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 A씨가 쥐약과 ‘건강하시라’는 편지가 담긴 상자를 들고 이명박 전 대통령 자택으로 향하고 있다./유튜브 캡처 |
이명박 전 대통령 사저로 쥐약이 담긴 택배를 발송한 유튜버가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쥐약 같은 유해한 물건이 주거지에 배송됐다면 공포심을 느낄만하다”며 특수협박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홍창우 부장판사는 21일 특수협박 혐의로 기소된 유튜버 A씨에게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019년 3월 12일 쥐약과 함께 건강하라는 취지의 쪽지를 넣은 상자 택배를 이 전 대통령의 사저로 보내 공포감을 느끼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21일 기준 유튜브 채널 구독자가 약 21만명인 시사 유튜버다.
A씨는 사저 경비원을 통해 쥐약이 든 상자를 전달하려고 했지만 실패하자 인근 편의점에서 택배를 발송했고, 이 과정을 영상으로 촬영해 유튜브에 게시했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정치적 퍼포먼스로 해악을 고지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협박의 고의도 없었다”며 “해악의 고지가 있었더라도 상자가 피해자(이 전 대통령)에게 도달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무죄를 주장했다.
그러나 홍 부장판사는 “쥐약은 인체에 유해하다 알려졌고 독성이 확인된 약품으로 일반인의 관점에서 이 같은 물건이 주거지에 배송됐다면 공포심을 느낄 만하다”고 했다. 또, “정치 퍼포먼스라면 실제 쥐약을 쓰거나 택배 배송까지 할 필요가 없다. 경호관은 내용물을 사진으로 찍은 후 버렸고 이를 비서관에게 보고해 경호가 강화됐다”며 “해악을 고지한 것이 상당하고 협박의 고의도 인정된다”고 했다.
홍 부장판사는 “대중적 영향력이 있는 유튜버로서 모방범죄를 야기할 수 있어 위험하다”면서 “전달 과정에 비춰 실제 위해를 가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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