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한국 가라테 유일한 출전자
깜짝 메달 기대 "가라테 활성화 책무 느낍니다"
가라테 박희준 |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한국에서 가라테는 철저하게 비인기종목이다.
등록 선수가 200명도 채 되지 않는다. 초중고·대학부가 없는 것은 물론 전국체전 종목이 아니어서 실업팀도 없다.
미래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열심히 노력한다고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다.
'국기' 태권도가 있는데 왜 '일본 무술' 가라테를 하느냐고 돌을 던지지 않으면 다행이다.
게다가 대한카라테연맹은 대한체육회 정회원 단체가 아닌 준회원 단체에 머물고 있다.
열악한 저변에서 든든한 지원조차 받지 못하는 한국 가라테가 올림픽 무대를 밟는 건 사실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박희준(27)이 도쿄올림픽 본선 티켓을 따냈을 때 가라테인들은 입을 모아 '기적'이라고 표현했다.
박희준은 지난 6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최종예선 남자 가타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고 도쿄행 티켓을 따냈다.
가라테는 태권도에서 선수가 1대 1로 겨루는 '대련'에 해당하는 구미테와 '품새'에 해당하는 가타로 나뉜다.
가타는 가상의 적을 상정하고 미리 정해진 연속 동작을 얼마나 정확하고, 빠르고, 힘있게 연출해 보이는지를 7명의 심판이 평가해 승자를 가린다.
박희준은 결승에서 1승 2패로 3위를 차지해 막차로 올림픽 본선 티켓을 손에 넣었다.
17세에 처음 태극마크를 단 박희준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선수 최초로 가타에서 메달(동메달)을 땄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대표팀의 유일한 메달을 책임졌던 박희준은 이제 올림픽 메달이라는 새 역사를 쓰기 위해 일본으로 향한다.
한국은 총 8개의 금메달이 걸린 가라테 종목에서 박희준 한 명만이 출전한다.
지난 6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최종예선에서 사상 첫 올림픽 본선 진출 쾌거 이룬 박희준 |
가타는 세계가라테연맹(WKF)에서 인정하는 102개의 가타 중 하나를 선택해 선보인다.
박희준은 "10년째 하는 가타가 있는데, 지금도 힘들고 깨닫는 게 많다"고 말했다.
벽에 막힐 때마다 그 벽을 넘어서게 도와준 스승이 있었다.
박희준은 2018년 일본 오키나와에서 온 신조 타케루 코치가 한국 대표팀을 이끌면서 2년 넘게 지도를 받았다.
그는 "전혀 몰랐던 움직임, 힘을 분배하는 요령 등 많은 것을 배웠다"며 "타케루 코치님과는 요즘도 수시로 영상통화를 하면서 배운다"고 전했다.
처음이자 마지막일지 모르는 이번 올림픽에서 박희준은 메달 외에도 가라테에 대한 편견을 깨는 것이 목표다.
그는 "'왜 태권도 대신 가라테를 하냐'며 가라테를 부정적으로 보는 분들이 많은데, 그들에게 가라테의 매력을 꼭 보여주고 싶다"며 "가라테 활성화의 책무가 나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반드시 좋은 성적과 좋은 결과로 돌아오겠다"고 힘줘 말했다.
가라테 3단, 태권도 3단, 검도 3단인 박희준은 어릴 적부터 무술에 관심이 많았다.
검도에서 시작된 인연이 가라테로 이어졌고, 거의 독학 하다시피 하며 가라테를 익혔다.
박희준은 부산대학을 졸업한 뒤 현재 경기대 교육대학원에 다니고 있다. 고교 수학 교사인 아버지(박경식)처럼 선생님이 되는 것이 꿈이다.
그는 "어릴 적부터 아버지를 보며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며 "체육 선생님이 돼서 가라테 꿈나무들을 키우고 싶다"고 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남자 가타 동메달 획득한 박희준 |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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