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4 (목)

이슈 미얀마 민주화 시위

미얀마 쿠데타 주범 65세 생일, 국민들 '축하' 대신 '관' 불태웠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아시아투데이

3일 미얀마 양곤의 한 타운십에서 시민들이 쿠데타 주범인 민 아웅 흘라잉 사령관의 가짜 관을 불태우고 있는 모습. 흘라잉 사령관의 65세 생일인 이 날 미얀마 곳곳에서는 쿠데타를 규탄하는 시민들이 그의 사진과 관을 불태웠다./사진=미얀마나우 캡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시아투데이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 미얀마 쿠데타 주범으로 꼽히는 민 아웅 흘라잉 총사령관이 65세 생일을 맞자 시민들이 전국 곳곳에서 축하 대신 ‘장례식’을 열었다.

4일 이라와디·미얀마나우 등 현지매체에 따르면 흘라잉 사령관의 65세 생일이었던 전날 미얀마 곳곳에서는 그의 사진과 관을 태우며 저주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이에 대해 이라와디는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로부터 권력을 뺏고 대중의 시위를 치명적으로 탄압한 흘라잉 사령관을 향해 시민들이 끓어오르는 증오를 발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례식을 의미하는 방법은 다양했다. 미얀마 최대 도시인 양곤에서는 버스정류장을 비롯한 곳곳에서 부채가 무료로 배포됐다. 이는 장례식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고인의 이름 등이 적힌 종이부채를 나눠주는 풍습에서 기인한 것이다. 시민들은 인터넷에 장례식 때 조문객들에게 제공되는 쌀국수인 모힝가를 만들어 먹었다는 ‘인증샷’을 올리며 “흘라잉 사령관이 모든 이들의 행복을 위해 얼른 사망하길 바란다”는 글을 남겼다.

제2의 도시인 만달레이에서는 시민들이 흘라잉 사령관의 죽음을 기원하며 더미인형에 그의 사진을 붙여 관에 넣고 불태웠다. 미얀마나우는 “전국 곳곳에서 이런 모의 장례식이 열렸을 뿐 아니라 시민들의 집단적인 저주도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시민들은 “비행기를 탄다면 비행기가 추락하길, 차를 탄다면 교통사고가 나길 바란다”거나 “사령관의 생일 소원으로 모든 군부 폭력배들이 가능한 빨리 국민들의 집단 저주에 빠지길 바란다”고 했다.

이라와디는 일부 시민들이 사령관의 사진에 소변을 볼 정도로 “멸시의 대상이 됐다”며 “미신 신봉으로 유명한 흘라잉 사령관의 부인에게 시민들의 반응은 매우 불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흘라잉 사령관의 65세 생일은 2주 전인 지난 19일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의 76세 생일과 대비됐다. 수치 고문의 생일에는 시민들이 군부에 의해 구금된 그의 안녕과 건강을 기원하며 그를 상징하는 꽃을 달고 기도를 올렸다. 수치 고문도 변호인을 통해 감사를 전하며 국민 건강을 기원했다.

흘라잉 사령관은 당초 군 총사령관 임기 연령 제한에 따라 65세에 사령관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한때 그도 연령 제한을 받아들이고 물러날 뜻을 내비쳤지만 지난 2월 1일 갑자기 군사 쿠데타를 일으킨 직후 해당 연령 제한 규정을 없앴다. 흘라잉 사령관은 육군참모총장 등 군의 주요 요직에 한참 밑인 후배 장교들을 임명하며 가까운 경쟁 상대들을 배척해왔다. 현재 미얀마 군 요직 대부분은 비교적 젊은 4~50대 장교들이 차지하고 있다. 흘라잉 사령관의 신세를 지며 고속 승진한 이들을 주축으로 한 ‘흘라잉 사단’ 체제가 공고한데다 임기 연령 제한이 없어진 만큼 그의 장기집권이 분명해졌다는 우려가 높다.

ⓒ "젊은 파워, 모바일 넘버원 아시아투데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