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서울 반포한강공원에 한강에서 실종된 뒤 숨진 채 발견된 고 손정민 씨 추모공간이 마련돼있다.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서울 한강공원에서 실종돼 사망한 대학생 손정민(22)씨와 함께 있던 친구 A씨의 변호인이 A씨에 대한 의혹을 해명하는 입장문을 발표하며 반박에 나섰다. A씨 측은 “사건 당일 오후 11시 14분쯤부터 A씨의 기억이 거의 없다. ‘블랙아웃’ 상태”라고 밝혔다.
법무법인 원앤파트너스의 정병원 변호사는 29일 손씨의 유족 측 입장문에 답변하겠다며 22쪽 분량의 입장문을 냈다. 정민씨의 유족은 지난 26일 이번 사건과 관련한 입장문을 발표했다. 손씨는 지난달 24일 밤 친구 A씨와 서울 서초구 반포 한강공원에서 만나 이튿날 새벽까지 잔디밭에서 술을 마시다 실종됐다.
A씨 변호인 측은 “A씨의 기억은 오후 11시 14분쯤 이후부터 다음날 오전 6시 10분쯤까지 거의 없다”고 해명했다. 정 변호사는 A씨의 블랙아웃 시점에 대해 “고인을 만나 소주 2병과 청주 2병을 산 후, 반포 한강공원에서 자리를 잡고 새로이 술을 마시기 시작한 시점인 오후 11시 14분부터 반포 한강공원에 2차 방문을 마치고 귀가한 다음 날 오전 6시 10분까지의 기억이 없다”고 밝혔다. “관련 전문가들의 견해에 비추어 볼 때, A씨가 겪은 기억장애 및 만취상태에서의 움직임 등이 이례적이지 않다”고 덧붙였다.
변호인 측은 A씨와 A씨의 부모가 손씨를 찾으러 한강에 나오며 경찰이나 소방서, 가족에게 전화하지 않은 것에 대한 의혹에도 입장을 밝혔다. 정 변호사는 “새벽 시간에 A씨의 집으로부터 한강공원까지는 6~7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로 무척 가깝고, A씨의 아버지는 당시 고인이 놀던 장소에서 잠들어 있을 것이라 생각했을 뿐 긴급한 상황이라는 인식이 없었다”고 했다.
A씨와 A씨의 아버지가 주변은 찾아보지 않고 15분 이상 강비탈만 번갈아 오르내린다는 지적은 실제 CCTV 내용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변호인 측은 “실제로 강비탈 부근에 머무른 시간은 A씨와 아버지가 각각 7~8분 정도”라고 했다. 이어 “한강공원 안쪽을 처음 들어가 본 A씨의 아버지는 막연히 생각했던 것보다 공원에서 강까지의 거리가 가까워 위험해보였기 때문에 놀라 강 쪽을 보게 되었다”며 “강비탈 아래쪽에 고인이 누워 있는 것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내려가 천천히 이동했던 것”이라고 했다.
티셔츠를 버린 이유에 대해서는 신발을 버린 이유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변호인 측은 “티셔츠는 2장에 만원 정도 하는 옷”이라며 “오래 입어 낡은 상태에서 토사물까지 묻어 있어 버린 것”이라고 했다. 정 변호사는 “강남의 부유한 집이라고 해서 토사물이 좀 묻었다고 세탁조차 하지 않고 옷과 신발을 쉽게 버리느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하지만, 각자의 생활 방식의 차이가 의혹의 원인이 되는 것은 부당하다”고 했다.
23일 오후 서울 반포한강공원 택시승강장 인근에 마련된 고(故) 손정민 씨 추모공간 인근에서 열린 진상규명 촉구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휴대전화기 불을 켜고 있다. 손 씨는 지난 달 24일 반포한강공원에서 술을 마신 뒤 실종됐다가 30일 인근 한강 수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뉴시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정 변호사는 A씨가 거액을 들여 변호인단을 꾸렸단 의혹에 대해서는 “저희 법무법인은 아무리 사소한 사건이라도 원칙적으로 2인 이상의 변호사로 팀을 꾸려 대처하는 팀워크 시스템으로 운영한다”며 “경찰이 A씨 측을 동시에 조사하는 식이었기에 A씨 측 인원에 맞춰 각각의 변호사로 하여금 전담하게 하였다”고 설명했다.
손씨의 유족 측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A씨가 ‘정민이가 힘들어했다’ ‘할머니 돌아가시고 힘들어하더라’ 는 식으로 말을 돌렸다. 가출이나 자살 가능성을 유도하려는 것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한 것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변호인 측은 “손씨 부모님이 가출 가능성을 먼저 언급하면서, A씨에게 ‘부모는 모르고 친구만 알 수 있는 고민을 혹시 알고 있느냐’며 거듭 물었다”고 했다. “A씨는 질문에 답하는 차원에서 당시 고인이 힘들어했던 부분(가족, 학업, 고인의 할머니가 돌아가신 것) 등을 말했다”는 것이다. 정 변호사는 ”A씨는 눈물을 흘리는 손씨 아버지에게 ‘정민이는 꼭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변호인 측은 “이미 만신창이가 된 A씨 측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최소한의 입장을 밝히는 것이 변호인의 도리라고 생각하여 불가피하게 대응하게 되었음을 널리 양해해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또한 “현재 인터넷에 올려놓은 허위사실, 근거 없는 의혹 제기, 모욕, 신상정보 등과 관련한 글들을 모두 삭제해 주실 것을 진심으로 부탁한다”며 “이 시점부터 더 이상 이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도와주시기를 요청한다”고 했다.
[조유진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