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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윤석열 검찰총장

데뷔전 A학점 못 미친 윤석열, X파일 정면 돌파로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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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도리, 으어마 화법’ 도마 위에, 넥타이·걸음걸이 습관은 바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대선 출마 선언과 함께 자신을 향해 던져진 X파일에 대해 정면 돌파해 나갈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총장은 회견에서 “합당한 근거로 (의혹을) 제시하면 상세하게 설명하겠다”며 “무제한 검증을 받겠다”고 했다. 자신과 가족과 관련한 각종 의혹에 대해 정면 대응하겠다는 자신감을 보인 것이다. 윤 전 총장 주변에서도 “윤 전 총장이 가족과 관련한 각종 소문과 억측에 대해 피해가지 않고 하나 하나 사실관계를 밝혀나갈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윤 전 총장의 부인 김건희씨는 30일 언론을 통해 X파일 내용에 대해 적극 해명했다. 김씨는 인터넷 매체 뉴스버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다 가짜로 판명날 것이다. 거짓은 오래 가지 못한다”고 반박했다. 김씨는 자신이 강남의 유흥업소에서 ‘쥴리’라는 이름으로 일했다는 X파일 내용에 대해 “누가 소설을 쓴 것이다. 나는 석사·박사 학위 받고 사업하느라 그런 곳에 갈 시간도 없었다. 기가 막히다”고 했다. 검사들과 친분관계가 깊고 동거도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제 집에 친구들도 모여 살았는데 어떻게 동거를 하느냐”고 부인했다. X파일의 핵심 내용에 대해 하나 하나 반박한 것이다. 김씨가 언론 인터뷰를 통해 X파일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은 윤 전 총장과 상의하에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총장이 X파일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과 궤를 같이 한다.

정치는 기세의 싸움이고 기세에서 밀리면 진다. 윤 전 총장도 X 파일 문제에서 너무 신중하거나 수세적으로 나가면 밀릴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야권 관계자는 “윤 전 총장이 적극 해명을 않고 미적거리면 유권자들은 본능적으로 ‘자신이 없구나. 숨기는 게 있구나’라고 느낀다”면서 “데뷔 초반부터 각종 의혹에 정면 대응하면서 강한 자신감을 보여야 기선을 제압하고 파상 공세를 막을 수 있다”고 했다. 윤 전 총장 측 정무팀에서도 이런 네거티브 공세에 본격적으로 대응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윤 전 총장이 서울 종로구 이마빌딩에 차린 대선 캠프에는 정무·홍보·정책 등 각 파트 별로 20~30명의 참모진이 일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 중 정무팀 일부가 네거티브 대응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윤 전 총장이 보다 적극적이고 공세적으로 나가려는 데는 29일 첫 데뷔 행사를 무난히 치르기는 했지만 ‘A학점’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주변 평가도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정부 비판과 정권 교체 의지는 확실하게 보였지만, 각종 정책이나 정무 분야 질의응답에선 다소 준비가 부족하거나 자신감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는 평가다. 윤 전 총장은 현재 캠프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 등과 함께 정책 비전 준비에도 힘을 쏟을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총장의 연설 방식을 둘러싼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윤 전 총장은 29일 회견 내내 수시로 고개를 좌우로 돌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를 두고 여권에선 ‘도리도리 윤’이라는 별명까지 붙였다. 일각에선 “너무 고개가 자주 돌아가 보는 사람이 어지럽다”는 반응도 나왔다. 윤 전 총장은 평소에도 주변과 대화하거나 연설할 때 고개를 좌우로 돌리는 ‘도리도리 화법’을 써온 것으로 알려졌다. 몸에 밴 일종의 버릇이다. 부하 검사들에게 훈시할 때 흔히 쓰는 ‘좌우와 시선을 맞추는 연설법’이 습관으로 굳었다는 것이다. 또 발언 중에 수시로 ‘으 어 마’ 같이 불필요한 말을 넣는 습관도 여전했다. 주변에선 윤 전 총장이 앞으로는 이런 연설·대화법을 고쳐나가야 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윤 전 총장은 이번에 출마하면서 평소 보였던 복장·말 습관 일부는 고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총장은 평소 뒷짐을 지고 걷곤 했다. 양복 상의 단추는 풀어헤치고 넥타이는 느슨하고 약간 삐뚤게 맸다. 하지만 이번 회견 때는 양복과 넥타이를 단정하게 매고 걸음걸이도 달랐다. 평소 부하 검사나 직원들에게 친근감을 보이며 “자네”라고 호칭하곤 했는데 ‘하대로 보일 수 있다’는 지적 때문에 요즘은 그런 화법을 쓰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성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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