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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난민과 국제사회

코로나 탓에 난민심사 사상 최대…난민 인정률은 0.2%로 최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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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자만 1만6천여 건…심사 시스템 과부화 우려도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올해 1∼3월 월평균 난민 심사 건수가 역대 최대 수준인 1천200건을 넘어섰고, 심사 대기자만 1만6천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 관련 업무의 인프라 확충과 시스템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의 통계연보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난민 심사 건수는 3천638건으로 나타났다. 석 달 만에 역대 최대치였던 지난해(6천254건)의 절반을 넘어선 것으로, 한 달에 1천200여 건씩 난민 심사를 마친 셈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813건)과 비교했을 때 4배 이상 불어난 수치로, 월평균 난민 심사 건수가 1천 건을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3월 기준 난민 심사 대기자도 1차 심사 1만2천487명, 2차 심사(이의 신청) 4천44명 등 총 1만6천531명으로 집계됐다.

연합뉴스

코로나19 여파로 미 국경에 몰리는 '팬데믹 난민'
(델 리오 AFP=연합뉴스) 멕시코와 국경을 접한 미국 텍사스주 남부 델 리오에서 16일(현지시간) 불법 이민자 가족이 미 세관국경보호국 요원에게 붙잡혀 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범죄단체 폭력과 자연재해 등으로 인한 생활고를 피해 고향을 떠난 중남미 출신 불법 이민자에 더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팬데믹 난민'까지 자국으로 몰려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sungok@yna.co.kr



난민 심사와 신청이 급증한 이유로는 이전보다 엄격해진 기준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기존의 체류 외국인이 난민 심사장에 몰린 현상 등이 꼽힌다.

김도균 제주 한라대 특임교수는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난민 인정 기준이 높아지면서 불허 판정을 받은 이들이 재심을 청구하는 경우가 늘었다"며 "여기서 다시 탈락한 이들은 행정소송으로까지 이어지는 악순환이 생긴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체류 기한을 넘긴 외국인이 국내에 더 머물기 위해 난민 심사장을 찾는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이의신청 건수는 이전까지 최대였던 2016년(5천277건)을 넘어 6천 건에 육박했다.

올해 1분기의 경우, 집계를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이의신청(1천494건)이 1차 신청(657건)을 앞지르는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반면에 같은 기간 난민 인정률은 0.2%로, 집계를 시작한 1994년 이후 누적 평균치(2.9%)의 14분의 1에 그쳤다. 역대 최저치였던 지난해(1.1%)와 비교해도 5분의 1 미만으로 떨어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한 달에 1천 건이 넘게 심사를 하는 현실을 지적하며 정상적으로 난민 심사를 진행하기 어려운 규모를 넘어섰다고 입을 모은다.

한 난민지원 단체 관계자는 "객관적인 자료가 부족해 신청자의 증언에 의존해야 하는 난민 심사 특성상, 신청자와 심도 있는 면담이 필수"라며 "이 때문에 충분한 시간을 갖고 심사해야 하는데, 지금은 그럴 수 없는 과도한 업무량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법무부에 따르면 4월 기준 난민 전담 인력은 93명이다.

2013년 난민법 시행 당시 18명에 불과했던 점을 고려하면 꾸준히 충원된 것이지만, 여전히 담당자 1명당 난민 신청자 200명 가까이 심사해야 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심사 시스템의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김 교수는 "지금이라도 담당 인력을 늘리고, 난민 전담 법원 등을 설치하는 등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며 "행정안전부와 외교부, 법무부 등 난민 이슈와 얽힌 부처가 많지만 긴밀한 협의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최계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2013년 난민법 시행 이후 관련 제도를 본격적으로 운영한 기간이 10년도 안 됐기에 제대로 대비할 겨를이 없었던 탓"이라며 "경험과 노하우를 갖춘 인적 자원을 확보하고, 장기적으로는 공정성과 독립성을 갖춘 난민 행정 기구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연간 난민 심사 건수(2021년은 1~3월 기준). [법무부 제공]



지난해 한국비교정부학보에 실린 '미국, 호주, 한국의 난민 정책 비교 연구' 논문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국토안보부 산하 시민권·이민서비스국이 1차 난민 심사를, 이민법원이 이의 신청 심사를 각각 담당한다.

호주 역시 내무부(DHA) 내 난민 담당 부서가 1차 난민 심사를, 행정심판위원회 이주난민과가 이의 신청자의 심사를 맡는다. 이의 신청자 중 또다시 난민 인정이 거부된 이가 재심을 청구할 경우, 연방순회재판소나 연방 법원이 심사를 맡게 된다. 신속 승인 심사만을 전담하는 기관도 마련됐다.

합리적인 심사 기준을 마련하는 게 먼저라는 의견도 있다.

황필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뚜렷한 기준이나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게 현 난민 심사의 가장 큰 문제"라며 "단순히 불쌍한 사람이니까 받아들이자는 게 아니라 누구나 납득할 만한 심사 기준을 세워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황 변호사는 "주요 난민 수용국 등을 참고해 심사 시스템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불인정 결정이 난 후에도 중대한 사정변경 없이 신청을 반복하는 이들이 크게 증가한 반면, 주요 난민 발생국에서 온 신규 신청자는 감소했다"며 "이 때문에 인정률이 하락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2019년에만 16명을 충원해 현재 난민 전담 인력은 93명에 이른다"며 "지난해에는 난민위원회의 신속·공정한 이의신청 심의를 지원하기 위해 난민심의과도 신설했다"고 밝혔다.

shlamaz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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