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 초반 5오버파에서 극적 반등
3억 상금 획득… 6년만에 우승
‘캐디 아내’ 호통·당근책 내조 활약
9일 경기도 성남시 남서울CC에서 막을 내린 KPGA코리안투어 GS칼텍스매경오픈에서 우승한 허인회가 우승 트로피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KPGA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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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성남(경기)=정대균 기자】1라운드 전반 8홀까지 5타를 잃었다. 당연히 컷 통과를 걱정해야할 상황이었다. 그런데 9번홀부터 대반전이 일어났다. 이후 10개홀에서 5타를 줄여 잃었던 타수를 모두 만회한 것. 그리고 2라운드에서 5타를 줄여 공동선두로 올라섰다. 상승세는 무빙데이인 3라운드에서도 이어졌다. 강한 바람에도 불구하고 4타를 줄여 6타차 단독선두로 올라서며 우승을 예약했다.
'이슈메이커' 허인회(34)가 대반전 드라마를 쓰며 9일 경기도 성남시 남서울CC에서 열린 KPGA코리안투어 메이저급 대회 GS칼텍스매경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최종합계 5언더파 279타를 기록한 허인회는 우승상금 3억원을 획득했다. 군인 신분으로 출전했던 2015년 동부화재 프로미오픈 이후 6년만에 맛보는 통산 4승째다.
허인회는 1라운드 전반 9홀을 마쳤을 때까지만 해도 우승은커녕 컷 탈락이 유력했다. 하지만 그의 곁에는 캐디로 나선 아내 육은채씨(33)가 있었다. 1라운드 때 남편이 부진하자 아내는 '버디를 하면 용돈을 주겠다'는 당근책을 제시했다. 게임 안에서 게임을 즐긴 허인회는 그후 거짓말처럼 타수를 줄여나가며 반등에 성공했다.
대회 마지막날에도 아내의 내조는 빛을 발했다. 허인회는 2번홀(파4) 더블보기, 3번홀(파3) 보기로 초반에 3타를 잃으며 위기를 맞았다. 이후부터 아내의 잔소리가 어김없이 시작됐다. 정신을 차린 허인회는 5번홀(파4)에서 첫 버디를 잡아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그리고 13번홀(파4)에서 두번째 버디를 잡아 2위권과의 격차를 4타차로 벌렸다.
14번홀(파5)에서는 아내 말을 듣지 않고 3번 우드 대신 드라이버 티샷을 날려 혼쭐이 나기도 했다. 허인회의 티샷이 왼쪽으로 당겨지자 아내는 "정신 똑바로 차리라"고 남편을 다잡았다. 아내의 호통에 정신을 가다듬은 허인회는 승부처가 된 나머지 16번홀(파4)과 17번홀(파3)에서 무난히 파를 잡았다.
하지만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대위기를 맞았다. 티샷 실수로 두번째 샷이 그린을 훌쩍 지나쳤고 세 번째 샷마저 내리막 경사를 타고 그린을 벗어났다. 그린 밖에서 퍼터로 친 네번째 샷은 홀을 향해 가다 다시 내려와 30m가량의 보기 퍼트를 남겼다. 3퍼트를 하면 연장전에 들어가는 긴박한 상황에서 허인회는 다섯번째 보기 퍼트를 홀 1m지점에 붙여 더블보기로 홀아웃하면서 아내와 감격의 포옹으로 우승 순간을 만끽했다.
허인회가 아내를 처음 만난 것은 지난 2014년이다. 우승하면 결혼식을 올리기로 하고 2016년에 혼인신고를 먼저 했다. 하지만 우승이 없는 시간이 길어지자 지난 2019년 8월 인천 드림파크CC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골프 문외한이었던 아내 육은채씨가 남편을 돕기 위해 처음 골프백을 맨 것은 2017년이나 본격적으로 캐디로 나선 것은 3년 전부터다.
허인회는 "기쁘면서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막판 3홀 남았을 때 집중이 잘 안됐다. 마지막홀 스코어가 안좋아 우승 실감 나지 않은 것 같다"면서 "6년만의 우승이라 펑펑 울 줄 았는데 눈물이 안나왔다. 아마도 마지막날 못친 것에 몰입돼 감정이 망가진 것 같다"고 소감을 말했다. 그는 이어 "어제밤에 마음이 설레어 한잠을 못잤다. 그럼에도 운이 좋아 우승했다"면서 "그동안 캐디가 와이프여서 성적이 좋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에 시달렸다. 이를 이겨내려고 애썼다. 그리고 결국 해냈다. 상금보다 더 소중한 결과다"고 우승을 아내 덕으로 돌렸다.
golf@fnnews.com 정대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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