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원금 합의 두고 100분만에 백지화 돼
정치경력은 있지만 실무 취약하다는 점 드러내
"0선 대표도 다 이렇진 않아...협상이 뭔지 몰라"
여가부·통일부 폐지에 이어 중국 '잔혹하다'표현
[서울=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당선자가 지난달 1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당기를 흔들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6.11. photo@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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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정윤아 기자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더불어민주당과 코로나19재난지원금을 전국민으로 확대하는데 합의했다가 당내 반발로 번복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취임 한달차인 이 대표가 최근 여성가족부·통일부 폐지, 중국을 '잔혹하다'고 표현하는 등 잇딴 언행으로 구설수에 오르면서 당내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13일 뉴시스 취재결과, 이 대표는 전날 송영길 민주당 대표와 만찬회동을 갖고 코로나19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을 현행 소득 하위 80%가 아닌 전국민으로 확대하는 데 합의했다.
민주당 내에서 소득 하위 80% 현행 안과 전국민 확대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가운데 여야 대표간 전국민 지급에 합의한 것이다. 다만 각 당에서 내부 협의를 거치기로 했다.
여야 합의내용을 접한 국민의힘 내부는 발칵 뒤집혔다. 당초 국민의힘은 재난지원금을 전국민에게 지급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었는데 이를 이 대표가 당내 논의도 없이 덜컥 받아들이자 난리가 난 것이다.
심지어 추경 등의 문제는 당 대표가 아닌 원내대표의 소관이다. 김기현 원내대표 등 원내지도부는 관련 소식을 듣고 이 대표에게 강력하게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바로 당내 경제통으로 대권 도전을 선언한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당내 토론도 전혀 없이, 그간의 원칙을 뒤집는 양당 합의를 불쑥 하는 당대표를 보게 될 줄은 몰랐다"며 "제왕적 당대표를 뽑은 것이 아니다"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조해진 의원도 "이 대표가 당의 기존 입장과 다른 합의를 해준 경위가 밝혀져야 한다"며 "대표가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이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당 의원들이 있는 카카오톡방에서도 이 대표의 이런 합의에 대해 비판이 쏟아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내부 반발에 여야 대표간 합의가 불과 100분만에 사실상 백지화된 것으로, 정치 경력은 풍부하지만 의정 실무에는 사실상 문외한인 '이준석 리더십'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내 한 의원은 13일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가 재난지원금 합의는 모르고 했어도 문제고 의도적으로 한 거면 더 큰 문제"라며 "협상이 뭔지 모르는 거 아니겠느냐. 0선 대표도 다 이렇지는 않다. 국회의원 경험이 없는 경우 벌어지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도마위에 오른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 대표는 최근 유승민,하태경 등 당내 일부 대선주자의 '여가부 폐지'론을 옹호하고 나섰다.
이후 더 나가 통일부 폐지론까지 주장했다. 여가부와 통일부가 하는 일이 없으니 폐지하자는 논리다.
[서울=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만찬 회동을 마친 후 악수하고 있다. 2021.07.13. photo@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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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부 폐지까지는 대선주자의 돕기의 일환으로 보던 당 의원들도 통일부 폐지에는 당혹감을 드러냈다.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0일 페이스북을 통해 "국정은 수학이 아니다"며 "쓸데없이 반(反) 통일세력의 오명을 뒤집어 쓸 필요도 없다. 통일부는 존치돼야 한다"고 썼다.
이 대표의 발언이 당 내부 분위기와 역행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이다.
또 이 대표는 최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2019년 홍콩 민주화 시위 참여를 설명하면서 "민주주의의 적들과 단호히 싸울 것이다. 중국의 잔혹함(cruelty)에 맞서겠다"고 했다.
이러한 이 대표의 발언은 반중(反中) 노선으로 읽히면서 논란이 됐다.
국민의힘 의원은 이 대표의 통일부 폐지 주장에 대해 "당 대표가 이야기하면 기본적으로 당론이거나 당론에 준해야한다"며 "그런데 당대표가 평론가 수준으로 말하게 되면 그걸 이제 아무도 귀담아 듣지 않게 된다"고 했다.
이 대표가 취임한 지 한달차에 접어들면서 허니문 기간은 끝났다. 냉정하게 당대표로 평가받아야할 시기가 왔음에도 여러 발언으로 논란만 일으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론 보수정당 최초의 30대 당대표 당선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고, 당 대변인을 뽑기 위한 토론베틀 개최 등 경직돼있던 보수정당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킨 것은 이 대표의 성과다.
하지만 일회성 이벤트에 주력하고, 당 최고위원 등 지도부와 협의없이 독단적으로 의사결정을 하거나 발언을 한다는 점은 이 대표의 비민주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요한 의사결정을 독단적으로 내리는 행태에서는 오히려 권위주의 시대에서 볼 수 있었던 '제왕적 당대표' 모습을 재현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젊은 꼰대'라는 비아냥마저 나온다.
아울러 국정철학의 부재로 보수정당의 대표로서 아젠다를 설정하지 못한다는 혹평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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