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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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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빵은 맛없다’ 인식 깨기 10년…이제 ‘건강빵은 맛있다’ [푸드 플러스-임지혜 뚜레쥬르 상품팀장 ‘건강빵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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쫄깃한 식감 위해 ‘탕종법’ 도입

물 대신 우유반죽 ‘촉촉’ 승부수도

‘소수가 즐기는 빵’ 편견 깨는 행보

집콕 확산 ‘1식은 빵’ 속속 자리잡아

디즈니와 협업 ‘맛있는 스토리’ 장착

건강빵 발견하는 재미는 ‘소비자 몫’

헤럴드경제

임지혜 뚜레쥬르 상품팀장은 “코로나19 장기화로 비만 문제가 대두되고 집밥 횟수가 증가하면서 건강한 빵으로 한끼 식사를 대신하는 경우가 크게 늘어났다”고 했다. 박현구 기자/ph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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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밋밋한 그 빵, 무슨 맛으로 먹어?” 요즘 트렌드를 잘 모르는 소리다. 달콤한 크림이나 팥도 없지만 SNS에 올려지는 사진들로 대세 트렌드를 입증하고 있다. 담백한 맛, 쫄깃·바삭한 식감의 재미, 나만의 활용법 등이 매력 요인으로 꼽히는 뚜레쥬르 ‘건강빵’ 이야기다.




지난 10년간 ‘건강빵’ 카테고리에 매진해온 뚜레쥬르는 최근 웰빙 트렌드와 맞물리면서 관련 매출도 높아지는 추세다. ‘건강빵=맛있다’는 그 어려운 공식도 풀어냈다. 임지혜 뚜레쥬르 상품팀장을 만나 건강빵 트렌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난 2007년 CJ푸드빌에 입사한 임 팀장은 신사업기획과 브랜드마케팅 업무를 거쳐 현재 베이커리상품팀을 맡고 있다. 오랫동안 베이커리 흐름을 지켜봐온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소비자의 빵 소비습관을 빠르게 바꿔놓았다고 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집밥문화가 확산되면서 하루 한끼 이상을 빵으로 먹는 ‘빵식(食)’이 크게 늘어났어요. 더욱이 아이들의 비만이 늘어나고 영양소 균형 문제가 대두되면서 빵도 건강하게 먹자는 분위기가 조성됐죠. 지난해의 경우 전년 대비 매출이 25~30%까지 늘어난 ‘식사빵’ 품목도 나왔습니다. 특히 식빵류에서 이러한 변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났어요.”

‘식사빵’이란 식빵과 ‘유럽빵’으로 불리는 곡물빵·치아바타·캄파뉴 등이 해당된다. 소위 건강빵을 말하는 제품들이다. 흥미로운 점은 뚜레쥬르 전체 카테고리 매출 중 식빵류가 가장 높다는 점이었다. 임 팀장은 “최근 식사빵 수요가 증가하면서 식빵류가 자사의 대표 건강빵으로 언급되고 있다”고 했다.

뚜레쥬르의 식빵은 다양한 종류로 유명하다. 생크림식빵·통우유식빵·곡물식빵 등 기존 ‘식빵’이기를 거부하는 상품들이 개발됐으며, 이제 뚜레쥬르 하면 ‘식빵’이 떠오를 만큼 인기 품목으로 자리 잡았다. 물론 여기까지 오는 데 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본격적으로 건강빵 메시지를 전달하기 시작한 것은 2012년 ‘빵을 읽다’ 캠페인이었어요. 이후 2020년 ‘모닝 캠페인’까지 해마다 건강빵을 내세우며 고객과 소통해왔죠.”

지난 2018년 ‘데일리 브레드 캠페인’ 때 출시한 ‘통우유식빵’은 특히 소비자 반응이 컸다. 임 팀장은 “물 한방울 없이 우유만 넣고 반죽한 이 제품은 우유의 풍미와 촉촉한 식감을 끌어올려 지금도 인기가 높다”고 했다. 현재는 이 같은 인기 품목도 연이어 나오고 있지만 10년 전에는 쉽지 않은 길이었다. 달고 기름진 빵들이 매출을 견인함에도 당시 인기가 없던 건강빵에 집중했던 이유가 궁금했다.

“건강빵이 브랜드가치와 맞았기 때문에 힘들어도 밀고 나갈 수 있었어요. ‘건강함·신선함·신뢰’라는 가치와 어울리는 대표 제품이 있어야 브랜드가 지속될 수 있다는 판단이었죠.”

이후 건강빵에 대한 고민이 이어졌고, 그 시작은 ‘건강한 빵’ 정의를 다시 세우는 일이었다.

“‘건강빵은 맛이 없다’ 혹은 ‘건강에 관심 많은 소수가 즐기는 빵’이라는 편견을 깨야 했어요. ‘건강빵은 이런 맛일 거야’라는 예상을 깨뜨리고 ‘건강빵은 맛있다’로 인식되는 것을 목표로 잡았습니다.”

임 팀장은 이를 위해 빵의 재료나 제조공법을 달리해야 했다고 말했다. 기존 우유식빵보다 우유 함량을 3배 늘리거나 영양소가 풍부한 흑미·귀리 등을 넣었다. 식감도 중요한 요인이었다. 특히 한국인이 좋아하는 쫄깃한 식감을 위해서 반죽을 끓는 물로 하는 ‘탕종법’도 도입했다. 수분이 많아져 촉촉하면서도 쫄깃해진 식빵은 식감을 중요하게 여기는 젊은 층의 기호에 제대로 어필됐다. 이를 토스트로 굽거나 아예 겉이 바삭하게 나온 식빵은 ‘겉바속촉(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 유행에 따라 인기를 끌었다.

이와 더불어 임 팀장은 상품의 포인트를 줄 수 있는 ‘맛있는 스토리’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처음엔 선뜻 손이 안 가는 건강빵인 만큼 소비자의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서였다. 디즈니와의 협업도 이러한 배경에서 진행됐다.

“친근함을 느끼도록 귀여운 디즈니를 이용했어요. ‘푸우’가 그려진 식빵, ‘미키마우스’ 모양을 한 빵은 아이는 물론 어른의 호기심까지 자극하죠. 특히 이번 시리즈는 디즈니의 까다로운 국제건강식품가이드를 충족한, 국내 첫 협업 제품으로 의미가 큽니다.”

디즈니에 건강식품 기준이 있다는 사실은 꽤 의외였다. 임 팀장은 다른 식품과 달리 빵은 디즈니가 정한 규제에 따라야 캐릭터를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포화지방·나트륨·트랜스지방 등의 함량을 따라야 하는 식이다. 빵 카테고리마다 기준도 달랐다. 그는 “식빵의 기준은 가장 엄격해서 뚜레쥬르 최초로 ‘맛없는 식빵’이 나오겠다는 걱정도 했다”며 미소지었다. 하지만 개발팀은 담백한 맛과 식감을 최대한 살려 그의 우려를 해소시켰다. 당 함량을 낮춘 ‘고소함이 톡톡 곡물식빵’은 “와인과도 어울린다”는 내부 반응을 얻으며 만족도가 높았다고 했다.

이러한 건강빵은 ‘무엇인가 더하지 말고 그 자체로 먹어야 가장 좋다’는 것이 그의 추천이다. 씹을수록 전해지는 단맛이나 빵의 식감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는 이유다. 하지만 취향에 따라 빵을 활용하는 것도 건강빵의 매력 중 하나다.

“다양한 맛을 즐기고 싶다면 스프레드를 발라먹거나 발사믹식초 오일, 스프에 찍어 먹어도 맛있어요. 치아바타는 에어프라이어에 살짝 구운 후 햄치즈를 올려도 좋습니다. 식사빵은 뜯어먹거나 찍어먹는 등 각자 다르게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이 때문에 ‘자르지 않은 식빵 없냐’고 문의하는 고객도 생겼죠.”

임 팀장은 ‘건강빵에 너무 일찍 뛰어들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초기 반응은 싸늘했다고 했다. 하지만 건강빵 진열대를 휙 지나가던 소비자들도 이제는 확실히 달라졌다. 요즘 유행어처럼 건강빵에 ‘진심’이었던 10년간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임 팀장은 “건강한 식습관에 대한 관심이 지속되면서 건강빵의 진가는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건강빵의 맛과 영양·스토리 등을 하나씩 발견해가는 재미는 이제 소비자의 즐거운 몫이다.

육성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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