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케이드 걷힌 백악관 앞 관광객들 |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요즘 워싱턴DC 거리엔 관광객이 부쩍 늘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다른 대도시들처럼 유령도시가 됐던 작년 여름과는 딴판입니다.
링컨기념관과 워싱턴기념탑, 각종 박물관과 미술관이 줄지어 서 있는 워싱턴DC 한복판의 너른 공원 '내셔널몰'에는 푸드트럭 행렬도 돌아왔습니다.
백악관 철제 울타리 앞에 1년 넘게 설치돼 접근을 막았던 바리케이드도 걷히고 그 자리를 관광객이 채웠습니다. 도로엔 투어용 이층버스가 줄지어 다닙니다.
아직은 박물관에 들어가려면 미리 시간대를 정해 예약을 해야 하지만 국립미술관은 12일부터 그마저 없애고 자유롭게 입장이 가능해진다고 합니다.
워싱턴DC는 외국인에게도 매력적인 관광지이지만 미국 시민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는 곳입니다.
코로나19 전에는 미 전역에서 수학여행을 온 학생들로 붐볐습니다. 백악관과 의회의사당을 직접 보겠다고 찾아오는 미국 성인들도 적지 않습니다.
링컨기념관 |
뮤리얼 바우저 워싱턴DC 시장은 지난달 말 이층버스에 올랐습니다. 그는 마이크를 잡고 "와서 우리가 매일 경험하는 것들을 경험하시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워싱턴DC의 문이 활짝 열렸으니 놀러들 오시라고 시장이 직접 '호소'에 나선 겁니다.
코로나19의 강타로 워싱턴DC가 2020년 3월부터 올해 4월까지 손해 본 관광수입만 66억 달러(한화 7조5천800억원)라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습니다.
워싱턴DC 주민 중 14%, 그러니까 7명 중 1명은 여행 관련 업종에 종사한다고 합니다. 코로나19의 타격이 집중됐던 분야이기도 합니다.
바우저 시장은 'DC를 경험하세요'라는 슬로건을 내건 관광 촉진 캠페인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마케팅에 500만 달러(57억원)를 편성했습니다.
이 모든 건 백신 접종으로 가능해진 게 사실입니다. 백신을 1회라도 맞은 인구가 미 전체로는 55%, 18세 이상으로는 67%입니다.
독립기념일인 7월 4일까지 미 성인 70%가 1회 이상 백신을 접종하게 하겠다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약속은 지켜지지 못했지만 성인 셋 중 둘이 백신을 접종한 셈입니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이 계속되고 있어서 이러다 또 미국이 작년처럼 암울한 가을과 겨울을 맞게 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러운 생각도 들지만 여행할 자유를 되찾은 미국인들의 밝은 얼굴이 좋아 보이기도 합니다.
얼마 전에는 서부에 사는 친구 가족이 워싱턴DC에 놀러 왔습니다. 휴가를 맞아 동부의 여러 도시를 찾는다고 합니다.
얼마 만에 맞은 '손님'인지 모르겠습니다. 두어 달에 한 번은 출장을 오거나 놀러 오던 동료와 지인의 발길이 코로나19 이후로는 뚝 끊겼는데, 긴 시간이 지나 많은 것이 정상으로 돌아왔음을 실감하게 하는 또 하나의 순간이었습니다.
워싱턴기념탑 |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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