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여가부 폐지 주장으로 논란…송영길과 '전국민 재난지원금' 합의 후 수습 진땀
당내에서도 우려 높아져…"당대표 발언 신중해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국회에서 취재진을 만나 전날 양당 대표 회동 관련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2021.7.13/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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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첫 30대 당대표로 정치쇄신 바람을 일으켰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취임 한 달 만에 논란의 한 가운데에 섰다.
현안도 아닌 여성가족부와 통일부 폐지론을 가볍게 꺼내 여권의 강한 반발을 산 것은 물론 당내에서도 경솔하다는 비판을 받더니, 이번엔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전국민 재난지원금'에 합의했다고 밝혔다가 당내 반발에 말을 번복하며 물러서는 일이 벌어졌다.
당 안팎에선 정치 경험 부족은 물론 특유의 거침 없는 스타일이 경솔함으로 변질되는 '이준석 리스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13일 국민의힘은 전날 이 대표와 송 대표가 깜짝 합의한 전국민 재난지원금 후폭풍을 막는데 열중했다. 전날 여야 대표 회동 후 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과 황보승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재난지원금과 관련해 "전 국민에게 지급하기로 양당 대표가 합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양당 합의를 두고 국민의힘에서 반발이 이어졌다. 그동안 재난지원금 보편 지급에 반대한 국민의힘 입장에 어긋나는 합의이기 때문이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당내 토론도 전혀 없이, 그간의 원칙을 뒤집는 양당 합의를 불쑥하는 당대표를 보게 될 줄 몰랐다"는 글을 올려 이 대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당내 반발이 이어지는 가운데 황보 수석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합의를 사실상 번복했다.
황보 수석대변인은 "정부의 방역지침에 따라 손실을 입은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대상과 보상 범위를 넓히고 두텁고 충분히 지원하는데 우선적으로 추경 재원을 활용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그 후 남는 재원이 있으면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 범위를 소득하위 80%에서 전 국민으로 확대하는 것을, 방역상황을 고려해 검토하자는 취지로 합의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송 대표와 회동 후 원내지도부와 긴급 회동을 하고 합의 내용을 설명했지만 원내지도부를 비롯한 당내 반발에 부딪치자 황보 수석대변인을 통해 이 같은 성명발표를 지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논란은 13일까지 이어졌다. 윤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이준석 대표는 정부·여당이 4년 내내 국민을 현혹한 '전 국민 돈 뿌리기 게임'에 동조한 것"이라고 재차 비판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이 대표를 향해 "실망스럽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강화된 방역수칙에 따라 배석자 없이 진행된 회동의 특성상 브리핑 내용으로 합의 내용이 충분히 설명이 되기 어려웠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 대표는 "추경 33조원 규모 중 소상공인 지원에 해당하는 부분이 3조9000억원이다. 이 부분 비중을 늘리자고 제안했고, 송 대표가 긍정적으로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또 "송 대표 측이 경계선 문제, 행정비용 문제 때문에 전 국민(지급)이 어떻겠냐고 해서 충분히 검토하겠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각 당에서 협의를 통해서 구체화하겠다고 얘기했다"며 "속보 경쟁 속에서 전 국민 재난지원금 합의만 나가 여론이 강하게 반응한 것 아닌가싶다"고 언론에 책임을 돌리기도 했다.
김기현 원내대표, 김도읍 정책위의장, 하태경 의원 등 국민의힘 인사들은 이 대표 해명에 힘을 실으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지원 대상을 두텁게 하고 남는 재원이 있으면 전국민까지 지급을 확대하자는 취지"라고 수습에 나섰고, 이 대표는 국회 당대표실에서 질의응답 시간을 갖고 재차 해명하며 논란 진화에 나섰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2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원코리아 혁신포럼 출범식에 참석하기 위해 공유자전거 따릉이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2021.6.22/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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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논란으로 이 대표를 향한 우려의 시선은 커지는 모습이다. 앞서 여가부·통일부 폐지를 주장하며 당 안팎의 비판을 받은 데 이어 여야 협상에서 논란을 만들어 0선 대표로 정치 경험 부족이 현실 정치에서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표는 여가부와 통일부 폐지를 주장하며 '작은 정부론'을 외쳤다. 이를 두고 여권 인사의 비판이 이어졌다. 통일부 폐지를 두고는 이 대표와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0일 "국정은 수학이 아니다"며 "쓸데없이 반(反) 통일세력의 오명을 뒤집어 쓸 필요도 없다. 통일부는 존치돼야 한다"고 이 대표를 꼬집었다.
11일에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페이스북에 "철학의 부재로 보수의 아젠다를 못 만드는 것이다. 토론배틀과 같은 일회성 이벤트나 벌이다가 그거 약발 떨어지니 '백투더 MB(이명박)', 과거로 퇴행하는 것"이라고 이 대표를 비판했다.
싱하이밍 중국대사를 접견하는 자리에서 "국제적 기준에 맞는 국제사회 참여를 기대하고 있다"며 홍콩 민주화에 대한 언급을 하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당 대표가 각종 논란의 한 가운데 있다. 당내 비판에도 직면했다. 쇄신에 대한 기대가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지지기반인 '이대남'(20대 남자) 여론을 지나치게 의식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선을 8개월여 앞두고 국민의당과 합당, 범야권 통합경선 등 정치적 현안이 산재한 가운데 이 대표를 둘러싼 논란은 제1야당의 경쟁력은 물론, 범야권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조해진 의원은 12일 페이스북에 "정부조직개편 문제도 당 대표가 말하는 것은 당의 공식 입장 또는 당론으로 비치는 측면이 있다"며 "이 대표가 당내 소통에 좀 더 노력해야 하고, 발언에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pkb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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