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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초유의 현직 당대표 징계

이준석 당대표 1주일, 정권·세대교체의 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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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진보재집권 ‘빨간불’… ‘보수우위’ 오래갈 가능성

경향신문

/권호욱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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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특이한 이력을 가진 사람입니다.”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36)의 말이다.

“스물일곱 살에 정치참여를 시작한 이래 대한민국에서 정치권에서 저처럼 일거수일투족이 포털뉴스에 박제돼 있는 사람도 드물 것입니다.”

당대표 선거 전, 5월 22일 열린 정치카페 하우스(How’s)가 주최한 ‘0선·초선이 당대표 해도 괜찮을까요?’ 토론회에 참석해 한 말이다.

자기를 소개하는 ‘인생사진’ 3장을 제출하라는 요구에 그는 포털뉴스에 ‘박제’돼 있는 자신의 비대위 참석 사진을 첫 사진으로 제시했다.

“…특정한 사진들이 많이 발견됐어요. 물 마시는 이준석, 여기도 물 마시는. 이게 우연일까요. 사진기자님들이 제가 물먹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하는 것 같습니다.” 일종의 자학개그다.

“마지막으로 저의 선대위원장님을 보여주겠습니다.” 이날 토론회에서 그가 세 번째로 제시한 사진은 자신의 사진이 아니었다. 특정세대만을 대변하는 이준석은 당대표가 될 수 없을 것이라고 언론 기고로 저격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의 사진이다.

진 교수가 실제 그의 선거를 도왔다는 것이 아니다. 이어 그는 자기의 역할을 ‘젠더 문제와 같은 사회이슈가 곪아터지고 극단화되기 전, 고름이 차기 전에 바늘로 터트리는 사람’으로 규정했다.

■ 이번 대선 ‘제3지대’는 없다?

그가 당대표가 된 지 1주일이 지났다. 정치판에서 첫 1주일은 정무적 시간이다.

첫 단추를 어떻게 끼느냐에 따라 이후 행보가 달라진다. 당대표 이준석은 어떤 모습을 보여줬을까.

선거기간 공약한 업무개시 첫행보인 대전 현충원 천안함 묘역방문. 이어진 광주광역시 학동 건물붕괴현장 방문뿐 아니라 여러 일을 치러냈다. 신임 당대표 인사 방문 전 같은 동네에 사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만났다. 공식·비공식 방문으로 두차례 만난 것이다.

상당수의 종합일간지가 인터뷰했다. 셀럽을 능가하는 관심의 폭발이다. 치러야 하는 입장에서도 어마어마한 스케쥴이다.

“10년 동안 국회의원 배지도 못 달면서도 경쟁력을 많이 키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의 말이다.

그는 ‘이준석의 1주일’에서 가장 인상적인 사건을 당선된 바로 다음날 안철수를 만난 일을 꼽았다.

“순발력이 빠르고 말도 빠르다. 거침없다. 맷집도 강하다. 미국 권투선수 메이웨더가 생각난다. 이건 이준석 본인의 장점인 것 같다. 단점으론 숙고 부족이나 방어력 문제가 걸리지만.”

그는 이준석이 한국보수정당의 주류교체를 성공적으로 이뤄낼 것으로 판단했다.

“그동안 한국보수의 특징이 뭔가. 지역주의와 반공으로 먹고살았던 사람들이다. 이건 비상식이다. 스펙에는 어디에도 꿀릴 것 없는 친구가 등장해 비상식을 탈각시켜내고 현대화된 보수 엘리트층을 재편하는 데 선구자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

공희준 작가는 7월 발간 예정으로 이준석에 대한 다각도의 인물비평을 모은 책을 준비하고 있다. 가제는 <이준석 빼고 다 집에 가라>다.

이준석 현상을 보는 그의 핵심 문제의식은 이렇다.

“이번 대선에서 제3지대는 없을 것이다. 이준석 자체가 제3지대다. 세대교체인 동시에.”

그는 언론이 거대 양당체제의 보수야당 대표가 된 것으로 이준석을 국한시켜 이야기하는 것이 잘못됐다고 덧붙인다.

“역대 제3지대 후보들의 공통점은 불쏘시개가 됐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준석은 현행 헌법에서는 나이제한에 걸려 대선 출마 자격도 없다. 그러니 걸어다니는 제3지대, 당내 당이다. 역대 제3지대를 보면 결국 기존 정당에 흡수되는데 반대다. 이준석은 거대 양당체제에 알박기한 제3지대다.”

당대표 당선 후 진보시사유튜브 방송을 통해 이준석 군 대체복무 의혹 등이 불거진 것도 주목받기 어렵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586 특유의 네거티브, 공작정치다. 예전엔 그게 통했다. 자신들보다 센 사람들을 상대로 한 네거티브였기 때문이다. 성경적 인물로 비유하자면 다윗은 이준석이다. 이준석을 지지하는 젊은 세대의 눈에는 586의 비루함으로 보일 것이다. 골리앗이 다윗에게 돌팔매 짓을 하는 것으로 보일 것이다. 아마 잘 맞지도 않을 것이고.”

그는 이준석 당대표를 만들어낸 지금의 상황에서는 더 이상 진보·보수로 나누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정부 들어 나온 결과가 뭔가. 서로 보수·진보해봤자 똥 묻은 놈이 겨 묻은 놈을 나무라는 꼴이었다는 것이 밝혀진 것 아닌가. 보수만 극혐인 줄 알았는데, 진보도 그랬다는 것이다. 좋게 말해 기득권끼리의 다툼이었다는 게 밝혀진 것이다.”

■ “이준석 등장은 586세대 비루함 드러낼 것”

한국 정치에서 지금의 보수정치의 뿌리는 1990년 3당 합당이다.

진보를 특정 지역, 호남에 가둬놓고 포위하는 인위적인 정계개편이다. 그게 소위 87체제 이후 보수정치의 근본적인 한계이자 기형성이었다.

민주자유당에서 현재 국민의힘으로 이어지는 한국의 보수정당은 지난 30년간 호남에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

전국정당화라는 목표에서 앞서가는 것은 현 집권당인 민주당이었다. 지난 2016년 총선에서 안철수가 보수파인 구민주계 인사들과 함께 탈당해 국민의당을 창당하면서 만들어진 ‘의도하지 않은 결과’였다.

4·7 재보궐선거 전 김종인의 이명박·박근혜 정권에 대한 사과, 그리고 5·18 묘역 방문은 그 기형적 보수주의의 극복 의지였다. 이준석의 광주 방문도 같은 맥락에서 읽을 수 있다. 그런데 공 작가의 생각은 한발 더 나아간다.

“이준석의 한가지 문제는 광주를 너무 자주 간다는 것이다. 한국의 정치현장은 더 이상 부산도 아니고, 광주도 아닌 서울이다. 이준석을 수도권 2030세대가 만들었는데, 광주·호남은 구정치를 상징한다. 이준석은 자기를 띄워 올린 시대정신을 캐치하기 위해 지방순행을 할 필요가 없다. 광주와 부산은 586의 어젠더다. 남의 어젠더에 이준석이 왜 끼어드나.”

경향신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오른쪽)가 6월 16일 오후 국회에서 신임 인사차 예방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인사말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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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보수의 전국정당화도 이젠 달리 봐야 한다고 했다.

“지금은 민주당이 보수당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호남 대선후보를 못 내는 정당이다. DJ 이후 특정 지역의 정치인만 대선후보가 못 된다는 점에서 여전히 한계가 있는 보수다. 나는 한국보수의 정상화는 586의 정상화라고 생각한다. 586이 보수다. 이제 50대가 보수이고 호남이 보수다. ‘지금 이대로’가 보수 아니냐. 그런데 민주당과 호남은 ‘지금 이대로’를 외친다. 그게 보수가 아니면 뭐가 보수냐.”

김장수 제3정치연구소 소장은 이준석의 등장을 “꼰대스러운 586을 대표하는 이재명이 아주 제대로 된 선수를 만났다”고 말한다.

“나도 586세대에 해당하지만, 이재명은 너무 후져 이 시대에 안 통한다고 본다. 나도 그랬지만 그때 운동권 시절이나 지금이나 공부를 너무 안 한다. 단순하게 내지르는 것을 지지자들은 ‘사이다’라고 하는데, 지금 2030세대나 조금만 생각해본 사람들이 보기엔 구리다. 선악이분법은 과거 운동권들이 주로 쓰던 레토릭인데 지금 이재명이 딱 그렇다. 그런데 그것을 어떻게 공박해야 하는지도 이 친구(이준석)는 잘 알고 있다. 이 친구는 상당히 많이 준비된 친구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대선에서 이준석은 보수 쪽으로선 하늘이 내린 선물이다.”

2030세대는 586세대의 주장을 왜 꼰대스럽다고 느끼는 걸까. 김 소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핵심은 자기의 삶과 관계없는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다. 친일논쟁하고 검찰개혁이 그렇게 중요한 주제였을까. 물론 586 자신들에게는 중요한 주제였으니 ‘조국 수호’를 말하는 것이겠지만, 2030세대는 훨씬 현실적이다. 자기들이 사는 것, 일자리, 국민연금 그런 것이 중요하다. 이준석은 이 세대가 관심을 갖는 이야기를 꾸준히 해왔다. 코인이 대표적이다. 거기에다 민주당이 불을 지른 것이다. 집값은 이 친구들이 되게 심각한 문제로 보는데, 운동권 경력으로 30~40년 먹고살아온 586의 무능이자 이권의 상징으로 봐왔다. 그리고 LH 사건과 그 대응에서 그 저열한 수준이 진짜로 드러난 것이다.”

‘세대’는 이준석 당대표 체제 분석의 주요키워드다. 하헌기 새로운소통연구소 소장의 말이다.

“지금의 4050세대들이 20대일 때 어른들이 6.25나 반공을 이야기하면 ‘그 옛날 이야기를 왜하냐’는 식의 반응을 보였다. 그런데 지금 20대 중 제일 어린 친구가 2002년에 태어났다. 대한민국 축구가 월드컵 4강 진출할 때 태어난 친구들이다. 민주화세대도 자기만의 정의와 주관이 중요하고, 실제 그 숙제도 남아있지만 지금 20대들이 보기에 586이 말하는 ‘정의’는 현실에 발딛고 서 있는 이야기로 들리지 않는다.”

“재미있는 것은 이준석을 앞세워 정치적 효능감을 키워나가고 있는 2030세대의 아버지가 586세대라는 점이다.”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에서 당 사무처에서 핵심역할을 했던 인사의 말이다.

“맥락은 전혀 다르지만, 권력지향적이라는 점에서 두 세대는 닮았다. 586의 리더들이 민주당을 비롯한 진보 쪽에 많은 것은 사실인데, 아랫세대의 등장을 더 가로막은 것은 보수정당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20대가 아버지세대의 견고함을 뚫기 위해 선택한 무기가 보수였다. 586세대가 20대였을 때는 민주를 선택해 ‘반민주세력’을 대표하는 자기 아버지세대를 뚫고 넘어갔다면 지금의 20대는 보수정당을 방패삼아 공정이라는 칼로 치고 들어가겠다는 것 아닌가.”

그러나 이준석의 세대교체는 한계가 많을 것이라는 게 그의 전망이다.

“공천을 받기 위해 자격시험을 보겠다는 것은 헌법에 위배되는, 정당의 운영원리와 맞지 않는 비민주적 발상이다. 대변인 선발을 위한 2 대 2 토론 배틀은 할 수도 있다. 하나하나의 과정이 화제를 모으면서 흥행에 성공할 수는 있다. 20대가 쉽게 이해하는 게임의 형식이 될 것이다. 그러나 정당의 활동은 훨씬 더 진지하고 엄중함이 있어야 한다. 원내 2정당의 당수는 대한민국 서열 8위다. 거기에 맞는 무게감을 스스로 느껴야 한다. 그게 역사적 소명의식이다. 온라인게임 하듯 즐거우니 넣어보자고 할 수는 있는데, 온라인게임이 스트레스 해소는 될 수 있어도 자주하면 중독된다. 짜증도 나고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진다. 그런 위험성이 내포되어 있다. 기업에 오너리스크가 발생해 휘청이는 기업이 많듯이 정치판에서도 그런 ‘오너리스크’가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있을까.”

■ 이준석 등장, 예상 못 한 세대교체의 서막

최병천 전 서울시 정책보좌관은 이준석의 등장이 대한민국의 세 번째 세대교체의 서막이 될 것이라고 봤다.

“첫째는 1961년 5·16쿠데타다. 40대 박정희와 30대 김종필이 쿠데타 세력의 중심이었다. 그때의 대척점에 있는 이승만·장면 등의 인사는 구한말에 태어난 사람들이다. 야권에서 DJ·YS의 40대 기수론이 등장한 것이 1971년이었는데, 보수는 10년 앞서 40대기수론을 실천한 것이다. 둘째가 386세대다. 1992년 총선에서 당시 20대 후반이었던 김민석이 영등포을에 출마해 보수 관료 출신의 기득권 대표인 나웅배와 새벽 3~4시까지 엎치락뒤치락 박빙싸움을 했다. 아깝게 졌지만 당시 20대 후반이었던 86세대의 득표력, 정치적 상품성을 시험해본 것이다. 그후 여야를 가리지 않고 영입경쟁이 벌어졌다. 지금 이준석의 등장도 마찬가지다. 이준석이 세력이 있냐 없냐를 말하는데 중요한 것은 유권자 세력이다. 세력이 있으니 당대표 선거에 당선된 것이다. 지금의 당대표 선거에서 나타난 흐름은 2022년 총선과 지방선거, 이후 2024년 총선까지 계속 이어질 것이다.” 과연 그렇게 될까.

“1987년 이후 한세대, 30년이 종료되면서 벌어진 촛불의 역설이다.”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의 말이다. 민주화 세력이 결합·주도해 진행한 탄핵과 촛불이 앞으로 진행될 ‘새로운 30년’이 기존 민주화 질서의 연속, 공고화로 이어질 것으로 예견했고, 이후 치러진 지방선거와 총선에서 대승으로 그런 결과로 이어질 것으로 진보는 확신했다. 하지만 진보진영 정치엘리트의 내로남불에 대한 반발로 ‘진보적인 MZ세대의 출현’이라는 기대와 달리 이준석 현상이라는 백래시로 귀결됐다는 것이다. 예상 못 했던 ‘유권자 재정렬’은 이대로 굳어지는 걸까.

안 교수는 “결국 보수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이준석의 등장으로 리버럴한 성격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보수의 환골탈태가 이뤄진다면 이후 치러질 선거에서 보수우위 구도가 꽤 오래갈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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