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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김정은 매우 솔직하고 의욕적"
문재인 대통령은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을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 "매우 솔직하고 의욕적이며 강한 결단력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반면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는 북한 인권 등에 대한 일체의 평가는 없었다. 사진은 사진은 타임지 표지와 인터넷판 기사. [타입지 캡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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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3일(현지시간) 공개된 타임(TIME)지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을 “매우 솔직하고 의욕적이며 강한 결단력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이는 김 위원장의 성격을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문 대통령은 또 “(김 위원장은) 세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잘 알고 있다”며 그의 국제감각을 높이 평가했다. 반면 타임은 문 대통령의 이같은 답변을 담으면서도 “(김 위원장은) 자신의 이복형을 살해한 냉혈한”이라는 상반된 평가를 빠트리지 않았다. 또 “많은 북한 소식통들은 김 위원장에 대한 문 대통령의 변함없는 옹호를 착각으로 평가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24~26일 개최된 제주포럼에서도 김 위원장을 향한 찬사와 유화 메시지가 쏟아졌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26일 열린 ‘북한에 대한 이해’ 세션에서 “김 위원장의 리더십은 절대 왕조 국가의 군주적 특성과 현대 기업 CEO(최고 경영자)의 자질을 겸비했다”고 평가했다. 또 “집권 초기에 비하면 김 위원장의 권력은 상당히 안정돼 있다”며 “국가 운영방식도 과거 군사 국가에서 당과 내각이 주도하는 정상국가로 이미 이행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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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향해 "간절·간곡 요청"
김부겸 총리는 지난 26일 제주포럼 폐회사를 통해 '간곡' '간절'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북한에 대한 대화를 요청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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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겸 총리는 제주포럼 폐회사를 통해 “북측이 대화와 화해의 장으로 다시 한번 나오기를 간절히 요청한다”며 “북측의 최고지도자와 당국자들께 간곡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등 남북 대화가 중단된 원인을 제공한 것은 북한이었는데, 재차 ‘간절·간곡’ 등의 표현을 사용한 것은 자칫 대화를 구걸하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는 발언이었다.
문재인 정부의 이같은 대북 러브콜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의 첫 발판으로 북·미 대화를 조기에 재개하려는 시도가 지지부진한 데 따른 우회 전략으로 풀이된다. 북·미 대화가 교착 국면에 접어든 상황에서 독자적인 남북 대화 국면이라도 조성해 김 위원장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겠다는 시도 아니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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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라이트워치 "문 대통령의 망상"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는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평가를 "망상"으로 규정하며 "김정은은 인권을 조직적으로 유린하는 정부를 이끌고 있다"고 평가했다.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평양공동선언문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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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김 위원장에 대한 긍정적 평가와 호평은 국내외의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지난 25일 성명을 통해 “김정은은 인권을 조직적으로 유린하는 정부를 이끌고 있다”며 “권력 유지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면 어떤 종류의 잔혹 행위도 저지를 준비가 돼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하지만 어쩐 일인지 문 대통령은 김정은을 가치있는 지도자로 생각한다”며 “다행히도 한국민들은 북한 정권에 대한 문 대통령의 망상을 간파해 왔다”고 덧붙였다.
국제관계 전문가이자 전직 외교관인 장부승 일본 간사이외대 교수는 지난 25일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문 대통령의 타임지 인터뷰를 “이런 기사는 사실상 고강도의 비판 기사라고 보아도 무방하다”며 “한마디로 말해서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정책이 총체적으로 실패했다, 게다가 국내 다른 정책들마저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내용”이라고 평가했다. 해당 인터뷰 기사엔 ▲김 위원장은 반인륜 범죄를 주도한 사람이며 ▲한국 정부가 북한 인권 운동을 약화시켰고 ▲북한의 비핵화는 무리한 요구라고 해석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전문가들은 대화 국면을 조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김 위원장에 대한 찬사를 쏟아내 봐야 별 소용이 없고 역효과를 부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신범철 전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독재자인 김정은 위원장을 미화하고 극찬을 보내는 것은 임기 내에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달성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비롯된 왜곡된 평가”라며 “이같은 평가는 자칫 국제사회에 한국이 북한의 실상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며 대북정책의 신뢰 저하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의 타임지 인터뷰가 6·25전쟁 71주년 즈음에 공개되며 국내적으로 남남갈등을 키울 우려까지 있어 국내적으로도, 국제적으로도 부작용이 커질 수 있는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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