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 합류한 ‘이준석 비빔밥’에 尹은 고추장일까 당근일까
윤석열(왼쪽 사진) 전 검찰총장이 17일 광주광역시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사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최재형(오른쪽 사진) 전 감사원장은 이날 아내 이소연씨와 함께 부산 해운대구 석대사거리 동천교 인근에서 쓰레기 줍기 봉사를 했다./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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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현재 야권 대선의 쌍두마차로 떠올랐다. 윤 전 총장이 지지율 면에선 월등히 앞서고 있지만 최 전 원장의 상승세도 만만치 않다. 윤 전 원장은 여야 전체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고, 최 전 원장은 정치 참여 선언 열흘 여만에 야권 대선주자 지지율 2위로 올라섰다. 두 사람 모두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면서 정권 교체를 외치고 있다. 하지만 움직이는 길은 다르다. 윤 전 총장은 중도와 호남으로 외연 확장을 기치로 내세우며 국민의힘 바깥에서 산토끼를 잡는 전략을 펴고 있다. 후발주자인 최 전 원장은 전통적 보수층과 국민의힘 당원들을 상대로 집토끼 몰이에 나서고 있다. 두 사람 중 누가 더 많은 토끼를 모을 것이냐가 야권의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윤 전 총장은 최근 각 지역을 돌며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지난 17일엔 광주를 방문해 “5·18은 자유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숭고한 정신”이라고 했다. 20일에는 대구를 방문해 “기득권을 수호하는 보수는 이 지역에 전혀 없다”고 했다. 각 지역에서 지지 기반을 쌓기 위한 민심 경청 투어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윤 전 총장은 야권 통합과 대선 승리를 위해 국민의힘과 함께 간다는 의사는 밝히면서도 입당엔 거리를 두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 실망해 등돌린 이른바 ‘탈문 진보’와 중도층을 최대한 껴안기 위해 국민의힘 합류 시기를 늦추고 있는 것이다. 제3지대에서 이들 산토끼를 최대한 끌어모은 뒤 나중에 국민의힘에 합류하거나 후보단일화를 한다는 구상이다. 윤 전 총장이 대선 캠프를 광화문 이마빌딩에 차린 것도 이런 지향성을 보여준다. 당분간은 여의도 정치권과 거리를 두겠다는 뜻이다.
반면 최 전 원장은 정치 참여 의사를 밝힌 뒤 15일 곧바로 국민의 힘에 입당했다. 윤 전 총장보다 늦게 출발한 데다 정치 참여 준비나 세력화 작업도 뒤져 있다. 따라서 외부에서 지지층을 모으고 독자적 캠프를 차리는 것이 여의치 않다고 본 것이다. 입당하면 국민의힘 울타리 안에서 보호와 지원을 받을 수 있고 당원 집토끼들의 지지를 이끌어 내기도 쉽다. 최 전 원장은 입당 이후 야당 의원들과 접촉을 늘리고 있다. 전현직 의원 5~6명이 사실상 지원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 캠프도 윤 전 원장과 달리 여의도 대하빌딩에 차렸다. 최 전 원장은 부산·울산·경남(PK) 지역 연고도 부각시키고 있다. 경남 진해에서 태어난 최 전 원장은 첫 공개 활동을 부산 해운대에서 김미애 의원과 함께 쓰레기 줍기 봉사로 시작했다. PK 지역을 세력화의 기반으로 삼으려는 뜻을 분명하게 보인 것이다.
두 사람의 캠프와 조언 그룹도 차이가 있다. 최 전 원장 캠프엔 현재 김영우 전 의원이 합류했고, 정의화 전 국회의장도 지지 의사를 밝혔다. PK와 대구경북 등 영남 일부 의원들도 후방 지원을 하고 있다. 캠프 구성에 필요한 인력도 이들로부터 추천을 받고 있다고 한다. 반면 윤 전 총장은 주로 전문가 그룹이나 과거 함께 일했던 변호사, 가까운 관료 그룹 등이 돕고 있다. 정치인들을 만나 조언을 듣지만 일회성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당내 주자들한테는 누구든 가서 도우라고 말한 것이 두 사람 간 레이스에 변수가 될 수 있다. 당 밖의 주자들은 돕지 말라는 의미로 들리기 때문이다. 지지층을 넓히고 캠프도 강화해야 하는 윤 전 총장 입장에선 국민의힘 인사들을 영입하는데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 대표 발언 후 윤 전 총장을 막후에서 돕던 의원들이 그 진의를 파악하느라 곤혹스러워 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실제로 이 대표는 지난 서울시장 선거 때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막후에서 돕던 일부 중진들을 강하게 비판했었다. 이번에도 윤 전 총장을 돕는 의원들에게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와 함께 윤 전 총장을 향해 빨리 입당하라는 우회적 압박을 가한 것이기도 하다. 이 대표의 발언으로 최 전 원장은 세력화와 의원 영입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해진 반면 윤 전 총장은 세력화에 차질을 빚을 수 있는 소지가 생겼다.
이 대표는 또 최 전 원장의 합류로 야권의 대선 비빔밥이 완성돼 가고 있다고도 했다. 윤 전 총장이 비빔밥의 빈 자리를 빨리 채워달라는 압박성 발언이다. 윤 전 총장에 우호적인 의원들은 윤 전 총장이 비빔밥의 핵심인 고추장과 참기름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윤 전 총장 없는 비빔밥은 진짜 비빔밥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의원들은 윤 전 총장이 비빔밥의 당근이나 시금치 정도라고 평가절하 한다. 굳이 없어도 비빔밥은 먹을 수 있다고 한다. 즉 윤 전 총장 없이도 대선 경선 버스를 출발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윤 전 총장에게 빨리 경선 버스에 합류하라는 압박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런 기류 때문에 윤 전 총장이 당초 계획보다 빨리 국민의힘에 입당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윤 전 총장 캠프에선 당초 일러도 9월, 아니면 10~11월에 국민의힘에 입당하거나 후보단일화 경선을 치를 수 있다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엔 민심 경청 투어와 외부 세력화 작업을 서두른 뒤 8월말에 국민의힘에 입당하는 게 어떠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외부에서 독자세력화를 통한 산토끼 잡기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평가 때문이다. 원래 산토끼로 불리는 중도층은 결집도나 충성도가 떨어진다. 그리고 주변 여론과 시류에 민감하다. 역대 대선에서도 집토끼로 단단한 지지층을 만든 뒤 산토끼로 외연을 확장하는 전략이 더 잘 먹혔던 경우가 많다. 중도층에만 무게를 두다가 집토끼의 외면을 받으면 대선에서 이기기 힘들다는 것이다.
최 전 원장이 집토끼부터 잡기 위해 전격 입당을 하고 국민의힘 의원들과 영남 지역을 중심으로 접촉면을 늘리는 것도 이를 고려한 전략이다. 하지만 너무 보수·영남 후보 이미지에 갇히면 본선 경쟁력이 떨어진다. 결국 집토끼와 산토끼 잡기의 균형이 필요하다. 최 전 원장이 집토끼를 잡을 비전과 정치력을 보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최 전 원장은 입당식 후 이 대표와 독대한 자리에서 “내가 무엇을 기치로 내세워야 하느냐”고 문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전 원장의 경청하는 스타일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정치적 준비가 부족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최 전 원장의 집토끼 잡기 전략의 성패는 앞으로 한달 간 지지율을 두자릿수로 올릴 수 있느냐에 달렸다. 대선에서 유력 주자냐 아니냐의 바로미터가 바로 두 자릿수 지지율이기 때문이다. 10% 이상으로 지지율이 올라가면 집토끼들이 승리 가능성이 높은 후보로 보고 집중적으로 모여들기 시작한다. 이러면 윤 전 총장과 양자 대결구도로 이끌 수 있다. 반대로 윤 전 총장 입장에선 집토끼들이 최 전 원장에게로 모이는 것을 막기 위해 국민의힘 당원과 지지층을 이끌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 대선 출마 선언을 한 지 20일이 넘은 만큼 윤석열표 비전과 공약도 내보여야 한다.
[배성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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