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거주지역 가자지구에 있던 아파트가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무너져 있는 모습이 17일(현지시간) 사진에 담겼다. 가자지구|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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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음식, 옷, 이불, 우유가 필요합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아들의 기저귀를 구걸합니다.”
알자지라는 17일(현지시간) 가자지구의 한 임시 대피소에서 난민 생활을 하고 있는 수헤르 알아르비드(30)의 사연을 전했다. 그는 살던 집 근처에 폭탄이 떨어지자 지난주 캄캄한 밤 어둠을 뚫고 여섯 자녀들과 피난길에 나섰다. 2주 전 아이를 낳아 몸이 성치 않지만, 영양식 섭취는커녕 끼니도 제대로 못 떼우고 있다.
이스라엘의 무차별 폭격으로 집을 잃은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가자지구 전체가 거대한 난민촌이 됐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지난 16일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인 3만8000여명이 이번 폭격으로 집을 떠나야 했다고 발표했다. 이들 중 최소 2500명은 폭격으로 완전히 집이 파괴됐다. 난민들은 해안지역 48개 학교에서 임시 거주하고 있지만, ‘하늘만 뚫린 지상 최대 감옥’인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의 무차별 폭격으로부터 안전한 곳은 없다.
가자지구 난민들은 물과 음식 부족에 허덕이고 있다. 실향민 신세가 된 마다 아부 카레쉬는 “음식이나 보급품은 물론이고 깨끗한 식수나 화장실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알자지라에 호소했다. 가자지구 난민들은 물과 음식 부족에 허덕이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지난 10일부터 가자지구를 봉쇄하며 인도적 지원 물품 공급을 막았다. 농장에도 폭격을 퍼부으며 가자지구 주민들의 식품 공급원을 모조리 제거하고 있다. OCHA는 가자지구 북쪽에 있는 해수 담수화 설비가 가동을 멈춰 가자지구 주민 25만명이 식수 공급을 충분히 받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하수도가 파괴돼 오수와 폐기물이 거리에 흘러넘치고 있다”고 밝혔다.
전기 공급도 불안정해 식수 정화 설비가 전기 부족으로 멈춰섰다. 휴대전화 충전도 어려운 상황이다. 가자 전력회사는 17일 “가자지구에 있던 유일한 발전소는 앞으로 2~3일 내 전기 공급 완전히 차단될 것이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는 가자지구 주민들이 하루 4시간 동안만 전기를 사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부상당한 팔레스타인 남성이 가자지구 시파 병원에서 17일(현지시간) 치료받고 있다. 가자지구|AP통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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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체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수많은 사상자들이 병원으로 몰려들고 있지만, 병상 수가 부족한 데다 전력이 많이 소모되는 치료나 수술을 하기 어려워졌다. 가자지구 현지 언론인은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병원 복도, 행정실 등 모든 공간에 매트리스를 깔아놓았다. 병원에 전기가 하루에 1~3시간 공급되고 있다”고 말했다. 가자지구 최대 병원인 시파병원의 아부 사다 수술 총괄책임자는 “필수 의약품과 의료용 일회용품이 매우 부족하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병원에 올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현지 언론들은 도로가 공습으로 파괴돼 구조 활동을 벌이기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17일 “인도주의적 위기와 더불어 보건 상황도 매우 우려된다”고 말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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