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국 집중단속 천명키로
묻혀서 던지면 투구 회전수 급증
공인구 미끄럼 방지… 구위 향상
양키스 콜·다저스 바우어 ‘직격탄’
규제 발표후 부진한 투구로 의심
류현진·디그롬 ‘청정 호투’ 평가
게릿 콜(왼쪽), 트레버 바우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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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메이저리그(MLB) 공인구는 미끄럽기로 유명하다. 한국과 일본 프로야구 공인구에서 쓰는 미끄럼을 방지하는 첨가물을 넣지 않는 탓이다. 이 때문에 경기 전 진흙을 공에 미리 묻혀 두지만 여전히 투수들은 불편을 호소한다. 공인구 제조사인 롤링스는 새 공인구를 개발 중이라고 하지만 감감무소식이다.
그래서 적지 않은 MLB 투수들 사이에서 암암리에 사용돼 온 것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파인타르’다. 투수들이 글러브나 모자 등에 미리 묻힌 뒤 이를 손가락에 발라 공을 던진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너무 티 나지 않는 이상 묵인하는 분위기였다. 구속 증가 등 눈에 띄는 효과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스탯캐스트’라는 과학적 투구 분석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투수의 구위에서 구속보다 더 중요한 것이 회전수라는 것이 알려졌고, 파인타르가 투구 회전수를 급증시킨다는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논란이 커지자 결국 MLB 사무국은 최근 ‘공 회전수의 극적인 변화’를 근거로 ‘이물질 사용 부정 투구’를 적발하겠다고 천명했다. 이러자 MLB 특급 투수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대표적인 이가 게릿 콜(31·뉴욕 양키스)과 트레버 바우어(30·LA 다저스)다.
콜은 연봉 3600만달러로 제이컵 디그롬(뉴욕 메츠)과 함께 투수 중 최고액을 받는 선수이고, 바우어 역시 3133만3333달러로 투수 8위에 해당한다.
실제 콜은 2017년 분당 포심 평균 회전수가 2164회였던 것이 2019년에는 2530회로 급증한 뒤 에이스로 발돋움했다. 바우어 역시 2017년 2277회였던 분당 회전수가 지난해에는 2779회로 대폭 늘었다.
그런데 이들은 MLB의 규제 발표 이후 등판한 경기에서 부진한 투구로 의심을 사고 있다. 콜의 경우 지난 4일 탬파베이 레이스전에서 2561회인 올 시즌 평균보다 125회 적은 2436회에 그치며 5이닝 5실점 패전 투수가 됐다. 바우어 역시 최근 두 경기 연속 좋지 않았다. 특히 지난 7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전에서 그의 투구 회전수는 올 시즌 평균인 2835회보다 무려 223회나 떨어진 2612회였다.
한편으로 바우어가 파인타르의 회전수 증가 효과를 가장 먼저 문제화한 장본인이란 것은 아이러니다. 2019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파인타르가 회전수를 400까지 늘릴 수 있다고 잘 나가던 콜을 저격한 것이 시작이었다. 이어 2020년 3월 LA 에인절스 클럽하우스 매니저 브라이언 하킨스가 선수들에게 파인타르를 공급하다 해고된 뒤에는 다큐멘터리에 출연해 MLB 투수 70%가 파인타르를 사용한다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실제 이물질 사용 의심 선수로는 저스틴 벌랜더, 맥스 셔저, 클레이턴 커쇼, 다르빗슈 유 등 에이스급이 즐비하다.
정작 자신이 파인타르 수혜자로 지목받는 데 대해 바우어는 “모두가 공평한 상황에서 투구하기를 바란다”며 직접적인 언급을 회피했다. 콜은 투구 때 이물질을 사용했느냐는 질문에 “나는 안했…”(I don’t)까지만 말한 뒤 한참 지나서야 “솔직하게 말해서 어떻게 답변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피해가기 급급했다.
반면 에이스급 투수들 가운데서는 디그롬과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 등이 파인타르 논란에서 자유로운 투수로 꼽힌다. 그래서 이들의 호투가 더욱 높은 평가를 받는 분위기다.
송용준 기자 eidy01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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