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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꿈만 같았던 데뷔전, 그리고 가장 먼저 떠오른 그 이름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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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

[사진] KT 위즈 제공


[OSEN=수원, 이후광 기자] “아버지께 연락드리는 게 기대가 됩니다.”

KT 신인 외야수 김건형(25)이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른 뒤 가장 먼저 떠올린 사람은 바로 아버지 김기태 전 감독(현 요미우리 자이언츠 수석코치)이었다.

김건형은 지난 24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시즌 9차전에 7번 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2안타 맹타를 휘두르며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대학교 때까지 미국에서 야구를 한 김건형은 지난해 9월 KBO 신인드래프트 트라이아웃에 참가한 뒤 KT 2차 8라운드 75순위 지명을 받으며 프로행의 꿈을 이뤘다.

미국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탓에 KBO리그와 관련한 정보가 전혀 없는 상황이었지만, 김건형은 1군 스프링캠프에 합류해 열정과 패기를 앞세워 빠른 적응 및 성장세를 보였다. 철저한 자기관리와 성실한 훈련태도, 끊임없는 질문 등을 통해 이강철 감독과 동료들로부터 인정을 받은 그였다.

물론 모든 게 순조롭게 진행된 건 아니었다. 퓨처스리그서 1군 데뷔를 준비하던 도중 예상치 못한 손 부상으로 인해 강제로 휴식기를 가져야 했다. 오프시즌 강렬한 인상에도 1군 등록 및 데뷔가 6월 말이 돼서야 이뤄진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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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수원 , 곽영래 기자]2회말 1사 KT 김건형이 타석에 들어서고 있다. 2021.06.24/young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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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스리그서 16경기 타율 .190 3타점을 남긴 김건형은 지난 22일 부상을 당한 외국인타자 조일로 알몬테 대신 처음으로 1군에 올라와 이날 마침내 7번 우익수로 데뷔전을 가졌다. 상대는 공교롭게도 아버지가 한때 감독으로 몸담았던 KIA였다.

김건형은 “선발 이야기를 들었을 때 꿈만 같았다”면서도 “떨리는 건 없었다. 시범경기부터 감독님이 기회를 많이 주셔서 나름 익숙했다. 잘하려고 하진 않았고, 마음을 비우고 좋은 경험을 한다는 생각으로 임했다”고 데뷔전이 성사됐을 때의 떨림을 전했다.

데뷔 첫 타석은 범타였다. 0-0으로 맞선 2회 1사 주자 없는 가운데 찾아온 첫 타석. 김건형은 장내 아나운서의 우렁찬 소개와 함께 홈팬들의 환호를 받으며 감격의 데뷔 타석을 맞이했지만, 1B-1S에서 윤중현의 3구째 커브를 받아쳐 2루수 땅볼로 물러났다.

그러나 첫 안타까지 한 타석이면 충분했다. 김건형은 0-0으로 맞선 4회 2사 주자 없는 가운데 김유신의 초구 스트라이크를 지켜본 뒤 2구째 커브를 받아쳐 중견수 앞으로 향하는 안타를 때려냈다. 감격의 데뷔 첫 안타였다.

김건형의 방망이는 멈추지 않았다. 2-3으로 추격한 6회 1사 1루서 박진태의 초구 체인지업을 공략해 좌익수 옆에 절묘하게 떨어지는 안타를 치며 멀티히트를 완성했다.

이후 3-3 동점을 만든 7회 2사 1, 3루에선 2루수 땅볼에 그쳤지만, 1루 베이스를 향해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는 적극성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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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수원 , 곽영래 기자] 24일 오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 위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가 열렸다.4회말 2사 KT 김건형이 안타를 때려내고 있다. 2021.06.24/young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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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형은 “타구가 운 좋게 수비가 없는 곳으로 갔다”며 “데뷔전은 상상했던 모습과 비슷했다. 팬들의 응원소리를 들으면서 뛰었고, 내가 출전한 날 승리를 한 게 가장 좋았다. 값진 날이었다”라고 흐뭇해했다.

이날 활약 뒤에는 타지에서 묵묵히 아들을 응원하고 있는 김 전 감독의 조언도 있었다. 김건형은 “아버지께 첫 콜업 이야기를 드렸을 때 놀라셨고, 열심히 뛰어다니라고 하셨다”며 “아마 오늘 선발로 나간 건 모르실 텐데 연락드리는 게 기대가 된다”고 들뜬 마음을 전했다.

사령탑도 김건형의 강렬한 데뷔전에 박수를 보냈다. 이강철 감독은 “김건형이 좋은 기회를 잘 살렸다. 긴장하지 않고 플레이해서 팀에 큰 도움이 됐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KT 외야는 현재 유한준, 알몬테의 부상 이탈로 공백이 있는 상황이다. 송민섭, 김태훈, 김민혁 등 백업 자원이 풍부하지만, 일단은 데뷔전에서 멀티히트를 친 김건형에게 기회가 갈 것으로 보인다. 김건형의 타격 재능은 이미 스프링캠프부터 인정받았던 터.

데뷔전부터 남다른 야구 DNA를 뽐낸 김건형은 “앞으로 아버지 말씀대로 열심히 뛰어다니겠다”는 당찬 각오로 향후 활약을 예고했다. /backligh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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