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이 5·18 헬기 사격을 목격한 고(故)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 재판을 받은 뒤 부인 이순자씨 손을 꼭잡고 30일 오후 광주광역시 동구 광주지방법원을 빠져나가고 있다. /공동취재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전두환(90) 전 대통령이 항소심 첫 재판에 나오지 않았다. 재판부는 “첫 공판기일에 피고인이 출석하지 않으면 재판을 진행할 수 없다”며 공판기일을 2주 뒤로 연기했다.
광주지법 형사1부(재판장 김재근)는 10일 오후 2시 201호 법정에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 전 대통령에 대한 항소심 첫 재판을 열었다.
전 전 대통령은 당초 이날 재판에 출석 의사를 밝혔으나, 나흘 전 입장을 바꿔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법정에 들어선 재판장은 먼저 전씨를 호명한 뒤 불출석을 확인했다.
전씨의 법률대리인 정주교 변호사는 이날 재판에서 “형사소송법 제365조 법리 검토 결과 항소심에서는 피고인이 불출석한 상태로 재판을 진행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며 피고인 불출석 상태에서 인정신문 절차를 생략하고 공판을 개정·속행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형사소송법 제365조는 ‘피고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다시 정한 기일에 출정하지 아니한 때에는 피고인의 진술 없이 판결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 변호사는 “이 규정을 법 주석서와 법원행정처 실무 제요를 토대로 해석해 보면,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완화·면제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인정신문을 진행하는 공판기일에는 반드시 출석해야 한다’는 형사소송법(277조)을 토대로 피고인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인정신문은 실질적 심리에 들어가기 전 피고인이 분명 본인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이름과 나이·주소·등록기준지를 묻는 절차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출석하지 않아 개정이 불가능하다며 항소심 첫 재판 일정을 2주 뒤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항소심 첫 공판은 오는 24일 열린다.
정 변호사는 재판 직후 “24일로 연기된 기일에도 전씨가 출석하지 않을 것”이라며 “불출석 상태에서 항소심이 진행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 사건 고소인이자 고 조비오 신부의 조카인 조영대 신부는 “만행을 저질러 뉘우치고 용서를 빌어도 부족한 상황에 유죄 판결에 반발, 항소를 한 것 자체가 광주시민을 기만하는 처사다. 궤변으로 본인이 직접 항소한 재판마저 출석하지 않은 작태에 분노를 금치 못한다”고 말했다.
정동년 5·18기념재단 이사장도 “역사의 죄인이 끝까지 반성하지 않고 불응하고 있어 참으로 가슴 아프다”며 “재판부는 하루 빨리 전씨를 구속해 재판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 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4월 발간한 회고록에서 5·18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해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기술,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 해 11월 30일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김성현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