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고문지도자 인터뷰
지난 2월 1일 미얀마에서 군부쿠데타가 일어난 이후 현재까지 체포된 사람은 4000여명으로 추정된다. 그중 고문으로 사망한 사람은 최소 300명이 넘는다고 알려졌다. 고문실에서 가혹 행위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이다. 이들을 고문한 한 경찰과 인터뷰를 했다. ‘고문기술자’인 그는 양곤에 있는 인세인교도소를 거쳐 현재 일선 경찰서에서 근무하고 있다. 신분을 노출하지 않기 위해 가명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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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로 근무한 지 얼마나 됐나요. 그리고 직급은 어떻게 되나요.
“하급으로부터 상급까지 업무를 맡아봤고, 경력은 30년이 넘습니다.”
-고문실에도 근무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업무를 맡았나요.
“상급 공무원이 됐을 때부터 검사 관련 업무를 맡았어요. 중요한 사건을 많이 맡아봤죠. 정치 관련 사건도 꽤 맡아봤습니다.”
-현재 고문실은 어디 어디에 있나요.
“고문실은 특수수사기관(Bureau of Special Investigation), 특수부 경찰(Special Branch Police), 군사보안군에 있어요.”
-그런 곳에는 주로 어떤 업무를 보나요.
“특수수사기관의 경우 경제사건을 중심으로 다뤄요. 특수부 경찰은 정치사건을 맡고, 군사보안군에는 특별 정치사건을 다룹니다.”
-고문실에서 조사를 담당하는 경찰들은 어떤 사람들인가요.
“특별히 구성된 경찰들이에요. 특수부 경찰, 범죄수사사령부(CID), 특수수사기관, 군사보안군 등입니다.”
-그들은 조사를 위해 어떤 훈련을 받나요.
“상급 공무원 훈련을 받을 때부터 고문실에서 어떻게 조사해야 하는지 선임공무원들이 기술들을 전해줬어요. 우리가 고문실에서 한 사건을 맡게 되면 윗사람들이 어떻게 조사하라고 지시를 합니다. 그리고 윗사람이 이 사람(체포자)을 조사할 때 이 사건과 무조건 관련시켜 걸리게 해야 한다는 지시가 이미 나와 있어요. 그렇게 꼭 조사해야 합니다. 안 할 수 없어요.”
-정치 관련 사건도 그렇게 조사하는 건가요.
“정치도 그렇죠. 주로 정치사건만 다루는 곳이라서요.”
-그러니까 윗사람이 사건을 넘겨줄 때부터 이 사람(체포자)을 이 사건과 반드시 관련지어 걸리게 해야 한다는 지시가 나와 있다는 건가요.
“맞아요. 윗사람들은 조건을 만들어 안내해줘요. 이런 점, 이런 점들이 이 사람이 이 사건과 관련이 있다 등의 정보예요. ‘넌 이 사건을 맡아 진술할 때까지 책임져.’ 그러면 밑에 사람은 체포자가 진술할 때까지 조사하는 거죠.”
-체포자가 저지르지 않은 사건 같은 경우는 어떻게 하나요.
“윗사람이 이미 진술하도록 하라고 지시했잖아요. 꼭 그렇게 됩니다. 걸리도록 만들어야 하는 거죠.”
-걸리도록 해야 한다고 했는데, 어떤 방식으로 조사하는 건가요.
“여러 방법이 있죠. 두가지만 말하면 비폭력과 폭력이 있어요. 비폭력은 비밀조사라고 할 수 있죠. 그리고 폭력을 쓰고 고문하는 방법이 있어요.”
-얼마나 높은 강도의 고문 방법이 있나요.
“사람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여러 방법이 있어요. 이런 고문 방법을 쓰다 보면 진술하게 돼 있죠. 그렇게 조사하게 됩니다. 조사하면서 머리에 물을 붓거나, 플라스틱 끈을 불태워 피부에 닿도록 하거나, 갈구는 등 여러 방법을 써요. 고문을 감당 못 하겠으면 결국 얘기를 해요. 다치는 사람들도 있어요. 고무줄을 당겨 날리는 방법 같은 경우 큰 부상이 없잖아요. 마지막에는 좌절하고 무조건 맞다고 인정하게 되는 거예요. 본인이 아니어도 고문을 견디지 못해 인정하는 거예요. 목숨을 잃을 수 없다는 뜻이죠.”
-그렇게 조사한 사람 중에 목숨을 잃은 사람들은 없나요.
“있죠. 많이 죽어요.”
-그렇게 사망한 사람들에 대해 누가 책임지나요.
“현재 윗사람들이 어떻게 거짓말을 하냐면요. 윗사람들에게는 담당 의사가 있어요. 미리 의사를 불러놓고 가짜 진단서를 만들어 서명하도록 시켜요. 사망자는 심장에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거짓서류를 만들어 사망기록을 만들어요.”
미얀마 양곤에서 쿠데타 반대 시위에 참여했던 한 시민이 총에 맞아 쓰러지자 사람들이 상태를 살피고 있다. / 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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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혁명’ 중에 젊은이들이 많이 체포됐잖아요. 밤에 데려가고 아침에 주검으로 나오거나 시신 찾으러 와달라는 등 연락도 받고 하는데, 어떤 사람은 시신조차 찾을 수 없는 상황이고요. 군부지도자 말로는 ‘건강이 안 좋아 사망했다. 군부의 고문에 의해 사망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부정했는데요. 어떻게 생각하나요.
“거짓말을 하는 거죠. 거짓말이라고 하고 싶어요. 일반적으로 조사하면 사건과 관련을 지을 수가 없잖아요. 하다가 사망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의사를 미리 불러 놓고, 의사도 또한 서명을 해줘요. 한마디로 거짓과정을 꾸미는 거죠.”
-그렇게 조사하는 경찰공무원들은 스스로 양심이 없다는 생각은 안 하나요.
“조사하는 경찰들은 알죠. 가끔 조사하러 갈 때 부당한 일이라는 걸 나도 알아요. 하지만 우리는 그들의 부하직원이고 당하는 사람들이라 눈감고 서명하고 조사하는 거예요. 사실 아무도 폭력을 쓰고 싶지 않아해요. 하지만 윗사람에 대한 공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고문실 관리자들은 군대 고위급 사람들이 대부분이에요. 그들이 ‘이 사건을 무조건 밝혀라, 너 쓸데없는 놈이다’ 등의 말들이 안 나오게 어떻게든 조사해야 해요. 끝까지 인정을 안 하는 체포자들은 우리가 중간에서 대신 서명하는 경우도 있어요.”
-아까 말한 것 중에 폭력, 비폭력 고문이 있다고 했는데 정확하게 이야기해줄 수 있나요.
“체포자에게 물을 안 주고, 음식 제공을 안 하고, 면담도 못 하게 하고…. 그렇게 두고 조사를 해요. 고집을 피우면 고문 강도를 한단계 높여요. 잠을 못 자게 해요. 폭력조사는 여러 방법이 있어요. 남성의 성기를 향해 고무줄을 날리거나, 진동기를 사용하는 등 여러 방법이 있어요. 별의별 잔인한 방법을 사용해 조사해요. 말하자면 끝이 없어요.”
-조사과정에 죽은 사람들은 어떤 고문 때문에 죽나요.
“조사를 담당하는 경찰들마저 신경이 예민해지는 거죠. ‘이놈은 이것만 얘기하라니까, 끝까지 얘기 안 하네.’ 어떤 담당자는 만취 상태도 있고, 남성 성기를 발로 밟거나, 군화로 밟다가 사망하는 거예요.”
-그렇게 조사하는 사람들은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나요.
“고문하는 사람들은 인간으로서 양심이 없어요. 조사를 담당하는 사람들은 따로 있어요. 고문실에는 구분돼 있어요. 어떤 사람들은 체포자가 만약 스님이라면 초면부터 ‘제기랄’, ‘빡빡이’ 등의 욕을 퍼붓고 때려요. 비폭력조사대, 폭력조사대로 구분돼 있어요. 폭력조사대가 담당하면 사망하는 경우가 많아요. 폭력조사대는 성격부터가 다르고 조사하는 것을 재미있어해요.”
-여성들을 조사할 때는 어떻게 하나요.
“여성은 따로 구분돼 있어요.”
-‘봄의 혁명’에 체포된 여성들을 때리고, 부상당한 사진들이 SNS에서 많이 돌아다니고 있어요. 풀려나오는 사람들이 얘기해주는 것도 있는데 그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한팀에 몇명을 조사해야 하는지 위의 담당자가 지시를 해요. 남자, 여자 다 포함되고 그대로 조사하는 거예요.”
-풀려난 사람들에 의하면 여성들을 조사할 때 성고문도 한다는데 사실인가요.
“당연히 하고 말고요. 그중에서 성폭행을 해 조사하는 방법도 있어요. 감옥에서 조사하는 게 아니고 고문실이 따로 있어요. 어떤 여성들은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데 그런 여성들에게 차마 귀에 담기 너무 수치스러운 말들을 하거나 욕하는 것도 있어요. 여성의 가슴을 때리거나 발로 찬다는 것은 다 사실이에요. 고문실팀에 소속된 사람들은 그렇게 조사해요.”
-그렇게 꼭 해야 한다고 위에서 지시하나요.
“위에서 사건과 무조건 관련지어 걸리도록 해야 한다고 얘기했잖아요.”
-미성년자들도 그런 식으로 조사하나요.
“조사하는 방법은 다 똑같아요.”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이 체포되면 어떤 법적 조치를 하나요.
“고문실은 아까 얘기했듯이 ‘짜이 까산’, ‘쉐삐따’, ‘흘라잉 따야’에 하나씩 있어요. 거기로 보내요. 그때부터 외부와의 연락이 차단되죠. 그때부터 때리고 조사하기 시작해요. 고문실에 가면 어떤 사건이든 밝혀지게 돼 있어요. 안 밝혀진 사건이 없어요. 진술 기록을 별도로 위에 보고돼요. 그다음에는 이 사람은 어디로 보내라 등의 명령이 떨어져요. 예를 들어 5명이 체포됐다면 3명을 감옥으로 보내고, 나머지 2명을 어떤 사건 관련해 조사하라는 지시도 있고. 그다음에 소송을 거는 거예요.”
-시위하다 잡혀간 젊은이들은 무기를 소유하지 않았는데 소유했다거나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는데 살인자로 부른다거나, 살인혐의를 저지르도록 옆에서 장려하는 등 군부가 혐의로 공포하는 것들이 있는데요. 어떻게 생각하나요.
“아까 얘기했던 것 그대로예요. 거짓과정을 만드는 거죠. 왜냐하면 우리가 조사했을 때 위에서 어떤 민가를 표적으로 삼아 체포하라고 시킬 때부터 어떤 사건을 조작해야 하는지 지시해 놓은 상태예요. 무기 소지 혐의라면 미리 무기를 챙겨가요. 목격자도 미리 데려가 증인으로 만들어버리는 거죠.”
-그럼 이미 공포한 사건들은 거짓이라는 건가요.
“맞아요. 다 거짓이에요. 우리는 알죠.”
-현재 군부에 맞서 저항하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어떠한 조언을 하고 싶으세요.
“체포되지 말고 도망가요. 그놈들 손에 잡히면 끝입니다.”
김영미 다큐앤드뉴스 대표기자 youngmekim52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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