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개문 환기 영업’ 권고
“손님들 덥다고 난리, 못지킨다”
10곳당 7곳은 출입문 닫고 장사
절기상 대서(大暑)인 22일 폭염이 기승을 부리면서 전력 사용이 올여름 최대치를 경신한 가운데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상점이 냉방 중이지만 문을 연 채 영업하고 있다. 전기 절약을 위해 여름철 냉방을 가동할 때 출입문을 닫고 영업하는 것에 대해 안내해 왔지만,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한 실내 공간 환기를 위해 문을 열고 영업하는 것을 막기도 힘든 상황이다./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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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들이 ‘개문(開門) 환기하라’는 방역 당국의 권고에 갈등하고 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코로나 확진자가 나오고 있는 서울시는 지난 5월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자영업자들에게 ‘에어컨 냉방을 할 때도 창문 일부나 출입문 등을 상시 개방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2시간마다 1회 이상 환기하라’는 정부 지침보다 더 강화된 것이다. 다만 ‘개문 환기’는 강제 지침이 아니라 권고 사항이다.
그런데 본지가 지난 20일부터 사흘간 서울 강남역·성수역·광화문 등 주요 번화가에서 ‘개문 환기’ 현황을 확인했더니 가게 10곳당 7곳(70%)꼴로 문을 열지 않고 있었다. 문을 닫은 자영업자들은 “코로나보다 냉방비가 더 무섭다”고 했다. 서울 성북구 안암동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박모(29)씨는 “수도권 4단계로 저녁에 2명밖에 못 모이게 된 후 매출이 70% 이상 떨어졌다”며 “하루 20만원 매출도 안 나오는데 문 열고 있으면 버는 돈보다 냉방비가 더 나갈 것 같다”고 했다. 또 무엇보다 손님들이 문 여는 걸 싫어한다고 했다. 서울 성동구의 한 카페에서 일하는 정은경(24)씨는 “창문을 잠시 열면 손님들이 금세 닫아달라고 한다”고 했다. 서울 광화문의 고깃집 사장 김모(60)씨는 “잠시 개문 냉방을 한 적이 있는데, 요즘은 너무 더워서 아예 문을 열 수가 없다”며 “문을 열면 입구 주변 테이블은 뜨거워서 손님을 받을 수가 없다”고 했다.
그럼에도 문을 연 가게들은 “코로나가 더 무서워서”라고 말한다. 서울 강남역 인근의 치킨집 사장 정정임(66)씨는 “점심에는 출입문 열고, 저녁에는 창문까지 다 연다”며 “전기 요금이 많이 나오지만, 확진자 나와서 가게 문 닫고 방역 소독하는 게 더 손해”라고 했다. 김기홍 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냉방비 부담에도 혹시 영업 중단될까 봐 ‘울며 겨자 먹기’로 환기를 하는 자영업자들이 많다”고 했다.
서울시 감염병 연구센터에 따르면, 올 1월부터 4월 19일까지 코로나 집단감염 관련 확진자 2935명 중 환기가 불충분한 시설에서 발생한 비율은 31%(900명)였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키기 힘들어도 충분한 환기 시간을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조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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