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학생들 보호할 지위인데, 지위 이용해 추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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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쿨미투'의 도화선이 된 서울 노원구 용화여자고등학교에서 여학생들을 강제 추행한 혐의를 받는 전직 교사 사건이 항소심에서도 유죄를 인정받고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이 유지됐다.
서울고법 형사10부(이재희 이용호 최다은 부장판사)는 15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전직 국어 교사 주모씨(57)의 2심 선고 공판에서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명령도 1심대로 유지됐다.
주씨는 지난 2011년 3월부터 2012년 9월까지 학교 교실, 생활지도부실 등에서 5명의 신체 일부를 강제로 만져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서 주씨가 허리, 허벅지 등을 만졌다고 진술했다. 주씨는 재판에서 기억이 나지 않고, 그런 행위가 있었다 해도 고의가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1심은 피해자들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는 점을 인정해, 주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또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5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및 장애인복지시설 취업제한도 명령했다. 한편 주씨는 학생들을 추행한 사실이 없다며 항소했다.
2심 재판부 역시 주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서 피해를 일관되고 구체적으로 진술했다”며 “7년 가까이 지나 진술한 점을 고려했을 때, 당시 세밀한 부분등을 기억 못했다고 해서 진술의 신빙성이 없다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주씨의 “신체 접촉의 고의가 없었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국어 교사인 피고인이 질문을 답하면서 아무 이유 없이 가슴 부위를 치는 것은 기습적인 강제 추행이다”며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한 신체 접촉이 대화 중에 발생하는 불가피한 신체 접촉이라거나 스승과 제자 간 자연스런 행동으로 보기 어렵다 ”고 이유를 밝혔다.
아울러 재판부는 “피고인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로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고 자도·보호할 지위인데 되레 그 지위로 추행 행위를 했다”며 질타했다.
해당 사건은 용화여고 졸업생들이 2018년 3월 ‘용화여고 성폭력 뿌리 뽑기 위원회'를 꾸리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교사들의 성폭력 의혹을 폭로하면서 사회에 알려졌다. 용화여고 학생들의 고백을 시발점으로 해서 교내 성폭력을 공론화하는 '스쿨미투'가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구아모 기자 amo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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