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출입국·외국인청 앞에 모인 난민 신청자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난민 신청장소가 이 근처 맞죠?"
18일 서울 양천구의 서울출입국외국인청 근처 지하철역에서 만난 중국 국적의 A 씨는 "한국에 체류할 수 있는 기한이 임박했으나 연장 방법이 없었다"며 "막막하던 차에 외국인 동료가 난민 신청을 권유했고, 함께 심사 방법을 알아보러 왔다"고 말했다.
2018년께 한국에 왔다고 밝힌 그는 "고국 상황도 코로나19 탓에 좋지 않다"며 "심사 결과를 크게 기대하지 않지만 한국에 더 머물 방법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털어놨다.
◇ 코로나19로 끊긴 하늘길…난민 신청 주춤
20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 따르면 올해 1∼4월 신규 난민 신청자는 894명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 4천404건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난민법이 시행된 이듬해인 2014년 1천574건이던 난민 신청자는 2015년 5천711건, 2016년 7천541건, 2017년 9천942건 등 매년 증가세를 기록했다.
제주도 예멘 난민 사태가 발생했던 2018년에는 1만6천173건으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2019년에도 1만5천452건을 기록하며 2년 연속 1만5천 건을 넘겼다.
그러나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했던 지난해의 경우 6천684건에 그치며 2015년 이후 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주단체 관계자는 "1년 넘게 이어진 코로나19 탓에 하늘길이 끊기면서 전체 외국인 입국자가 감소했고, 신규 난민 신청자도 함께 줄어든 것"이라고 분석했다.
◇ 매달 심사건수만 1천건…심사 대기자 1만6천여 명
반면 심사 건수와 심사 대기자는 크게 늘었다.
올해 1∼4월 난민 심사 건수는 3천879건으로, 넉 달 만에 역대 최대치였던 지난해(6천254건)의 절반을 넘어섰다. 매달 약 1천 건씩 난민 심사를 마친 셈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1천358건)과 비교했을 때 3배 가까이 불어난 수치이기도 하다.
4월 기준 난민 심사 대기자도 1차 심사 1만1천657건, 2차 심사(이의신청) 4천554건 등 총 1만6천211건으로 집계됐다.
난민 신청 절차를 돕고 있는 김영아 '아시아평화를향한이주' 대표는 "코로나19 이전에는 보름 이내에 심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는데 최근 들어서는 두세 달 이상 걸리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연초에 면접을 본 한 외국인은 반년 가까이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 시대에는 이의신청 건수도 증가했다.
지난해 이의신청 건수는 이전까지 최대였던 2016년(5천277건)을 넘어 6천 건에 육박했다.
올해 1∼4월의 경우, 집계를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이의신청(2천40건)이 1차 신청(894건)을 앞지르는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도균 제주 한라대 특임교수는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난민 인정 기준이 높아지면서 불허 판정을 받은 이들이 재심을 청구하는 경우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 '바늘구멍' 난민 인정률…0.3%로 역대 최저
올해 1∼4월 난민 인정률은 0.3%로, 집계를 시작한 1994년 이후 누적 평균치(2.9%)의 10분의 1에 그쳤다. 난민 인정률이 1% 밑으로 떨어진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이전까지 역대 최저치는 지난해 기록한 1.1%였다.
올해 1∼4월 난민 인정률과 인도적 체류 허가 비율을 더한 '보호율'도 0.8%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보호율은 2018년 16.5%, 2019년 6.1%, 2020년 3.6%로 줄곧 하락세를 나타냈다.
현재 난민 심사 통역인으로 근무하고 있는 B 씨는 "지난해부터 국내에 머무는 외국인이 심사장을 찾는 경우가 늘었다"며 "여행 비자나 노동 비자 등으로 입국해 체류 기간이 임박하자 난민이라는 대안을 찾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심사 효율성을 위해서라도 한국에 더 머물기를 원하는 외국인에게 비자 연장이나 전환 등 다른 대안을 마련해 주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shlamaz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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