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OTT 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정책 방향 모색’을 주제로 열린 정책 토론회 참석자들이 논의하고 있다. /김양혁 기자 |
세계 1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기업인 넷플릭스가 국내 콘텐츠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OTT 산업을 이끌 ‘컨트롤타워’ 설립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등이 컨트롤타워를 자처하고 나섰지만, 부처 간 ‘밥그릇 싸움’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는 사이 디즈니, 애플, 아마존 등 글로벌 OTT 공룡들은 줄줄이 국내 상륙을 준비 중이다.
◇시어머니가 3명, 중복규제 우려
사단법인 한국OTT포럼은 8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OTT 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정책 방향 모색’을 주제로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 참석자들은 국내 OTT 산업을 끌어갈 ‘컨트롤타워’ 부재에 한 목소리를 냈다.
현재 국내에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등 3개 부처가 각각 OTT 관련 별도의 법령 제·개정을 추진 중이다.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수석 전문위원은 “정부 부처끼리 경쟁을 해 바람직한 정책, 최적화한 정책으로 올라오면 좋겠지만, 부처 간 영역 경쟁으로 비화됐을 경우 중복 규제 등이 우려된다”며 “컨트롤 타워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도준호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도 “3개 부처가 하는 것들이 각자 하는 부문에서의 경쟁이다”며 “사업자로서는 시어머니가 많고 중복 규제로 느끼는 부문이 많을 것이다”고 했다. 이어 “현 정권에서 미디어 부문에 대한 컨트롤타워가 없는 데서 (이런 문제가) 출발했는데, 정리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최진웅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과기부는 플랫폼, 문체부는 콘텐츠, 방통위는 규제에 맞게 정책을 만들어야 하는데, 혼재돼 있어 중심 조율이 되지 않고 있다”며 “각 부처에서 문제도 있겠지만, 컨트롤 타워도 필요한 문제다”고 말했다.
현재 OTT 관련 3개 부처가 ‘밥그릇 싸움’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은 “3개 부처가 법안을 개별적으로 내는 상황인데, 부처 간 밥그릇 싸움으로 누가 독점할 것이냐는 경쟁에 불과하다”며 “근본적 원인은 과거 미디어 관장 기관이 쪼개지면서 예견된 부문으로, 문재인 정부 들어 이를 통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고 했다. 이어 “다음 정부에서는 통합기구를 최우선적으로 만들어 질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이날 포럼에 OTT 사업자로 유일하게 참석한 티빙도 정부의 컨트롤타워 구성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냈다. 조영직 티빙 사업관리팀장은 “정책으로 규제하지 않아도 사업자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스스로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라면서도 “거시적 주제로 큰 방향들이 설립이 되고 하나의 컨트롤타워를 통해 빠른 시간 내 정해졌으면 좋겠다는 게 사업자들의 입장이다”고 강조했다.
디즈니 자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 |
◇'IP강자' 디즈니와 곧 경쟁… 골든타임 놓칠라
정부는 여전히 알력 다툼에 집중하고 있다. 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은 지난 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과기정통부, 방통위, 문체부 중에서 주무부처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주무부처가 다른 부처와의 협력을 이끌어내 산업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기정통부가 주체가 되어 산업을 진흥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경식 과기정통부 제2차관도 이날 포럼에서 기자와 만나 “여러 부처와 협의해서 하겠다”고 했다.
OTT의 헤게모니를 쥐기 위한 다툼은 올해 3월부터 시작됐다. 문체부가 OTT 전담조직을 신설하면서다. 이미 과기정통부와 방송위 내에도 각각 OTT 전담부서가 마련된 상태였다.
정부가 밥그릇 싸움을 하는 사이 해외 OTT의 국내 진출은 가속화하고 있다. 디즈니플러스가 하반기 국내 진출을 위한 최종 마무리 단계에 진입했다. 마블 및 스타워즈 시리즈 등 다수의 IP(지적재산권)를 보유한 만큼 단기간 내 수많은 이용자를 확보할 것으로 관측된다.
넷플릭스 |
이는 토종 OTT의 시장 경쟁력 약화와 직결할 수밖에 없다. 이미 지난해 말 기준 국내 OTT 시장은 넷플릭스가 절반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조영직 티빙 팀장은 “글로벌 OTT가 이미 들어왔지만 추가로 들어오는 시기다”며 “오리지널(자체) 콘텐츠에 적극 투자하며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양혁 기자(presen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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