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1년, 그 후-上]
조주빈, 2심서 42년 선고…공범들도 속속 심판대
경찰, 10월까지 사이버성폭력 집중단속
제2의 n번방 사건도 수사중…일부 검거해 입건
17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와 텔레그램 '박사방'에서 운영자 조주빈을 도와 대화방 운영·관리에 관여한 공범 '부따' 강훈이 탄 차량이 서울 종로경찰서를 나와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향하자 시민들이 강력처벌을 촉구하며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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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송승윤 기자, 이정윤 기자] 지난해 초 전국민적 분노를 불러 일으킨 이른바 ‘n번방’ 사건. 경찰이 대대적으로 수사를 시작한 뒤 영원히 숨어있을 것만 같았던 주범들이 잇따라 검거됐고 관련자들은 속속 법의 심판을 받고 있다.
박사방 운영자이자 이 사건을 촉발한 ‘박사’ 조주빈(26)은 지난 1일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42년의 중형을 선고 받았다. 그는 이날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 뒤 부친을 통해 사과문을 공개하고 "법적 의무를 떠나 피해 갚아가기를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라며 뒤늦게 참회의 뜻을 밝혔다. 조씨는 1심에서 징역 45년을 선고 받았다가 2심에선 3년 감형됐지만 최근 강제추행과 강요 등 혐의로도 추가 기소돼 재판을 앞두고 있다.
'텔레그램 성착취 대응 공동대책위원회'는 이 판결 직후 서울고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항소심에서 엄벌을 촉구하는 탄원서에 8000명 넘는 시민이 서명했다"며 "탄원에는 조주빈 등 뒤에 숨어있는 수많은 성착취 가해자과 그들의 가해를 가능하게 한 성차별적 사회 구조를 바로잡고자 하는 염원이 담겼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밖에도 ‘부따’ 강훈(19)과 ‘이기야’ 이원호(20) 등 그의 공범들은 각각 징역 15년과 징역 12년을 선고 받았고, 또 다른 공범 남경읍(30)은 징역 20년을 구형 받아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n번방 운영자 ‘갓갓’ 문형욱(25)도 1심에서 징역 34년을 선고 받고 항소해 2심이 진행 중이다. 그의 공범 안승진(26)은 1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 받았고 이 밖에도 n번방과 유사한 성착취물 유포 대화방을 운영한 ‘켈리’ 신모(33)씨와 n번방의 통로 역할을 한 ‘와치맨’ 전모(38)씨가 각각 징역 4년과 7년을 선고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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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 단죄가 이뤄지고 있음에도 추가 피해가 계속되고 피해자들의 고통과 2차 가해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가수 정준영 사건의 피해자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더 이상의 2차 가해를 막아달라’는 게시물을 올려 "n번방 사건 등으로 불법 촬영 범죄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는 등 변화가 있었지만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각종 2차가해는 여전히 만연하다”며 성범죄 2차 가해처벌법 입법과 △포털의 성범죄 뉴스 댓글창 비활성화 △민사소송 시 피해자 개인정보보호 관련 입법 등을 호소하기도 했다.
얼마 전엔 ‘제2의 n번방’으로 불리는 대규모 불법촬영 영상 유통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방에선 100여명에 이르는 피해 여성들의 성착취물과 이름, 주소, 직업 등의 개인정보가 유통됐다. 최초 영상을 불법 촬영한 A씨는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극단적 선택을 했으나 사망 전 그가 유포한 영상이 텔레그램 등에서 재유포됐다. 이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경찰청은 불법 촬영물을 유포·소지한 관련자 일부를 입건했고 나머지 관련자를 추적 중이다. 경찰은 앞서 ‘제2의 소라넷’으로 불리는 불법 촬영물 공유 웹사이트 등에 대해서도 수사에 착수했다. 해당 영상들은 이곳에서도 유통된 것으로 확인됐다.
n번방 사건을 계기로 출범한 경찰청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본부는 지난해 12월 9개월 동안 3500명 이상의 관련 사범을 검거하고 운영을 종료했다. 경찰은 특수본 운영 기간에 매번 전국의 관련 사범 검거 현황을 발표했으나 지금은 통계를 내지는 않고 있다. 대신 전국 지방경찰청 사이버성폭력 전담수사팀을 중심으로 디지털성범죄를 상시 단속 중이다. 경찰청은 오는 10월까지 ‘사이버성폭력 불법유통망·유통사범 집중단속’을 전개하기로 하고 △텔레그램 등 보안메신저와 다크웹 등 성착취물 불법유통망 △성착취물 △불법촬영물 △불법합성물 등을 제작·유통하는 공급자와 이를 구매·소지·시청하는 이용자에 대한 단속을 벌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디지털 성범죄와 관련해선 늘 엄정 단속을 원칙으로 수사 중"이라며 "성착취물 제작·유포자뿐만 아니라 단순 소지자도 끝까지 추적해 디지털 성범죄를 뿌리 뽑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승윤 기자 kaav@asiae.co.kr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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