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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주목 받는 아세안

넷플릭스 인기 첩보물, 방송 2회만에 베트남서 퇴출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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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신짜오 베트남-149]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중국 격퇴를 위해 아세안 회원국 간 밀월 관계 구축에 힘을 쓰는 모양새입니다. 최근 바이든 대통령의 참모인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베트남 내각 2인자 팜빈민 부총리 겸 외교부 장관 간 전화 통화가 있었습니다.

이 자리에서는 코로나19 종식을 위해 미국이 백신을 지원하고 메콩강 유역을 개발하는 데 양국이 협력하고 기후변화를 방지하기 위해 애쓰는 등 여러 현안이 담겨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화 통화의 핵심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미국이 남중국해 분쟁에서 베트남을 지지한다. 다음은 백악관에서 발표한 원문입니다.

"Mr. Sullivan and Deputy Prime Minster Minh also discussed the South China Sea, including the United States' support for the 2016 arbitral tribunal award."

직역하면 '설리번 보좌관과 판빈민 부총리의 대화 속에는 남중국해 이슈가 들어 있는데, 이건 2016년 나온 중재 판정에 대한 미국의 지지가 포함되는 것이다'입니다.

그럼 이 2016년 판결이 뭐냐. 이건 2016년 7월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가 내린 판정인데요. 당시 필리핀이 중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중국이 남중국해라고 부르는 동남아 일대 바다는 베트남은 '쯔엉사군도', 필리핀은 '칼라얀군도'라고 부르는 넓은 지역입니다.

중국은 명나라 시절 지도를 근거로 베트남과 필리핀에 아주 가까운 바다를 빼고는 전부 자기네 땅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반발한 필리핀이 2016년 국제사회에 이 이슈를 들고 갔고 당시 PCA가 내린 결정이 '중국의 주장에는 근거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대국굴기를 선언하고 자기네들이 전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민족이라고 자평하는 중국이 이 말을 들을 리가 없죠. 이후에도 이곳에 인공섬을 만들고 이를 군사 요새화해서 주변국에 압박을 하는 중입니다.

베트남 역시 중국과 이 지역에서 치열한 분쟁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미국의 백악관 참모 입에서 "미국은 2016년 PCA결정을 지지한다"는 발언을 이끌어낸 것입니다. 쉽게 생각해 미국은 남중국해 분쟁에서 베트남 편을 든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 베트남의 국민정서는 매우 좋지 않습니다. 얼마 전 베트남에서 틀어주던 넷플릭스 드라마가 방송 2회 만에 퇴출당한 사례가 나왔습니다.

넷플릭스 6부작 드라마인 '파인 갭(Pine Gap)'은 미국과 호주의 위성감시 시설을 주제로 만든 첩보물이었습니다. 주제 특성상 지도가 드라마에 나왔는데 하필 남중국해라고 명명된 베트남 인근 바다 지도가 방송을 탄 것입니다.

여기에 자극받은 베트남 국민들이 대대적인 민원을 쏟아내자 넷플릭스는 이 드라마를 조기 종영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중국은 시진핑 주석 집권 이후 해양 개발 큰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얼마 전 중국 최대 규모의 해양연구선이 상하이 장난조선소에서 건조돼 중산대학에 인도됐습니다. 이 배는 중국이 남중국해 해양 연구에 투입하기 위해 야심 차게 만든 연구선입니다.

오는 10월 곧바로 남중국해에 투입될 예정인데, 주변국의 대대적인 반발이 불가피합니다. 2019년에는 중국 해양지질탐사선이 남중국해에서 탐사활동을 하자 베트남이 해양순시선을 출동시켜 이를 가로막고 중국 역시 순시선을 곧바로 투입해 양국이 한 달간 대치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중국과 베트남에서 벌어지는 이 사태가 사실 남의 얘기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중국은 2013년 동경 124도 서쪽은 중국의 작전구역이므로 한국 배가 넘어오지 말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한 바 있습니다. 서해의 70%이상을 중국이 가져가겠다는 선언입니다.

당연히 한국은 여기에 찬성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고, 따라서 한국과 중국 역시 서해를 둘러싼 갈등 국면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소위 중국의 '서해공정(西海工程)'은 최근 들어 노골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연평도 인근해까지 중국 경비함이 근접하며 항해한 것은 군사적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서해는 한국과 중국, 북한 3개국이 공통으로 영유권을 주장하는 곳입니다. 그리고 한번도 합의에 의해 선이 그어진 적이 없습니다. 중국의 지원이 없으면 살 수 없는 북한이지만 서해 영유권만큼은 중국에 꽤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날이 갈수록 해양 영토 욕심을 부리는 중국의 행보를 보면 서해를 둘러싼 갈등의 부상도 머지않은 듯한 느낌입니다. 한국도 미리부터 중국의 야욕을 예방하기 위해 국제사회의 지지를 모으고 제대로 된 논리를 준비해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하노이 드리머(홍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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