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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주목 받는 아세안

"중년 여성들도 반했다"…日서 1020 전유물 K뷰티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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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화장품의 일본 수출규모는 2007년과 2013년~2015년 잠시 감소한 해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지속 증가해왔다. 특히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1.6배 늘어난 6억3700만달러로 증가폭이 유독 컸다 [그래픽=조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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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한국 화장품을 찾는 중년 여성이 늘고있다"

일본은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화장품 시장이다. 한국 화장품이 일본에서 처음 주목받기 시작한 건 2000년대 초반부터다. 한류 팬들을 중심으로 한국 화장품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다. 2007년 그리고 2013년 부터 2015년 까지 잠시 수출량이 감소한 기간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한국 화장품의 대(對)일본 수출 실적은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다.

특히 지난해 일본 시장 수출액은 전년 대비 1.6배가량 늘어난 6억3700만달러(약 7130억원)로, 중국과 아세안 시장 수출액 증가율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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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동안 일본에서 한국산 화장품은 1020세대 젊은 여성층의 전유물이란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근래 30대 이상 여성층에서도 한국산 화장품을 쓰고 있거나 쓸 의향이 있는 이들이 늘면서 소비층이 넓어지는 등 변화가 감지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경제 주간지 '다이아몬드'에 따르면 '2020 한국 화장품에 관한 여론조사'에서 현재 한국 화장품을 사용 중이거나 사용한 적이 있는 일본 여성들은 10대가 약 64%, 20대는 약 5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하지만 30대 이상도 48%에 달했다. 다이아몬드는 "젊은 세대뿐 아니라 중년층 사이에서도 한국산 화장품 소비가 늘었다"며 "중년층의 경우 1인당 소비 규모가 젊은 층보다 크기 때문에 한국 화장품 매출이 늘어날 만하다"고 분석했다.

코로나 장기화와 드라마 필두로 한 4차 한류 붐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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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일본 도쿄 시부야구 인근 전시시설에서 열렸던 사랑의 불시착 전시전 모습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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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 내 한국산 화장품 매출이 한층 늘어난 건 코로나19 장기화와 한국 드라마 열풍의 여파를 우선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코로나19로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고객은 줄어들었지만, 대신 온라인 매출이 급성장했다.

한국산 화장품을 들여와 일본에서 판매하는 업계 관계자는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된 탓인지 마스크 팩과 눈가 메이크업 상품 판매가 크게 늘었다. 온라인 매출은 코로나 이전에 비해 6배나 뛰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산 마스크팩과 메이크업 베이스, 크림 등은 '앳코스메(@COSME)' '립스' 등 현지 최고 인기 화장품 리뷰 사이트 평가에서 부문별 1위를 휩쓸기도 했다.

지난해 한일 관계가 바닥이 안 보일 만큼 악화일로인 한편, 한국 드라마와 K팝은 역대급 인기를 끄는 상황은 일본 언론들로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다.

특히 아사히, 요미우리 등 주류 매체는 일본 내 한류를 시기별로 나누고 영화 '기생충'과 넷플릭스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이태원 클라쓰' 흥행을 매개로 나타난 현상을 '4차 한류'로 규정해 주목을 받았다. '사랑의 불시착' 과 '4차 한류 붐'은 지난해 일본에서 매년 선정되는 한 해 동안 가장 이슈가 됐던 신조어 및 유행어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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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중년여성들 사이 인기가 많은 배우 코유키는 최근 한국 화장품 브랜드 모델로 기용됐다 [사진=코유키 인스타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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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화장품·의약품 전문회사 보노톡스 재팬의 기시 가즈에(岸和枝) 전무는 "한국 드라마 붐의 여파로 한국산 화장품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늘다보니 소비도 늘었다"고 말했다. 이어 "4차 한류 붐의 경우 젊은 여성층에 국한되던 2차, 3차 때와 달리, 2000년대 초반 1차 붐 때처럼 중년 세대도 유행을 견인한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콘텐츠에 대해 일본 내 전 연령층에 걸쳐 고조된 관심이 자연스레 한국산 화장품 소비 확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한국산, 가성비 제품으로 호평…판매 제품군 확대 추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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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 화장품을 살펴보는 일본 여성들 [사진=주일 한국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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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한국산 화장품의 판매량 증가가 모두 코로나 특수와 드라마 덕분만은 아니다. 제품 자체 경쟁력도 갖추고 있다고 봐야 한다. 업계 관계자와 현지 분위기를 종합해 보면, 일본에서 한국산 화장품은 주로 저렴하면서도 품질이 양호한 가성비 제품으로 인식돼 왔다. 허회영 해브앤비 해외사업본부장은 매일경제에 "일본인 고객들이 병풀, 어성초 같은 성분을 쓴 한국산 기능성 제품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비슷한 가격대의 일본 제품과 비교해 매력적인 제품 디자인도 한국산 화장품의 강점이다. 보노톡스 재팬의 최인희 대표는 다이아몬드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화장품 브랜드들은 성분을 추가하거나 아니면 디자인 개발을 통한 차별화를 위해 치열하게 고민한다" 며 "결과적으로 눈길을 끄는 제품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한국산 제품들은 일본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제품 라이프 사이클이 짧은 만큼 신제품 출시가 많은 편인데, 유행에 민감한 1020 사이에선 "한국 트렌드 아이템"이라는 입소문도 구입을 좌우하는 포인트다. 특히, 과거에는 특정 제품군(틴트, 마스크, 쿠션 등)만 팔리는 경향이 강했지만 최근에는 한국에서 인기있는 제품이면 유형에 상관없이 일본에서도 구매로 이어지는 추세라고 한다.

온라인 판매 및 SNS 등 디지털 마케팅서 강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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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COSME 랭킹에서 상위 3개를 모두 한국 화장품이 차지한 모습 [사진= @COSME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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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화장품 시장은 큰 규모만큼이나 성숙기에 접어든 시장으로서, 여타 다른 분야처럼 보수적이고 오프라인 유통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매, 편집매장 등 여러 종류의 판매채널이 잘 갖춰져 있고 소비자들이 제품을 써보고 고르는 것을 즐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여파로 오프라인 매출이 크게 줄고 온라인 매출이 비약적으로 늘면서 온라인 판매가 점점 대세가 되는 분위기다. 화장품 구매 정보 습득에 있어선 일본도 한국처럼 이미 SNS가 대세다. 2018년 국제보건미용학회가 일본 여대생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10명 중 7명이 SNS를 통해 화장품에 대한 구매 정보를 얻는다고 답한 바 있다.

코트라가 내놓은 '일본 K뷰티 트렌드' 보고에 따르면, 일본에서 한국 화장품은 먼저 SNS를 통해 디지털 마케팅을 하고 아마존과 같은 해외 직구 사이트에서 론칭이 된 이후 오프라인에 출시되는 형태가 늘었다. 그래서인지 일본에서 한국산 화장품 브랜드는 일본 브랜드에 비해 온라인 판매와 SNS를 활용한 디지털 마케팅에 있어 매우 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는 SNS 인플루언서들의 영향력이 크다. 실제로 일본에서 미발매 됐던 한국산 제품들이 유명 일본인 유튜버가 소개하고 호평하자 정식 발매된 데 이어 성황리에 팔리기도 했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역시 유효한 마케팅 수단이 되고 있다. 이들이 화장품을 리뷰할 때 영상에 일본어 자막을 달기 시작하면서 한국 내 화장품 트렌드를 궁금해 하는 일본인들에게 관심을 끌고, 일본 내 미발매 제품임에도 구매로 이어지는 것이다.

고급 이미지 정착과 제품 현지화 부족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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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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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 화장품이 일본에서 1020세대의 전유물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고 있다고는 하나, 여전히 고급 브랜드로서 인식되고 있진 못하다. 기시 전무는 "일본 중년층 이상을 타게팅한 고급 라인이 소개된 적이 몇 번 있었지만 정착하진 못했다"며 그 이유로 한국산 화장품은 젊은 층을 위한 가성비 제품 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와 함께 일본에서 판매되는 한국산 제품들은 현지화가 돼 있지 않다는 점도 언급했다. 그는 "한국산 화장품은 역시 한국의 습도나 수질 등의 환경에 적합하고, 발림성이나 색조 같은 것도 한국인 취향에 맞춰져 있다"며 "아무래도 일본인과 궁합이 그리 잘 맞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시 전무는 한국산 화장품이 일본의 중년층 이상에 더욱 어필하기 위해서는 품질에서 확실한 차별점을 둘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구매력이 크고 유행보다 품질에 민감한 중년층 이상의 소비자에게 있어선 품질의 차이를 실감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본 중년 여성들은 품질에 민감한 만큼 그들이 느끼기에 정말 좋은 제품이라면 한류나 유행을 타지 않고도 브랜드 자체의 가치만으로 구매로 연결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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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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