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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편 들던 중국 이젠 “미국, 북한에 가한 위협 반성하라”

중앙일보 신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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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편 들던 중국 이젠 “미국, 북한에 가한 위협 반성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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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외교부장 세계평화포럼서 거론
그간 '북한엔 위협적' 주장서 반성 주장
“한반도는 中 문 앞…건설적 역할 발휘”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3일 베이징 칭화대학에서 열린 제9회 세계평화포럼 개막실에서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3일 베이징 칭화대학에서 열린 제9회 세계평화포럼 개막실에서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왕이(王毅·68)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3일 미국은 수십 년 동안 북한에 가한 군사적 위협과 압력에 반성해야 한다며 북한을 옹호했다. 왕이 국무위원이 3일 칭화(淸華)대학에서 열린 제9회 세계평화포럼에 참석해 현안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밝히며 이같이 말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홈페이지를 통해 전했다.

왕 위원은 아프간·미얀마·북핵·팔레스타인·이란핵 등 세계 현안에 대한 중국식 해법을 제시하며 단계별, 행동 대 행동, 비핵화와 평화 기제를 동시에 추진하는 투트랙 방침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한반도 핵 문제는 30여년 질질 끌며 수차례 곡절을 거듭했다”면서 “북·미 양측이 최근 제시한 정보를 중시하며 한반도의 대화와 완화 추세를 지키는 데 유리한 언행을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왕 위원은 이어 북한에 대한 미국의 군사 압박을 반성해야 한다며 “북한의 합리적인 우려를 바로 보고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북한이 주장하는 안보 위협이 합리적이라며 중국이 옹호한 레토릭은 과거에도 종종 등장했지만, 미국에 반성을 촉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는 11일 ‘북·중 우호 협조 및 상호 원조에 관한 조약’ 갱신과 체결 60주년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한국전쟁이 북한의 도발로 시작됐고 이를 막기 위해 미군이 참전했으며 북한의 추후 도발을 막기 위해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는 역사적 사실을 감안하면 중국의 '반성' 주장은 안하무인을 방불케 한다.

왕 위원은 또 “북한이 비핵화와 정세 완화 방면에서 이미 취한 조치를 고려해 미국은 성의를 보이고 대응 조치를 해야 한다”라고도 촉구했다. 유엔 안보리를 향해서도 대북 제재 결의의 가역 조항을 발동해 북한의 민생과 경제 개선에 도움을 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한반도의 일은 중국이란 집 문 앞의 일”이라며 “중국은 한반도의 장기 안정이 실현될 때까지 기존과 같이 건설적 역할을 발휘할 것”이라고 기존의 입장을 거듭했다.


한편 왕 위원은 연설 후 미·중 정상회담의 연내 성사 여부에 대한 질문에 “아, 중국은 당연히 대화 회복을 희망한다”면서도 “하지만 미국의 성의 여부를 보아야 한다”며 미국에 공을 떠넘겼다고 홍콩 명보가 4일 보도했다. 또 중국의 행보를 묻자 “우리는 계속 우리 자기 일을잘해나갈 것”이라며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68)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성사를 놓고 미국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포럼은 “포스트 팬데믹 시대 국제 안보 협력: 다자주의 수호와 이행”을 주제로 500여 명의 전문가가 온·오프로 참가했다.

중국의 매파 학자로 알려진 옌쉐퉁(閻學通·69) 칭화대 국제관계학원 원장 겸 세계평화포럼 비서장은 “우리는 세계를 평시(平視, 대등하게 직시하다) 해야 한다”며 “미국을 대면할 때 외교 영역에서 동등한 자격으로 대해야 하며(平起平坐·평기평좌), 이는 매우 분명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옌 원장은 이에 대해 “상대가 어떤 정책으로 우리를 대하면, 우리가 어떤 정책으로 상대를 대하느냐의 문제”라고 부연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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