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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이슈 미얀마 민주화 시위

미얀마, 진영 이익 따라 ICJ 로힝야족 재판 엇갈린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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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헤이그=AP/뉴시스]미얀마의 실질적인 정치적 지도자인 아웅산 수지 국가자문이 지난 2019년 12월10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국제사법재판소(ICJ) 재판에 참석해 무표정하게 판사의 말을 듣고 있다. 수지 국가자문은 미얀마의 로힝야족 집단학살 사건과 관련해 정부 법률팀을 이끌고 미얀마 정부(군)을 변호하기 위해 참석했다. 2021.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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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재우 기자 = 미얀마 군부와 반(反)군부 진영이 국제사법재판소(ICJ)에 회부된 이슬람 소수민족 로힝야족 집단 학살 사건을 두고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군부는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이 이끌던 정부 법률대응단을 개편하는 등 전열을 가다듬고 있지만 아웅산 수지를 따르는 민족통합정부(NUG)는 변론을 포기하고 ICJ의 판결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아웅산 수지와 NUG 정부는 쿠데타 전 군부와 함께 로힝야족 집단학살을 부인해 국제사회의 엄청난 비판에 직면한 바 있다. 하지만 군부에 대항하기 위해 소수민족 포섭이 시급해지면서 과거 박해 또는 무시의 대상이었던 로힝야족에게 까지 손을 내미는 모양새다.

25일 이라와디 등 외신에 따르면 미얀마 군사정권은 전날 ICJ 법률대응단 조직을 전원 친(親)군부 인사로 개편했다고 공표했다. 국방장관 출신인 운나 마운 르윙 외무장관을 포함해 법률대응단 8명 전원이 군 장성 또는 군정 장차관, 국가행정위원회(SAC) 위원이다.

쿠데타 주역인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군 최고사령관은 홍콩 봉황TV와 인터뷰에서 로힝야족의 라카인주 귀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군부는 이슬람계 소수민족 로힝야족 집단 학살의 당사자다. 군부는 지난 2017년 8월 로힝야족 반군인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이 군 초소를 습격하자 사실상 인종청소로 맞대응했고 100만명에 달하는 로힝야족이 박해를 피해 방글라데시로 탈출했다.

미얀마 최대 민족인 버마족 중심 '불교 민족주의' 수호자를 자처하는 군부는 지난 1982년 시민권법을 개정해 로힝야족의 시민권을 박탈한 바 있다. 군부는 쿠데타 이후에도 극우 불교 지도자와 회동하는 등 불교 민족주의에 기대고 있다.

로힝야족은 과거 미얀마에 정착한 아랍 상인의 후손이라고 주장하지만 버마족 등은 19세기 후반 영국 식민지 시절 방글라데시에서 넘어 온 불법 이민자라고 선을 긋고 있다.

반면 NUG 외무차관인 모 조 우(Moe Zaw Oo)는 지난 4일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NUG가 더이상 이 사건에 대한 변론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며 "ICJ와 협력하고 판결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NUG는 전날 로힝야족에 시민권 부여를 약속하면서 군부에 함께 맞서 싸울 것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이 성명은 국제사회와 로힝야족 인권단체로부터 로힝야족 권리 확보를 위한 중요하고 주목할 만한 진전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NUG는 당시 "1982년 시민권법을 폐지하고 미얀마에서 태어난 모든 사람에게 시민권을 제공하는 새로운 법을 만들겠다"며 "군부가 로힝야족에게 저지른 모든 범죄에 대해 정의와 책임을 모색하겠다"고 공언했다.

다만 NUG의 태도 변화는 정치적 지형을 반영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로힝야족과 선을 그어온 NLD 인사들이 주축인 NUG는 지난달 주요 후원자인 미국 의회로부터 로힝야족을 국가 구성원으로 인정할지 여부에 대한 입장을 요구 받은 바 있다. NUG는 ICJ에 쿠데타 이후 군부가 자행한 살인과 고문, 폭력 등을 제소하려 하고 있어 ICJ의 지지 확보가 시급하다.

반군부진영의 상징 격인 아웅산 수지는 지난 2019년 12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ICJ 첫 공판에 직접 출석해 군부의 로힝야족 집단 학살을 부인했다가 국제사회의 엄청난 비판에 직면한 바 있다. 그는 당시 로힝야족 대신 라카인주의 무슬림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NLD 정부가 임명한 '독립조사위원회(ICOE)'도 당시 ARSA 테러 이후 군부의 군사작전 중 일부 군인에 의해 전쟁범죄가 자행됐지만 집단 학살은 일어나지 않았다는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ICOE도 라카인주의 무슬림이라는 용어를 고수했다.

당시 로힝야족 인권단체인 영국버마로힝야협회(BROUK)는 ICOE에 권한과 독립성이 결여돼 있었다고 지적한 뒤 "이번 조사는 처음부터 심각한 결함이 있었다"며 "이번 조사 결과는 향후 ICJ 판결로부터 관심을 돌리기 위한 노골적인 홍보전"이라고 비난했다.

한편 아프리카 서부의 감비아는 지난 2019년 11월 이슬람 협력기구(OIC) 회원국 57개국을 대표해 미얀마가 1948년 체결된 '제노사이드(집단 학살) 협약'을 위반했다고 ICJ에 제소한 바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ironn108@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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