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이 5·18 헬기 사격을 목격한 고(故)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 재판을 받은 뒤 부인 이순자씨의 손을 꼭잡고 광주지방법원을 빠져나가고 있다. /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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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90) 전 대통령이 오는 10일 예정된 사자 명예훼손 재판 항소심 첫 재판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전 전 대통령의 법률대리인 정주교 변호사는 당초 항소심에서도 1심과 같은 절차가 적용되는 것으로 보고 인정신문이 열리는 첫 공판기일에 당연히 출석하겠다는 입장을 보였으나, 항소심에서는 법리상 불출석이 가능하다는 해석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정 변호사는 6일 “형사소송법 규정과 참고자료, 판례 등을 분석한 결과 항소심에서는 피고인이 불출석한 상태로 재판을 진행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며 10일에는 자신만 법정에 출석해 재판부에 이러한 의견을 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 전 대통령이 고령에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을 뿐 아니라 경호 등 문제로 서울과 광주에서 다수의 경호·경비 인력이 동원돼야 하는 점 등을 고려해 가능하면 불출석 상태로 재판을 진행해달라고 요청하겠다는 것이다.
형소법 제365조는 피고인이 공판기일에 출정하지 않으면 다시 기일을 정해야 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다시 정한 기일에 출정하지 않으면 피고인의 진술 없이 판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 변호사는 “앞서 재판 출석을 위해 서울에서 광주까지 이동 시간을 고려해 재판 시간을 오전에서 오후로 변경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고 부인 이순자(82) 여사를 신뢰관계인 자격으로 법정에 동석하게 해달라고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항소심에서 피고인이 출석하지 않은 상태로 재판을 진행·판결한 판례를 분석하며 보통은 피고인에게 불이익을 주는 규정이지만,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면제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또 “만일 10일 공판기일에서 재판부가 이 같은 해석을 받아들이지 않고 인정신문에 반드시 출석해야 한다고 해석할 경우, 다음 기일에는 출석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형사재판에서는 원칙적으로 피고인은 성명, 연령, 주거, 직업을 확인하는 인정신문이 열리는 첫 공판기일과 선고기일에는 출석해야 한다.
전 전 대통령의 항소심 첫 재판은 오는 10일 오후 2시 광주지법 법정동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형사1부(재판장 김재근) 심리로 열린다.
전 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4월 펴낸 회고록에서 5·18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해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기술, 고인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사자 명예훼손)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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