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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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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빚 총량 늘고, 부동산·가상통화 등 자산가격 고평가”…금융불균형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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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코로나19 이후 가계와 기업 등 민간 부문의 부채가 가파르게 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부동산·가상통화 등 자산가격이 지나치게 부풀려져 금융불균형을 키우고 있다는 한국은행 분석이 나왔다. 또 취약기업이 늘고 자영업자 대출의 질은 악화한 것으로 나타나 코로나19 대응 조치의 정상화 과정에서 구조조정 등 이들을 위한 지원방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전보다 높아진 금융취약성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6월 기준)’을 보면 올 1분기 가계과 기업의 빚은 나라 경제 규모의 2배를 크게 웃돌았다. 올 1분기 말 기준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신용의 비율은 1분기 말 현재 216.3%로 지난해 같은 시점보다 15.9%포인트 더 높아졌다. 가계부채 잔액이 1분기말 1765조원, 기업대출 규모는 1402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가계 빚이 늘어나는 속도를 소득이 따라오지 못하면서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올 1분기 말 171.5%로 1년 전보다 11.4% 높아졌다. 한은은 “경기 회복이 차별화되고 금융지원 조치 등이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취약가구를 중심으로 부실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사실에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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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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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은 이번에 금융취약성지수(FVI)를 새 지표로 처음 산출, 공개했다. FVI는 당장의 금융불안을 포착하기 보다는 금융안에 잠재하고 있는 장기적 취약성을 측정하기 위해 고안된 지수다. 자산가격, 신용축적, 금융기관 복원력 3가지 요소의 39개 세부 지표를 바탕으로 산출됐다. 한국의 올해 1분기 기준 FVI는 58.9로,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4분기(41.9)보다 17.0%포인트나 높은 수준이다. 특히 FVI 구성 지수 가운데 자산가격 총지수(91.7%)의 경우 외환위기(1997년 2분기 93.1) 시기나 금융위기(2007년 3분기 100) 당시 최고 수준에 근접한 상태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코로나19 이후 단기적 금융불안은 해소되고 있지만, 중장기적인 금융안정 리스크는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면서 “향후 자산가격 급등 및 부채 누적에 대한 경계를 더욱 높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가상통화 국내 시총 50조

가파르게 몸집을 키우는 가계부채는 한국경제의 고질적인 아킬레스건이지만, 한은은 이번에 특히 주택과 가상통화 등 자산가격의 이례적인 가격 급등에 경고 수위를 높였다.

한은이 2019년 12월을 기준점 100으로 놓고 전국 주택가격, 코스피, 비트코인 가격을 조사한 결과 올 5월말 주택가격은 13.6%, 코스피는 47.6%, 비트코인은 531%나 가격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소득대비 주택가격 비율(PIR)을 주요국과 비교한 결과도 한국은 2019년 4분기 100을 기준으로 올 1분기 112.7을 기록해 독일(106.9), 미국(106.6), 호주(99.2) 등을 모두 웃돌았다. 한은은 “주택가격은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고평가 되어 있다”면서 “자산가격 고평가가 이어질 경우 대내외 충격에 따른 대규모 가격 조정의 가능성이 있어 자산 불평등을 확대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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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은 이어 국내 암호자산 시장 시가총액을 50조원으로 추산하면서 “최근 나타난 암호자산 가격 급상승을 합리적으로 설명할 근거를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우선 암호자산 가격 급락이 국내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국내 금융기관의 가상통화 직접 매입이 금지돼 있고, 가상통화 관련 국내 상장기업에 내준 대출이 지난해 말 3000억원 수준으로 크지 않기 때문이다. 가상통화와 연관이 있는 기업 주식의 시가총액은 3조7000억원으로 국내 상장주식(2655조원)의 0.1%에 불과했다. 한은은 “금융 불균형이 누적되는 상황에서 그 경제적 가치에 대한 엄격한 평가 없이 과도한 투기적 수요가 촉발될 경우, 암호자산시장이 금융시스템 내 잠재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자영업 대출 빨간불

코로나19 등 탓에 이익으로 이자도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기업(취약기업)이 늘었지만, 이들에 대한 금융지원이 길어지면 오히려 구조조정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또 자영업자 대출도 대면서비스, 저소득, 고금리 위주로 크게 늘어 대출의 ‘질’이 나빠진 만큼 금융지원 종료와 금리 인상 등을 대비한 연체율 관리가 필요하다고 한은이 제언했다.

지난해 벌어들인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감당하지 못하는 ‘취약기업’은 전체 분석 대상 기업(2520개) 가운데 39.7%(1001개)에 이르렀다. 보고서는 “금융완화 기조에 따른 차입비용 감소에도 불구, 기업의 수익성 악화로 취약기업 비중이 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은 분석 결과 취약기업의 ‘취약상태’가 길어질수록 정상기업으로 회복되는 비율은 크게 떨어지는 반면 부도 발생비율은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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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은 코로나19 금융지원이 끝날 경우 자영업자 대출자들이 받을 타격도 우려했다.

올해 3월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831조8000억원에 이르고,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18.8%)은 가계대출(9.5%)의 두 배 수준에 육박한다. 한은은 코로나19 이후 자영업자 대출이 대면서비스(도소매·숙박음식·여가서비스 등), 저소득층, 수도권, 여성, 비 은행, 고금리 대출을 중심으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주로 대면 서비스업 자영업자의 대출이 늘고 고금리대출 비중도 커지면서 자영업자 대출의 질이 전반적으로 나빠졌다”며 “금융지원 종료, 시장금리 상승 등으로 대출연체가 늘어날 수 있는 만큼 금융기관의 선제적 충당금 적립, 정책당국의 맞춤형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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