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파트너십' 구축 제안도
서울대 이념서클 경험 나누며 與왜곡 역사관 비판도
2일 저녁 서울 종로구의 한 한정식집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원희룡 제주지사와 함께 저녁 식사를 했다. 이날 오후 9시 10분쯤 윤 전 총장이 식당을 빠져 나오자 30분 뒤 원희룡 지사가 식당을 뒤이어 빠져 나왔다. 2021. 7. 2 / 장련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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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60) 전 검찰총장이 지난 2일 원희룡(57) 제주지사를 만나 “‘덧셈 정치'를 같이 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5일 알려졌다. 각자 대선 주자로서 경쟁하더라도 현 정부의 부동산 실정(失政), 역사왜곡, ‘갈라치기’식 이념정치 행태 등을 바로잡는 데 힘을 모으자는 것이다. 윤 전 총장은 원 지사에게 “대통령은 당신이 해야 할 거 같은데, 지지율이 왜 이렇게 안 나오느냐”는 말도 건넸다고 한다. 두 사람 회동은 서울 종로구 내자동 한 골목 식당에서 3시간 30분이 넘게 이어졌다.
윤 전 총장은 당시 만찬에서 “역사나 정치나 덧셈의 개념으로 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박정희도 그렇고 김대중도 그렇고 다 이들이 역사 속에서 하나하나 축적돼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는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는 “정치에서도 서로 다르다고 이것 빼고 저것 빼면 결국 ‘나 자신’ 밖에 남지 않는다”며 “더하는 ‘덧셈의 정치’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지난 2일 서울 마포구 박정희 대통령 기념재단 찾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윤석열 캠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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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전 총장은 원 지사에게 “같이 덧셈 정치를 해서 여러 세대와 계층, 그리고 다양한 정치적 성향의 사람을 최대한 아우를 수 있는 ‘빅 플레이트(big plate·큰 그릇)’를 함께 만들어보자”고 했다. 이에 원 지사도 “어느 때보다 큰 생각, 넓은 정치를 해야 하고 할 시기”라며 “눈앞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작은 계산을 하지 말고 국민 대통합을 위한 큰 계산을 하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 입당을 당장 결정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도 털어놓았다고 한다. 그는 “주변에서 왜 5년짜리 비정규직을 하려고 하느냐? 그냥 현 정권에서 검찰총장으로 있으면 좋지 않겠느냐는 말을 했다”면서 “하지만 기존 국민의힘 지지층을 다시 찾아오는 것뿐 아니라 다른 국민까지 다 규합하는 새로운 정권 지지기반을 만드는데 기여하고 싶었다”고 했다. 국민의힘 입당 문제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것도 보다 폭넓은 지지기반을 구축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이에 그는 기한을 정하지 않은 상태로 전국 각지를 돌며 여러 국민을 만나고 정권 교체를 위한 세력을 구축할 계획이다. 윤 전 총장은 이 같은 이야기를 하며 ‘빅 플레이트(큰 그릇)’란 표현을 수차례 언급했다고 한다.
원희룡 제주지사가 1일 오전 제주도청 4층 탐라홀에서 열린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15주년 및 민선 7기 3주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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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법대 동문인 윤 전 총장과 원 지사는 대학시절 운동권 이념서클에 가입한 공통분모가 있다. 이에 만찬 자리에서도 둘은 학생시절 각종 사회과학 서적을 탐독했던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 특히 이들은 최근 ‘미군은 점령군, 소련군은 해방군’이라는 논리를 펴는 여권 인사들의 왜곡된 역사관을 바로잡아야 한다는데 공감했다고 한다. 최근 논란이 되는 여권 인사들의 역사 발언은 그들의 인식이 여전히 1970·80년대 운동권 사고에 매몰돼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79학번인 윤 전 총장은 대학 재학 중 학내 이념서클인 ‘국경(국제경제학회)’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열혈 운동권 학생은 아니었지만, NL(민족해방) 관련 서적을 두루 읽었다고 한다. 그는 당시 마르크스 경제학에 관심 있는 대학생들이 애독하던 폴 스위지의 ‘자본주의 발달의 원리(The Theory of Capitalist Development)’를 탐독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경’은 윤 전 총장이 1학년 때 이 학회 소속 주요 선배들이 불법 시위 혐의로 구속돼 해체된 것으로 전해졌다. 원 지사도 지하 서클에서 활동하고 노동운동을 했다.
[노석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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