수만 봐주셨다. 그래서 충남아산으로 오게 됐다.

-박동혁 감독은 본인에게 어떤 의미인가.

정말 감사한 분이다. 나에게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손을 내밀어 주신 분이시다. (나이 차이도 많이 안 나는데) 그렇다. 감독님 선수 시절에 나도 현역이었다. 감독님은 정말 훌륭한 수비수 출신이시다 보니 훈련 때도 몸으로 보여주신다. 패스부터 위치 선정, 킥까지 모두 몸으로 보여주신다. 웬만한 현역 선수 못지 않다. 몸이 정말 좋으시다. 볼 돌리기도 같이 하는데, 패스나 센스다 모두 살아있다. 프로 마인드도 많이 배운다. 감독님도 선수 시절에 후회했던 것들, 하지 말아야 할 것들에 대해 많이 말씀해 주신다. 나도 나이가 있다보니 큰 조언이라고 생각하며 받아들이고 있다.

-K리그1에서 오래 있었는데, K리그2는 어떻게 다른가.

밖에서 봤던 K리그2와 정말 다르다. K리그2 수준이 정말 많이 올라왔다. 국가대표급 선수들도 뛰고 있고 템포도 정말 빠르고 K리그1 못지 않은 실력들이 있다. 굳이 차이가 있다면 골 결정력인 거 같다.

-충남아산이 올 시즌은 어떻게 마칠 거라고 예상하나. 또 개인적인 목표는?

최근 위기를 잘 극복했다. 극복하는 과정에서 선수들이 어떻게 준비했는지 잘 보였다. 우리 팀은 충분히 올라갈 거라고 장담한다. 4위로 마치면서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고 싶다. 그러나 목표는 잡고 가지만 한 경기, 한 경기만 보고 있다.

나는 수비수다. 골을 넣었지만 계속 넣고 싶은 마음은 없다. 무실점을 하는 게 목표다. 최소 실점 팀으로 충남아산을 만들고 싶다.

-이제 31세다. 선수로서 남은 기간이 길지 않을 수 있는데, 얼마나 더 뛰고 싶나.

쉰 만큼 더 하고 싶다. 올해 데뷔 10년 차다. 1년 차 이후 8년 동안 공백기가 있었다. 8년을 다 채우고 싶다. 진짜 그렇게 목표를 세우고 가고 있다. 지금 몸상태를 봤을 때는 가능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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