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항소심, 2차례 연기 끝에 전두환 없이 열렸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지난 해 11월 30일 5·18 헬기 사격을 목격한 고(故)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 재판을 받은 뒤 부인 이순자씨 손을 꼭잡고 광주지방법원을 빠져나가고 있다. /공동취재

사자(死者)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전두환(90) 전 대통령에 대한 항소심 재판 2차례 연기 끝에 재개됐다.

광주지법 형사1부(재판장 김재근)는 14일 오후 2시 201호 법정에서 사자명예훼손 혐의를 받는 전 전 대통령에 대한 항소심 재판을 진행했다.

재판부는 전 전 대통령이 지난 달 10일에 이어 이날도 법정에 나오지 않자 ‘피고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다시 정한 기일에 출정하지 아니한 때에는 피고인의 진술 없이 판결을 할 수 있다’는 형사소송법 365조 2항에 따라 궐석 재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이에 대해 “형소법 조항에 따르면 피고인 진술 없이 ‘판결할 수 있다'는 것이지, ‘공판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며 즉시 판결하거나 피고인 인정신문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인이 출석하지 않고) 재판을 진행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 전 대통령인 박근혜도 출석하지 않고 항소심을 진행했다”며 “특별하게 검토하겠지만 오늘은 피고인 진술 없이 재판을 하겠다”고 답변했다.

이날 재판에서 검사와 변호인은 각각 항소 이유를 설명했다.

변호인은 “원심은 목격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헬기 사격이 있었다고 판단했으나, 목격자들의 진술은 신빙성이 떨어진다. 헬기사격은 없었다”며 원심 판결을 취소하고 다시 판단해달라”고 했다.

검사는 “헬기사격이 없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피고인은 1심 판결 후에도 조 신부에 대해 계속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죄질이 불량하고 전혀 뉘우치지 않고 있다”며 집행유예가 아닌 실형을 선고해달라고 했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에 구체적인 증거 조사 방법 등을 정하기로 했다. 다음 재판은 7월 5일 열린다.

전 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4월 발간한 회고록에 5·18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해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기술,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해 11월 30일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선고받았다.

[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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