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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이슈 강제징용 피해자와 소송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 국가에 ‘사법농단’ 책임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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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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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이춘식씨가 2018년 8월22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양승태 대법원’의 재판 거래를 규탄하는 기자회견 후 탄원서를 제출하기 위해 민원실로 향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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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 때문에 공정하고 신속하게 재판 받을 권리가 침해됐다며 국가를 상대로 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민족문제연구소와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는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인 이춘식씨(97)와, 고 김규수씨의 배우자 최모씨가 국가를 상대로 총 2억여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냈다고 27일 밝혔다.

이들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법관들, 청와대·외교부 소속 고위 공직자들, 김앤장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들은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소송에 대해 각자의 이익을 위해 재판을 지연시키거나 재판 결과를 조정하려 공모했다”며 “원고들은 헌법이 보장하는 공정하고, 신속하게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당했다”고 했다.

사법농단 사건의 핵심 인물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놓고 재판 개입 및 거래를 한 의혹으로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 등은 박근혜 정부의 협조를 받을 목적으로 외교부가 의견서를 낼 수 있게 참고인 의견서 제출 제도 도입을 검토시킨 혐의(직권남용) 등을 받는다. 외교부 의견서는 일본 기업 측에 유리하고, 피해자들에게는 불리한 내용이었다. 법원행정처가 일본 기업들을 대리하는 김앤장 법률사무소, 외교부와 이를 협의하고 일부러 제도까지 만들었다는 것이 검찰의 공소사실이다. 법원이 소송의 일방 당사자와 접촉하고 재판 내용을 논의한 것이다.

대법원은 이미 2012년 피해자들 승소 취지로 판결했지만, 재상고심에서 수년간 심리가 지연됐다. 그 사이 원고였던 피해자 4명 중 3명이 세상을 떠났다. 재상고심 판결이 나오기까지 5년2개월이 걸렸는데 피해자 측 소장에 따르면 민사사건의 상고심 처리기간이 2년을 넘기는 비율은 2%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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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017년 9월22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퇴임식을 마치고 차량에 오르기 전 직원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고 있다. 이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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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측은 “박근혜 정부와 양승태 사법부는 국가로부터 보호받지 못한 자신들의 존엄과 명예회복을 위해 수십 년 동안 싸워 온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해 3권 분립이라는 민주주의 국가의 기본 원칙과 재판을 받을 권리라는 헌법적 가치를 훼손하면서까지 권리회복 절차를 지연시키고 심지어 방해하기까지 했다”며 “국가는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재판거래에 대해 피해자들에게 명확히 사죄하고 배상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국가는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목숨을 대가로 한 사법농단에 관여해 불법행위를 저지른 모든 자들의 잘못을 명확히 하고, 그 책임을 묻는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며 “이번 소송은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인권회복과 역사정의의 실현, 그리고 사법개혁과 민주주의의 회복을 위한 소중한 디딤돌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양 전 대법원장과 임 전 차장 등은 기소된 지 2년이 넘었지만 1심 재판이 언제 끝날 지 기약이 없는 상태다. 피해자 측은 소장에서 “(사법농단 사건 핵심 인물들의) 형사 1심 판결 선고가 통상에 비해 늦어지는 상황에서 고령의 원고들이 소 제기조차 하지 않고 계속 기다릴 수는 없었다”며 “소송을 통해 재판 거래의 온전한 사실관계를 판단받고 원고들이 보다 건강하실 때 일말의 피해 회복이라도 이뤄질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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