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민감주·성장주 동반 상승
"한단계 오르려면 반도체주 상승해야"
코스피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 |
(서울=연합뉴스) 증권팀 = 연초 이후 박스권에서 지루하게 움직이던 코스피가 10일 종가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새 역사를 썼다.
미국 고용 지표가 예상보다 부진하게 나와 조기 긴축 우려를 덜고 달러 가치를 끌어내렸다. 이는 외국인과 기관의 쌍끌이 매수로 이어져 주가지수를 끌어올렸다.
투자자들은 코스피가 이제 답답한 박스권을 벗어나 더 높은 수준으로 도약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 달러 약세에 외국인 9일만에 순매수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52.10포인트(1.63%) 오른 3,249.30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20일 기록한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 3,220.70을 약 3주 만에 갈아치웠다. 또 장중 한때 3,255.90까지 올라 역대 장중 신고가 3,266.23에도 바짝 다가섰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2천383억원, 9천674억원을 순매수해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특히 외국인이 지난달 26일 이후 9거래일 만에 순매수로 전환하면서 상승세에 탄력이 붙었다.
지난주까지 이어진 공매도 재개에 대한 경계감이 다소 풀린 가운데 이날 주가 강세를 이끈 재료는 예상치 못한 미국의 '고용 쇼크'였다.
앞서 미국 노동부는 4월 비농업 일자리가 26만6천개 늘었다고 발표했다. 이는 100만개 증가를 예상한 시장의 전망치(블룸버그통신 집계)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미국 고용이 개선되면 연방준비제도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시기가 앞당겨질 것이라는 전망이 팽배했었지만, 고용 지표가 기대를 밑돌자 달러 가치는 급락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달러당 7.5원 내린 1,113.8원에 마감했다.
즉 미국 고용 지표 부진으로 긴축 우려가 줄고 부양책 기대는 유지되는 가운데 결정적으로 달러 약세가 국내 증시에 호재로 작용했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코스피 최고치 경신의 핵심은 미국의 고용 쇼크"라며 "고용 쇼크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달러 약세를 유발했고 이는 신흥시장 랠리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신흥시장에서 한국은 상대적으로 싸고 경기 모멘텀이 좋다"며 "그래서 외국인들이 한국 주식을 사고 있으며 이는 그동안 개인 수급이 코너에 몰려 있었던 상황을 해결해 줄 수 있는 트리거(방아쇠)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도 "고용 쇼크가 불러온 예상치 못한 '나비효과'"라며 "경제지표 쇼크는 통상 금융시장에 악재로 인식되나 미국 고용 쇼크는 글로벌 금융시장에 호재로 반영돼 단기채 금리와 달러화 가치가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그래픽] 코스피 최고치 경신 |
◇ "박스권 벗어나는 시작이 될 수도"
아울러 경기 민감주와 성장주의 고른 상승도 지수를 끌어올린 원동력이었다.
시가총액 상위권을 보면 포스코[005490](2.26%), KB금융[105560](2.06%), 신한지주[055550](3.01%) 등 금리 상승기 수혜주와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1.49%), 카카오[035720](1.31%), 삼성SDI[006400](1.56%), 셀트리온[068270](3.19%) 등 대표적인 성장주가 동시에 큰 폭으로 올랐다.
금리 상승 전망이 본격화한 2월 중순부터 강세를 보인 경기 민감주는 계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여기에 미국 고용 지표 충격을 계기로 밸류에이션(평가가치) 부담을 덜어낸 성장주를 중심으로 '안도 랠리'가 펼쳐졌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장중 기존 주도주들이 강세를 보이기 시작해 연초 이후 박스권 등락에서 벗어나는 시작이 될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했다"며 "이번 주 물가지수 발표 이후 물가상승 부담이 정점을 통과하면 기존 주도주의 강세는 뚜렷해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코스피가 한 번 더 지붕을 뚫고 오르려면 전통적 주도주인 반도체주의 주가 향방이 중요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연초 상승장을 주도한 대장주 삼성전자[005930]는 1월 이후 넉 달 째 8만원대 박스권을 맴돌며 전고점을 돌파하지 못하고 있다.
강대석 유진투자증권[001200] 연구원은 "1월 초 신고가 때와 비교해보면 반도체 업종 비중은 줄었고 가치주 중에서도 철강, 해운, 조선 등의 비중이 커지면서 새롭게 신고가를 경신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코스피가 여기서 한 단계 더 '레벨업' 하려면 반도체주가 상승해주는 모습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ric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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