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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 생존의 달인 김오수, 文 뒤통수 때릴 수 있다

조선일보 배성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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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 생존의 달인 김오수, 文 뒤통수 때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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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월 방탄 총장하다 대선 전후 文에 칼날 겨눌 수도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출석한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이덕훈 기자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출석한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이덕훈 기자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김학의 전 법무차관 불법 출국금지를 지시한 당사자로 지목됐고 라임·옵티머스 펀드 운용사에 대한 변호에 참여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김 후보자를 검찰총장에 임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 후보자가 문 정권을 위한 방탄 총장으로 제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검찰 안팎에선 김 후보자가 대선 때까지는 현 정권 비리 수사를 막아주겠지만 대선 이후엔 문 대통령에게 칼끝을 겨눌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권력이 바뀌어도 변함없이 문 대통령을 지키는 호위무사로 남는 강골 스타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문 대통령이 마냥 믿다가는 언제 뒤통수를 맞을 지 모른다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와 여권이 김 후보자를 총장에 낙점한 것은 윗사람을 모시는 그의 자세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후보자는 박상기·조국·추미애 전 법무장관을 3대에 걸쳐 모셨다. 윗사람의 속내와 심기를 잘 살피면서 실수 없이 깍듯하게 보좌했다고 한다.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도 비교적 원만하다는 평가다. 문재인 대통령은 조국 전 장관이 사퇴했을 때 차관이었던 김 후보자를 청와대로 불러 검찰 개혁을 차질없이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당시 김 후보자는 고개를 숙인 채 문 대통령의 지침을 수첩에 깨알같이 받아적으며 경청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래서 ‘적자’ 생존의 달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만큼 윗사람을 모시는 태도가 남다르고 충성심을 보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검찰총장추천위원회 투표에서 탈락하자 문 대통령은 차선으로 김 후보자를 지명했다.

검찰 내부에선 김 후보자가 김학의 불법 출금 사건과 월성1호기 경제성 조작 사건, 라임·옵티머스 등 정권 관련 비리 수사를 사실상 중단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현재 박범계 법무장관은 일선 지검과 지청이 부패·공무원·선거·경제 등 6대 범죄에 대한 수사를 할 때 장관이나 총장의 허가를 받도록 조직 개편 작업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김 후보자는 박 장관의 지침대로 정권 비리 수사를 사실상 중단시킬 가능성이 크다. 새로운 정권 비리 수사도 처음부터 막을 수 있다.

하지만 무리하게 정권 비위 수사를 막을 경우 김 후보자가 직권남용의 책임을 모두 뒤집어쓸 수 있다. 검찰 수사로 혐의가 상당부분 드러났는데도 이를 의도적으로 막는다면 엄연한 범죄행위가 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문재인 정부 임기는 1년도 남지 않았다. 대선은 9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정권 말에 본인이 모든 화살을 맞으면서 무리하게 방탄 역할을 하겠느냐는 얘기다. 특히 그의 총장 임기는 2년이다. 이 정권이 끝나더라도 다음 정권에서 1년 이상 더 일해야 한다. 이 정권에 마냥 충성만 하고 있을 입장이 아니다. 이성윤 지검장이 무리하게 방탄 역할을 하다 기소까지 된 전철을 밟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만약 다음 대선에서 야당 후보가 이기면 그야말로 샌드위치가 되면서 ‘적폐 총장’으로 몰릴 수 있다. 무리하게 문 정권 방탄에 나섰다간 차기 정권에서 모든 책임을 뒤집어쓰고 공격당하는 신세가 되는 것이다.

그는 어떤 윗사람이 와도 잘 모실 정도로 권력의 풍향계에 민감한 사람이다. 대선에서 새로운 권력이 떠오르면 언제든 변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여야의 대선 후보가 결정되면 김 후보자의 눈길도 자연스레 그쪽으로 갈 것이다. 검찰 안팎에선 “대선이 끝나고 문 대통령과 정권 핵심부에 대한 비위 의혹이 제기되면 김 후보자가 문 정권의 방탄 총장이 아니라 자객 총장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온다. 본인이 살기 위해서라도 문 정권을 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현 정권이 추진하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공수처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검찰 개혁을 하되 조직은 안정시키겠다고 했다. 검찰 측 입장을 상당히 반영하려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성윤 지검장 직무배제에 대해서도 “검토는 해보겠다”고 했다. 일단 무리한 인사나 과격한 검찰 개혁 조치는 피하겠다는 심산으로 보인다.


총장 취임 후 첫 인사에서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가 관건이다. 청와대와 박범계 장관이 바라는 대로 정권 비리 수사팀을 모두 해체하는 ‘인사 학살’을 한다면 내년 초까지 ‘방탄 총장’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온건·타협 노선을 편다면 문 정권과의 밀착 강도는 약해질 것이다.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이 내달 실질적으로 시작되고 9월이면 후보가 결정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김 후보자의 고민은 깊어질 것이다. 김오수의 변심이 당초 전망보다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배성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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