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머니투데이 언론사 이미지

감사원장 물러나는 최재형, "결단하시라" 묻자…

머니투데이 박종진기자
원문보기

감사원장 물러나는 최재형, "결단하시라" 묻자…

속보
尹 '내란 결심' 휴정…오후 1시 40분 재개
[머니투데이 박종진 기자] [the300]"더 고민해야 한다" 당분간 입당, 출마선언하지 않을듯]

[단독]'28일 사퇴' 최재형, 대권도전에 "쉬운 문제 아냐"

[the300]"더 고민해야 한다" 당분간 입당, 출마선언하지 않을듯

(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최재형 감사원장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감사원에서 퇴근하고 있다.  2021.6.25/뉴스1

(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최재형 감사원장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감사원에서 퇴근하고 있다. 2021.6.25/뉴스1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부상한 최재형 감사원장이 28일 감사원장 자리에서 물러난다. 본인의 의지와 별개로 정치 참여 논란에 일단 휩싸인 만큼 감사원의 독립성을 위해서 사퇴하는 차원이다.

그러나 곧바로 정치 참여나 대권 도전을 선언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 경험이 없는 데다 현직 감사원장의 대권 도전 직행에 대한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나서려면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최 원장은 27일 아침 서울 서대문구 한 교회에서 예배를 마친 뒤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만나 28일 사퇴의 뜻을 밝혔다.

최 원장은 "지금 언론에 드릴 말씀이 없다"면서도 28일 사퇴 등을 발표하느냐는 질문에는 고개를 끄덕였다. 동행한 부인 이소연씨는 "내일(28일) 말씀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주위로부터 대선 출마를 집중 권유받고 있는 최 원장은 사퇴 후 정치 참여 여부와 대권 도전 등을 놓고 깊은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정치 참여를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진 부친 최영섭 예비역 해군 대령과도 주말 동안 논의를 이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사퇴 이후에도 당분간 시간을 가지고 정치권과 거리를 둘 가능성이 높다. 이날 최 원장은 대선 도전을 권하는 목소리에 "더 고민해야 한다"며 "이게 쉬운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입당이나 대선 출마 선언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는 얘기다.

정치권에서는 최 원장이 대권 도전을 결단한다면 파급력이 상당할 것으로 본다. 문재인 정권에 맞서는 모습으로 야권 지지자들에게 '공정과 정의'의 상징으로 평가받는다는 점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공통점이 있다. 최 원장은 '대권도전설'만 나온 상태에서 현직임에도 불구하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선후보 적합도 5~6위권(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이름을 올려 관심을 받았다.


(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최재형 감사원장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1.6.18/뉴스1

(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최재형 감사원장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1.6.18/뉴스1


최 원장은 판사로서 평생 법관의 길을 걸었고 문재인 정권에서 감사원장에 발탁됐지만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등을 감사하면서 주목받았다. 여권의 맹공격에도 불구하고 "월성 1호기의 경제성이 현저히 낮게 평가됐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했고 김오수(현 검찰총장) 감사위원 제청 거부 등 청와대의 뜻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 행보를 보였다.

애초 본인이 정치를 하려는 뜻은 없었지만 문재인 정권의 비위 의혹과 민주주의 파괴 논란이 불거지면서 대권 후보로 떠올랐다. 아픈 친구를 2년간 업고 등교하고 아들 둘을 입양해 길러내는 등 '미담 제조기'라고 불리며 주위의 호평을 받는 것도 강점이다. 청문회 때도 추문이나 부패 의혹 등 논란이 제기되지 않았다.

최 원장과 학창시절부터 인연을 맺어온 국민의힘 핵심관계자는 "최 원장은 '따뜻한 원칙주의자'다. 보수의 가치와도 잘 맞고 살아온 삶이 누구에게라도 존경받을 만하기 때문에 대권주자로 나선다면 파장이 클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다만 최 원장이 대권도전을 결심한다면 윤 전 총장과 마찬가지로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8월말 '대선 경선 버스'를 출발시킨다는 계획이다.

공보라인과 일부 정책 참모 등 소규모 캠프만 우선 꾸린 윤 전 총장은 29일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 출마선언을 한다.

야권에서는 최 원장과 윤 전 총장 등 당밖 주자들이 결국 국민의힘에 들어올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입당시기는 빠르면 7월 중순 이후 늦어도 8월 중으로 예상된다. 입당이 늦어진다면 국민의힘 내부주자들부터 먼저 경선을 진행한 뒤 당밖 주자들과 야권 단일화 최종 경선을 하는 2단계 방식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결단 앞둔 최재형 '장로', 느헤미야 설교를 들었다

[the300]7일 주일예배서 만난 최재형 감사원장의 고민

(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 최재형 감사원장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감사원에서 퇴근하고 있다. 2021.6.23/뉴스1

(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 최재형 감사원장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감사원에서 퇴근하고 있다. 2021.6.23/뉴스1


"최 장로님이요? 그냥 동네 아저씨입니다. 언론에 나오기 전까지는 판사이셨던 것도 모르는 사람이 많았어요"

27일 아침 서울 서대문구 신촌장로교회에서 만난 교인들에게 최재형 '장로'는 특별하지 않아서 특별했다. 다양한 연령대의 교인들이 말한 최재형 감사원장의 교회에서 모습은 '겸손'과 '소탈'로 요약된다. 장로교회에서 장로는 존경받는 자리다. 원래 낮은 자세로 이웃을 섬겨야 하는 자리지만 일부 권위적인 이들도 있는 게 사실이다. 반면 최 원장은 진짜 장로다운 장로라고 교인들은 입을 모았다.

최 원장을 이해하는 핵심 키워드 중 하나가 '신앙'이다. 유력 야권 대선후보로 부상한 지금도 마찬가지다.

최 원장과 오랜 친분을 이어온 정치권 핵심관계자는 "대학 때 기독학생회를 함께 했는데 그때부터 최 원장은 다른 사람들과 달랐다"며 "한마디로 자신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신앙인이었다"고 말했다.

이미 알려진 대로 미담도 상당하다. 경기고 재학시절에는 1년 늦게 입학한 몸이 불편한 친구(강명훈 변호사)를 2년 동안 업고 등교한 것으로 유명하다. 두 아들을 입양해 사랑으로 키워낸 점도 관심을 받았다.

주변을 돌보는 일이 몸에 배었다는 게 주위의 평가다. 한 교인은 "1부 성가대에서부터 각종 부서에서 맡는 업무 등도 헌신적으로 했다"며 "선교나 봉사를 나가면 (숙박할 때) 그냥 청년들이랑 같이 맨바닥 같은 곳에서 잔다"고 말했다.

이날도 최 원장은 예배를 마친 직후 경조사를 당한 교인들을 위해 부조금 챙기는 일부터 했다. 가급적 교인들의 경조사에 직접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감사원장 사퇴를 앞두고 일정이 여의치 않은 탓으로 보인다.

대권 도전설이 확산하자 기대감을 나타내는 교인들도 상당했다. 이날 예배를 마치고 나오는 최 원장에게 "양심 있는 사람들은 다 기다린다. 결단하시라"고 말하는 교인들도 눈에 띄었다.

교회가 불필요한 논란에 휩싸이지 않기 위해 조심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날 만난 장로와 권사들은 하나같이 '중립'을 강조했다. 교회가 정치적 견해가 다양한 이들이 모이는 공동체인 만큼 특정인이나 정파를 지지하는 일은 앞으로도 없을 것이란 얘기다.

남진희 목사는 "교회는 예배가 중심"이라며 "정치적인 문제로 교회가 관심을 받는 일이 부담이고 최 장로님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물론 존경받는 신앙인이라고 해서 정치 지도자로서의 자질을 갖췄다고는 볼 수 없다. 판사로서 살아온 삶의 이력 또한 정치와 거리가 멀다.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최재형 감사원장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감사원에서 퇴근하고 있다. 2021.06.21.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최재형 감사원장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감사원에서 퇴근하고 있다. 2021.06.21. yesphoto@newsis.com


최 원장의 고민이 깊어진다. 감사원장으로서 직무를 수행하다가 문재인 정권에 맞섰다는 이유로 대선주자로 떠올랐다. 야권에서는 '공정과 정의'의 상징이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여권에서는 '배신자'라는 공격에 시달린다.

애초 권력에 대한 욕망과는 거리가 멀다는 게 주변인들의 얘기다. 최 원장의 한 오랜 지인은 "감사원장이 될 때도 '모친이 계셨으면 하지 말라고 했을 것'이란 말을 했었다"며 "그만큼 욕심이 없는 집안이다. 돌아가신 (최 원장) 모친께서 가정교육에 철저하셨다"고 했다. 부친은 최영섭 예비역 해군 대령이다. 한국전쟁 발발 직후 대한해협해전을 승리로 이끌며 인민군의 부산 침공을 막아낸 '6.25 영웅'으로 꼽힌다.

이날 예배의 설교는 구약성서 느헤미야서를 다뤘다. 느헤미야는 기원전 5세기 인물로 유다 백성과 함께 불타고 무너진 예루살렘 성벽을 재건한 인물이다. 기독교인들에게는 공동체와 시대의 문제에 책임을 통감하면서 나선 지도자로서 소명의식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최 원장은 예배를 마치고 대권 도전을 권하는 목소리에 "더 고민해야 한다"고 답했다. 최 원장 부부는 28일 감사원장 사퇴 등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겠다며 기자에게 말하고 떠났다. 최 원장은 2011년식 프리우스를 직접 운전했다.

박종진 기자 free21@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