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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유망주] ⑪ 레슬링 김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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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선수들의 전유물, 최중량급서 반전 드라마 연출 준비

"꼭 메달 획득해 편찮으신 아버지 목에 걸어드리겠다"

연합뉴스

레슬링 대표팀 김민석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한국 레슬링은 역대 올림픽에서 금메달 11개, 은메달 12개, 동메달 13개를 따낸 대표적인 효자 종목이다.

2000년대 후반부터 내리막길을 걷고 있지만, 이전까진 올림픽마다 1~2개의 금메달을 꼬박꼬박 획득했다.

메달 획득 낭보가 들린 체급은 주로 남자 그레코로만형 경량급이었다. 한국 선수들은 특유의 섬세한 기술과 빠른 몸놀림으로 좋은 성적을 거뒀다.

반면 무제한 최중량급은 한국 선수들의 주 무대가 아니었다.

레슬링 최중량급은 기술보다는 체격 조건과 힘이 승패를 좌우하는 경향이 짙어서 전통적으로 서양 선수들이 득세했다.

최중량급에서 어깨를 펴지 못한 건 비단 한국뿐만이 아니다. 일본 등 아시아 레슬링 강국들도 유독 최중량급에선 고전했다.

동양 선수들은 슈퍼헤비급 경기를 시작한 1969년부터 2017년까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단 한 개의 메달도 획득하지 못했다.

금메달은 물론, 은메달과 동메달도 모두 서양 선수들의 차지였다.

서양의 전유물이었던 레슬링 최중량급에 파란이 인 건 2018년의 일이다.

한국 레슬링 최중량급 간판 김민석(28·울산남구청·세계랭킹 15위)은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2018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그레코로만형 130㎏급에서 동양 레슬링 역사에 한 페이지를 작성했다.

그는 매 경기 이변을 일으키며 동메달 결정전 진출했고, 독일의 간판 에두아르트 포프(세계랭킹 3위)까지 2-1로 누르며 메달 획득에 성공했다.

연합뉴스

레슬링 대표팀 김민석(오른쪽)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제 그의 눈은 도쿄 올림픽에 향해 있다. 김민석은 다시 한번 세계를 놀라게 하겠다며 굳은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그는 최근 통화에서 "한국 레슬링의 역사를 다시 쓰고 싶다"며 "쉽지 않겠지만, 올림픽 메달 획득에 성공해 세계에 내 이름을 알리겠다"고 다짐했다.

김민석은 어린 시절부터 남달랐다.

그는 "어렸을 때 또래보다 덩치가 컸다"며 "중학교 1학년 때 아버지의 권유로 유도를 시작했는데, 당시 나를 유심히 보던 대전체육중학교 레슬링팀 감독님의 권유로 레슬링에 몸담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엔 프로레슬링을 배우는 줄 알았는데, 엉겁결에 정식 레슬링 선수가 됐다"며 웃었다.

김민석은 특별했다. 그는 덩치가 큰 선수치고는 몸이 유연해 기술을 쓰는 능력이 좋았다.

힘과 기술을 겸비한 김민석은 경성대를 졸업한 뒤 국가대표에 선발됐고, 2017년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3위로 입상하며 가능성을 보였다.

2018년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과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모두 동메달을 획득하며 아시아 최고 수준의 최중량급 선수로 도약했다.

올림픽 진출 티켓 2장이 걸린 지난 4월 도쿄 올림픽 아시아 쿼터대회에선 준결승에서 만난 나빈 나빈(인도·세계랭킹 5위)을 7-1로 누르며 처음으로 올림픽 출전권을 거머쥐었다.

운도 따랐다. 그는 4월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출전했다가 오른쪽 엄지발가락 통풍 증세로 다른 선수들보다 먼저 귀국했다.

불운이라 생각했던 부상은 알고 보니 그를 구한 행운이었다.

김민석이 귀국길에 오른 뒤 계속 해외에 체류했던 대표팀 선수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집단 감염되면서 큰 풍파를 겪었다.

대다수 선수는 올림픽 쿼터 대회에 참가하지 못하고 이역만리에서 바이러스와 싸웠다.

반면 김민석은 부상 덕분에 코로나 감염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김민석은 "많은 선후배가 코로나19에 감염돼 가슴이 아팠다"며 "코로나19 때문에 올림픽 출전이 무산된 동료들을 위해 더 힘을 내서 좋은 성적을 거두겠다"고 말했다.

그의 도쿄 올림픽 목표는 메달 획득이다.

그는 "레슬링 선수가 될 수 있도록 운동을 권유하고 지원해주신 아버지가 몇 년 전부터 편찮으시다"라며 "꼭 메달을 획득해 아버지 목에 걸어드리겠다"고 밝혔다.

cy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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