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 친문들 추미애 지지, 여 내부 “추 뜨면 대선 망한다” 우려
최근 대선 출마를 선언한 추미애 전 법무장관이 흥행 비상이 걸린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구도에 새로운 변수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동안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6개월 째 여권 내 1위를 달리면서 여당 대선 구도가 ‘어대명’(어차피 대선후보는 이재명)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유력하다. 그래서 경선 흥행에 비상이 걸렸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작년까지 대선 주자 지지율 1위였던 이낙연 전 대표가 10% 안팎에서 정체되고 제2의 호남 후보인 정세균 전 총리도 한자릿수 지지율에 고착되면서 뻔한 대선 경선이 될 것이란 우려가 컸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23일 경기 파주시 헤이리의 한 스튜디오에서 20대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연설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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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추 전 장관이 출마를 선언하자 마자 오차범위 이내에서 지지율 3위로 올라갔다. 친문 진영에선 추 전 장관이 반(反)이재명 성향의 당원들 중심으로 지지세를 확장할 경우 이재명 대항마로 떠오를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추 전 장관이 당선 여부를 떠나 여당 경선의 새로운 활력소이자 구원투수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없지 않다.
추 전 장관 측에선 이달 초부터 “윤석열을 잡기 위해 대선에 출마하겠다”는 얘기를 했다. 야권의 선두주자인 윤 전 총장을 저격하기 위해 출마한다는 뜻이었다. 과거 통합진보당 이정희 전 대표가 2012년 대선 때 대선 후보 토론회에 나와 “나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대선에 출마했다”면서 박 전 대통령을 집중 공격했던 장면이 떠오른다. 추 전 장관이 ‘반(反)윤석열 전선’을 펴서 여권내 친문과 강성 지지층의 표를 결집하겠다는 뜻으로 비친다. 이런 전략은 실제로 일정한 효과도 봤다. 미미할 것으로 예상됐던 추 전 장관 지지율이 여권 내 3위로까지 떠오른 것이다. 최근 조사에선 정세균 전 총리와 박용진 의원까지 제친 것으로 나온다. 추미애의 선명성, 반윤석열 노선에 강성 친문과 열린민주당 지지층까지 호응한 결과도 보인다.
여권 관계자는 “이낙연·정세균·이광재 등 대선주자들이 ‘경선 연기론’으로 이재명 대세론을 뒤엎으려 했지만 쉽지 않아진 상황에서 추 전 장관의 등판은 새로운 변수가 될 수 있다”면서 “아직은 친문 본류의 지지는 없지만 강성 친문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구도가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다”고 했다. 추 전 장관도 현재와 같은 상승세를 유지해서 이낙연 전 대표만 추격하면 충분히 이 지사와의 대결도 가능하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친문의 반이재명 정서를 바탕으로 이 지사의 약점을 줄줄이 저격할 경우 이 지사도 대응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이른바 이재명 저격수가 될 수 있다. 이재명 대세론으로 끝날 것 같았던 여당 대선구도에 변화의 바람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일반 국민들 사이에 널리 퍼져있는 추 전 장관에 대한 거부감이다. 추 전 장관이 윤 전 총장을 쫒아내기 위해 벌였던 온갖 탈법과 비정상적 행태들을 국민들은 생생하고 기억하고 있다. 추 전 장관이 나서면 아무리 좋은 얘기라도 ‘메신저 거부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지지율 확장에도 뚜렷한 한계가 있다. 이재명 지사는 지지할 수 있다고 했던 중도·보수층이 추 전 장관은 결코 지지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유력하다. 따라서 강성 친문이 추 전 장관을 아무리 지지해도 어차피 대선에서 이기기 힘들기 때문에 호남과 범여권 지지층이 추 전 장관을 본격적으로 밀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특히 선거 승리를 위한 전략적 투표에 능한 호남 유권자들이 추 전 장관을 선택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문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업고 추 전 장관이 2~3위권 후보로 발돋움하면 여당 경선 자체는 흥행을 할 가능성이 크다. 이재명 지사 입장에서도 추 전 장관의 상승세가 꼭 나쁘게만 볼 일은 아니라는 얘기도 나온다. 호남을 배경으로 한 이낙연·정세균 후보나 이준석 바람을 탄 젊은 박용진 후보보다는 추 전 장관이 페이스 메이커로 더 낫다는 것이다. 경선에서 절대 질 가능성은 없는데 흥행성은 더 높일 수 있다는 의미다.
추 전 장관이 뜨면 여권에 마이너스가 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추 전 장관은 경선 과정에서 ‘윤석열 저격수’로 나설 게 확실하다. 그런데 추 전 장관이 법무장관 때 윤 전 총장에게 보여온 모습은 합리적·이성적인 행태와 거리가 멀다. 일반 국민들이 눈살을 찌푸릴 정도로 상식에서 벗어난 무리수를 수차례 뒀다. 여야 간 다툼이 ‘윤석열 대 추미애’ 구도로 가면 윤석열의 손을 들어줄 사람이 훨씬 많을 것이란 관측이다. 문재인 정부의 실정(失政)을 비판하며 차별화해야 할 이재명 지사로선 존재감이 더 줄어들 수 있다. 이 지사에게 추미애가 흥행 요소는 되지만 문 정부와 차별화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할 수도 있다. 추 전 장관이 이 지사의 페이스 메이커도 되지만 발목을 잡는 존재가 될 수도 있다.
윤 전 총장 입장에선 추 전 장관만큼 확실한 대선 도우미도 없다. 추미애만 나서주면 다시 ‘공정 대 불공정’ ‘부패 대 반부패’의 구도를 만들 수 있다. 이재명 지사보다 추미애를 대적하는 게 훨씬 쉽다. 정책이나 미래 대결보다 과거 대결, 부패 대결로 가면 끝장을 볼 수 있다. 야권에선 “제발 추미애만 떠주면 이번 대선은 무조건 이긴다”는 말이 나온다. 추 전 장관이 여권엔 ‘액스맨’, 야권엔 ‘도우미’라는 것이다.
추 전 장관이 정말 강성 친문의 지지를 바탕으로 제3 후보로 뜰 지는 미지수다. 대선 후보로서 추 전 장관의 확장성은 뚜렷한 한계가 있다. 그동안 여권은 가장 이길 가능성이 큰 후보를 전략적으로 선택하는 탁월한 능력을 보여왔다. 그런 여권 지지층이 본선에서 이길 가능성이 거의 없는 추 전 장관을 선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성 친문 부대가 그동안 보여온 정치적 위력을 감안하면 추미애의 잠재력은 무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배성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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