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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대현 기자] "(영상물을) 다운로드하는 동시에 공유된다는 점이 프로그램에 처음부터 공지돼 있습니다. 피고인도 이를 충분히 인식했을 것입니다."(검사)
"피고인은 프로그램 운영 원리·방식을 전혀 몰랐습니다. 정보통신 지식이 없는 나이드신 분들은 말씀하신 토렌트 운영 방식을 알지 못합니다."(변호인)
파일 공유 프로그램 '토렌트'를 통해 아동·청소년 성착취 영상물을 내려받은 50대 남성이 성착취물 소지죄뿐 아니라 배포죄까지 유죄를 인정받게 됐다. 토렌트는 여러 사용자에게 조금씩 나눠진 파일 조각을 하나로 합쳐 영화나 음악 등을 내려받는 프로그램으로, 특정 파일 조각을 받으면 해당 조각이 없는 다른 이용자에게도 동시에 전송돼 다운로드와 업로드의 경계가 모호한 점이 특징이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3단독 유동균 판사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A(59)씨에게 최근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년간 보호관찰 및 아동·청소년기관 등에 2년간 취업제한 명령도 함께 내렸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5년 넘게 토렌트를 사용한 점, 다운로드 시 화면이 '배포중'으로 바뀌는 것을 보았다고 진술한 점 등에 따르면 (배포죄를 비롯한) 공소사실이 모두 유죄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앞서 A씨는 2019년 9~11월 미성년자가 음란행위를 하는 영상을 토렌트로 내려받아 소지하고 불특정 다수에게 배포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이 밖에 성인 남녀가 나오는 음란물 등 총 4건의 파일을 소지·배포한 것으로 조사됐다.
법정에서 A씨 측은 "호기심에 해당 영상물을 받은 사실은 인정한다"면서도 "배포하려는 고의는 없었다"고 항변했다. 배포중이란 문구를 보긴 했지만, '여러 사람이 동시간대에 같은 영상을 받고 있는 중'이란 의미로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또한 변호인은 "피고인이 현재 몸이 불편해 직업을 갖기 어렵고 기초생활 수급 대상자인 점, 파일을 삭제하고 수사에 협조한 점 등을 고려해달라"고 호소했다.
A씨도 "(토렌트 운영방식을) 알았다면 그렇게 했겠느냐"며 "친구가 집에 혼자 있는 저를 위해 영화라도 보라며 프로그램을 깔아줬던 것"이라고 말했다. "기능을 모른, 무능한 제가 부끄럽다"고도 했다.
반면 검사는 문구와 화살표 모양 등 다운로드와 업로드 화면이 확연히 달라서 A씨가 배포 여부를 충분히 인식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징역 3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미필적으로나마 배포의 고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어 "성적 자기결정권이 확립되지 않은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범죄로서 비난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다만 피고인이 자신의 범행을 인정하며 다시는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고, 몸이 불편한 점 등 양형조건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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