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장동 정육점 둘째 아들 김민종, 혜성처럼 나타나 국내 유도 평정
"첫 올림픽 출전, 세계를 놀라게 하고 싶어"
유도 대표팀 김민종 |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남자 유도 100㎏ 이상급(무제한급)은 서양 선수들의 전유물로 꼽힌다.
기술보다는 힘과 체격, 체력이 승부를 좌우하는 경향이 짙기 때문이다.
압도적인 체격에 기술까지 갖춘 테디 리네르(32·프랑스)는 지난해 파리 그랜드슬램에서 패할 때까지 무려 9년 5개월 동안 154연승을 기록하기도 했다.
한국 유도 최중량급 선수들은 오랜 기간 세계의 높은 벽을 넘지 못했다.
특히 올림픽 해당 체급에선 번번이 고개를 숙였다.
한국 유도가 올림픽 최중량급에서 메달을 획득한 건 1988년 서울 대회 때 조용철(동메달·현 대한유도회 회장)이 마지막이다.
마지막 메달리스트가 대한유도회장이 될 때까지 긴 세월 동안 한국 무제한급 유도 선수들은 올림픽 무대에서 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다.
그런데 올해엔, 유도인들의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33년 묵은 올림픽 노메달의 역사를 깰 슈퍼 신인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괴물' 김민종(21·용인대)이 주인공이다.
김민종은 말 그대로 혜성처럼 나타난 한국 유도 최중량급의 미래다.
김민종은 출발부터 남달랐다.
축산시장으로 유명한 서울 성동구 마장동에서 3남 1녀 중 둘째 아들로 태어난 김민종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유도를 시작했다.
김민종은 "어렸을 때부터 넘쳐나는 힘 때문에 부모님이 힘들어하셨다"며 "에너지를 따 쏟아내라고 유도장에 데려가셨는데, 그곳이 내 터전이 됐다"고 말했다.
또래보다 훨씬 큰 체격조건에 엄청난 힘을 갖췄던 김민종은 친구들은 물론, 형들까지 손쉽게 제압했다.
[그래픽] 도쿄올림픽 유망주 - 유도 김민종 |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턴 각종 대회에서 우승을 싹쓸이했다.
그리고 보성고 3학년 때인 2018년 12월엔 대선배들을 모두 제치고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김민종은 국내를 넘어 세계 무대에서도 이름을 날렸다.
태극마크를 달고 나서 불과 1년 만인 2019년에는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실력을 겨루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동메달을 획득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김민종의 등장은 세계 유도계에서도 깜짝 놀랄 만한 소식이었다.
유도인들은 김민종이 성장세를 이어간다면 도쿄 올림픽 무대에서 메달 획득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섭게 성장하던 김민종이 잠시 쉼표를 찍은 건 지난해의 일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문제로 훈련을 제대로 못 한 김민종은 조금씩 뒤처지기 시작했다.
김민종은 정육점을 하는 아버지를 도와 돼지고기를 나르는 일로 훈련을 대신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경험이 적은 김민종에겐 상대적으로 힘든 시기였다.
김민종은 도장이 열린 지난해 하반기부터 다시 성장했다. 기초부터 다진 김민종은 국제대회에 출전해 랭킹포인트를 차곡차곡 쌓으며 올림픽 출전 기준을 통과했다.
그리고 김민종은 도쿄 올림픽 출전권을 놓고 경쟁하던 대선배 김성민(34·KH그룹 필룩스)을 최종선발전에서 꺾고 올림픽 티켓을 거머쥐었다.
김민종은 최근 "정육점을 하시는 부모님이 어렸을 때부터 아침저녁으로 고기를 구워주시며 뒷바라지를 해주셨는데, 올림픽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호강시켜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아울러 "저 때문에 마지막 올림픽 무대를 밟지 못하게 된 김성민 선배에게 죄송한 마음이 크다"며 "선배 몫까지 함께 한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하겠다"고 덧붙였다.
김민종이 넘어야 할 산은 아직 많다. 해당 체급 최강자 테디가 건재하고,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하라사와 히사요시(일본)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김민종은 특유의 자신감으로 똘똘 뭉쳐있다.
그는 "올림픽에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cy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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