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CJ ENM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강호성 CJ ENM 대표(사진)는 "전 세계인이 1년에 2~3편의 한국 영화를 보고, 월 1~2번 한국 음식을 먹고, 주마다 1~2편 한국 드라마를 시청하고, 매일 1~2곡의 한국 음악을 듣는 일상 속에서 'K컬처'를 즐기게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날 함께 참석한 스타 PD 출신 이명한 공동대표는 "티빙의 전체 오리지널 투자의 50% 이상을 '응답하라' '슬기로운 생활' '신서유기' 등 프랜차이즈 지식재산(IP)에 투입해 아시아의 마블로 육성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CJ ENM이 천문학적 투자를 선언하고 나선 것은 갈수록 콘텐츠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서다. 지금 콘텐츠 시장은 OTT 규모가 빠른 속도로 확대되면서 양질의 영화·드라마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SK텔레콤이 지상파와 합작해 설립한 OTT 웨이브가 올 초 5년간 1조원의 콘텐츠 투자 계획을 밝혔고, 넷플릭스도 올해 한국 콘텐츠 제작 비용으로 5500억원을 마련한 배경이다. CJ ENM은 이런 경쟁 속에서 콘텐츠 확보에 적극 나서겠다는 복안이다. 강 대표는 "올해 8000억원을 투자하고, 2025년까지 5조원을 K콘텐츠 제작에 사용할 것"이라면서 "금액은 사정에 따라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투자는 CJ ENM의 '세 가지 화살'로 요약된다. △영화·드라마 제작 환경 조성 △글로벌 아이돌 육성 △OTT 티빙 투자 확대다.
우선 명작 콘텐츠를 위해 글로벌 제작사와 손을 잡았다. CJ ENM은 스튜디오드래곤과 함께 지난해부터 영화 '미션임파서블' 제작사 스카이댄스와 협업해 왔다. 스튜디오드래곤이 스카이댄스와 함께 애플TV+와 드라마 '더 빅 도어 프라이즈' 기획·제작 계약을 맺은 것 역시 그 결과물이다.
양질의 영화·드라마를 제작해 티빙에 공급하는 것은 물론, 넷플릭스 플랫폼에도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플랫폼에서는 경쟁자지만 콘텐츠 제작자로서는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츠의 주요 고객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강 대표는 "스튜디오드래곤이 제작하고 넷플릭스에 공급한 '스위트홈'은 한 달 동안 2200만명이 시청했다"면서 "콘텐츠 시장에서 국가 간 장벽이 허물어진 만큼, 토털 엔터테인먼트로 역량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CJ ENM의 최고 장기인 드라마와 예능 분야에서는 전지현·주지훈 주연의 '지리산'과 유재석의 '식스센스' 시즌2를 포함해 다양한 작품이 이름을 올렸다.
글로벌 아이돌 그룹 육성도 CJ ENM의 중장기 목표 중 하나다. 하이브와 합작해 제작한 엔하이픈이 세계 시장에서 빠른 반응을 보이고 있는 점도 힘을 싣는다. 일본 오디션 프로를 통해 데뷔시킨 JO1도 오리콘 차트 1위에 올랐다. CJ ENM은 HBO맥스와 손잡고 남미 K팝 아이돌 그룹 오디션 프로그램도 기획·개발한다. 강 대표는 "K팝 글로벌화는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팬덤 가치를 확장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한·중·일 연습생 중에서 여자 아이돌 그룹을 뽑는 '걸스플래닛999'도 방영을 준비 중이다.
콘텐츠가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자사 콘텐츠를 공급할 유통망을 확대하기 위해 티빙 투자도 늘려 나간다. 2023년까지 약 100편의 콘텐츠를 제작한다. 같은 해 가입자 800만명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현재 넷플릭스 한국 가입자는 380만명으로 추산된다. 티빙 가입자는 약 150만명으로 추정된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양지을 티빙 공동대표는 "티빙은 지난해 10월 출시 이후 누적 유료 가입자가 63% 증가했다"면서 "톱 크리에이터를 보유한 역량을 증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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