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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사과문에 KBO 사과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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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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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윤승재 기자) 한국야구위원회(KBO) 정지택 총재가 지난 23일 사과문을 올렸다. 그동안 있었던 선수들의 방역수칙 위반과 선수 관리 부족, 리그 가치 훼손에 관한 사과였다.

다소 늦은 감이 있었던 사과였다. 하지만 KBO는 계속되는 상황에 대한 수습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판단해 모든 징계 절차가 마무리된 후에 사과문을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충분히 감안할 수 있는 사안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사과문의 내용이다. 분명 KBO가 낸 사과문인데, KBO의 사과는 전혀 없었다.

사과문에서 KBO는 선수들이 일탈 행위를 했다는 점과 선수 관리를 하지 못했다는 점, 또 이로 인해 리그가 중단됐다는 점을 들어 ‘머리 숙여’ 사과했다. 하지만 이는 이미 구단과 선수들이 했던 사과문 내용이고, KBO의 사과문은 이를 되풀이한 것에 불과했다.

또 이는 구단과 선수들의 사과문에 나올 만한 내용들이지 KBO의 사과문에 나올 내용이 아니다. 구단도 하지 못하는 선수 관리를 리그가 할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왜 KBO가 굳이 이를 사과하는 걸까. 그저 일련의 사태를 리그 잘못이 아니라 일탈 행위를 저지른 선수와 구단의 잘못임을 재확인하는 말이자, 그들의 탓으로 돌리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정작 제일 중요한 리그 중단 과정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KBO가 리그 중단 결정 시 코로나19 매뉴얼대로 하지 않고, 오히려 없던 내용을 신설하면서까지 리그를 중단시킨 것에 대한 사과의 말이 빠졌다. KBO가 비판을 받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이 부분인데 KBO의 사과문에는 이러한 내용은 전혀 없었다.

또한, KBO는 NC의 방역 수칙 위반 보고를 바로 받고도 묵인했다는 은폐 의혹도 사과문에서 설명하지 못했다. 일을 저지른 것은 선수와 구단인 것은 맞지만, 묵인한 것이 사실이라면 일을 키웠다는 측면에서 KBO의 책임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에 대한 책임은 모두 구단의 몫일 뿐, KBO는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았다. 이에 대한 설명이나 사과 역시 사과문에는 없었다.

결국 KBO는 그들을 향한 논란만 쏙 빼놓은 채 사과문을 내놓았다. 정작 KBO의 사과는 없었다. 사과 없는 허울뿐인 ‘눈 가리고 아웅’ 식의 사과문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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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은 KBO의 사과문 전문

국민여러분들과 야구팬들께 머리 숙여 사과 드립니다.

많은 국민들께서 큰 희생을 감수하시며 코로나 19 확산 방지를 위해 헌신하고 계십니다. 매우 송구하게도 이러한 엄중한 시기에 KBO 리그 일부 선수들이 방역 지침을 위반했습니다.

또한 최상의 경기력을 팬들께 선보여야 하는 프로 선수들이 본분을 망각하고 팀 내규와 리그 방역 수칙을 어겨가며 심야에 일탈 행위를 했습니다. 그리고 시즌 중단이라는 황망한 상황에 처하게 됐습니다.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해당 선수들의 일탈은 질책 받아 마땅합니다. 일부 구단도 선수 관리가 부족했습니다. 리그의 가치는 크게 훼손됐습니다. KBO 리그를 대표하는 KBO 총재로 깊이 사과 드립니다.

더 빠르게 사죄를 드리고 싶었지만 확진자 최초 발생 직후부터 연이어 이어진 여러 상황에 대한 수습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제야 팬들께 용서를 구하며 머리를 숙입니다.

KBO는 앞으로 각 구단과 함께 전력을 기울여 방역수칙을 철저히 관리하겠습니다. 선수들에 대해서도 본분을 잊지 않도록 관리해 나가겠습니다. 팬 여러분의 질책을 깊이 새기며 낮은 자세로 다시 큰 박수를 받을 수 있는 리그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KBO 리그를 대표해서 깊이 사과 드리며, 올림픽 휴식 기간 철저한 방역 지침 준수와 보완책을 더해 후반기에 인사 드리겠습니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윤승재 기자 yogiyoon@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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