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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이슈 '텍사스' 추신수 MLB 활약상

불안한 호흡과 두 번의 코킹, 추신수는 여전히 적응중[SS 집중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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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SSG 추신수가 내야땅볼을 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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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타격은 호흡이다. 배트 스피드가 아무리 빨라도 투수가 던지는 공과 호흡이 맞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추추트레인’ 추신수(39·SSG)가 시속 157㎞짜리 패스트볼을 담장 밖으로 넘긴 것도 결국은 호흡 문제다. 호흡은 타이밍과 떼려와 뗄 수 없는 요소다.

추신수는 지난 12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정규시즌 원정경기에서 1회초 앤더슨 프랑코의 강속구를 편안하게 걷어 올렸다. 다리를 살짝 들어 파워포지션을 만든 뒤 스트라이드와 동시에 왼쪽 골반을 움직여 빠르고 강한 힙턴을 하는 추신수 특유의 타격이 돋보였다. 물흐르듯 유려한 스윙은 5월 들어 사실상 처음 보는 듯했다.

평균 150㎞에 육박하는 메이저리그 투수에 비해 KBO리그 투수는 10㎞가량 평균 구속이 느리다. 140㎞나 150㎞나 별 차이 없지 않으냐는 물음표도 달 수 있지만, 7.23㎝에 불과한 야구공 크기를 고려하면 결코 작은 차이가 아니다. 시속 150㎞짜리 빠른 공에 익숙한 타자는 140㎞짜리 체인지업을 쉽게 공략하지 못한다. 볼 끝 움직임에도 차이가 있고, 대체로 메이저리그 수준의 투수들은 속구와 체인지업을 던질 때 투구폼에 큰 차이가 없다. 같은 폼, 같은 팔 스윙으로 10㎞가량 구속 차를 두면, 오른발 뒤꿈치(좌타자 기준)쪽에서 맞아야 할 공이 무릎 앞에서 맞게 된다. 그렇다고 일부러 스윙을 느리게 하면, 타구에 힘을 싣지 못해 안 하느니만 못한 결과를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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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추신수가 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1 KBO리그 LG 트윈스와 SSG 랜더스의 경기 3회초 1사1,2루 상대 투수 함덕주의 투구에 맞은 후 혀를 내밀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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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20년간 프로 선수로 활약한 추신수는 150㎞짜리 공에 리듬과 타이밍이 맞춰져 있다. 프랑코의 빠른 공을 어렵지 않게 홈런으로 연결한 것도 같은 이유다. 이날 홈런을 칠 때 추신수의 타격을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프랑코가 투구동작을 시작하면 상대 움직임에 자신의리듬을 맞추기 시작한다. 투수가 다리를 들어 상체를 비틀기 시작하면, 자신도 다리를 들어올리는 등의 동작으로 중심을 모은다. 파워포지션에 도달하기 직전 호흡을 멈추게 되고, 다리를 내딛고, 골반회전을 시작하고, 허리와 어깨를 순차적으로 회전시켜 몸 스피드를 극대화한다. 임팩트 순간까지 몸이 회전하는 속도를 최대치로 높인 뒤 폴로스루까지 자연스러운 연결동작으로 이뤄진다.

그런데 평소 국내 투수를 상대하는 추신수의 스윙은 스트라이드 후 하체가 회전을 시작할 때 배트를 쥔 손이 한 번 더 변속하는 듯한 동작이 나온다. 무의식중에 타이밍을 늦추기 위해 손을 쓴다는 의미인데, 이럴경우 상하체 밸런스가 엇박자를 낼 가능성이 높다. SBS스포츠 이동현 해설위원은 “타격훈련을 할 때부터 KBO리그 투수들의 느린 구속과 변화구 위주 승부에 신경을 쓰는 인상을 받았다. 소위 코킹동작을 한 번 더 하는 느낌”이라고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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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추신수가 29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1 KBO리그 SSG와 KT의 경기 3회말 2사 1,2루 상황에서 나온 로맥에 적시타에 득점을 한 뒤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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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윙할 때 불필요한 동작이 가미되면 밸런스 붕괴로 이어진다. 밸런스가 무너지면 호흡을 멈춰 폭발력을 극대화하는 타격 메커니즘에도 영향을 준다. 무호흡으로 응축해 한 번에 폭발해야 하는 힘이 분산된다는 의미다. 추신수가 기습번트를 시도하거나, 몸이 아닌 손목으로만 공을 맞히려는 동작이 종종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손 위치를 다르게 하는 등 몸 타이밍을 조절해 느린 공에 대응하는 방법도 있지만, 시즌 중에 스윙 리듬과 타이밍을 한 번에 바꾼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추신수의 KBO리그 적응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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