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시집 '공항철도'에서 패러디·영시 등 다양한 시도
직접 설립해 운영 중인 이미출판사에서 펴내는 시집 '공항철도'이다. 시사적이고 정치적인 메시지부터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까지, 인생에서 환갑을, 시인으로서는 한 세대를 풍미한 최영미의 여러 색깔이 노래로 울려 퍼진다.
몇 가지 문학적 실험과 시도도 가미했다. 예컨대 부동산 문제를 다룬 'Truth'라는 제목의 영시를 쓴다거나 예이츠의 시 '정치'(Politics)를 패러디한 동명의 시를 선보였다.
'어떻게 내가, 저 눈부시게 아름다운 도토리묵/ 달콤쌉싸름한 당근케이크를 입에 넣고서/ 내 관심을/ 검찰개혁, 공수처 설치/ 혹은 검경수사권 조정에 집중할 수 있을까'(시 '정치' 일부)
최영미는 4일 온라인 기자 간담회에서 "이번 시집은 자유롭게 나온 것이다. 내가 의식적으로 뭘 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며 "의식적으로 쓴 것은 예이츠의 정치를 패러디해 쓴 시를 포함해 서너 편 정도이다. 나머지는 내 속에서 나오는 언어를 받아쓰는 식으로 썼다"고 말했다.
그는 'Truth'를 쓰게 된 계기에 대해서는 "아파트값이 오를 때인데, 이게 좀 심하다 싶어서 써봤다"면서 "갖지 못했다고 위축되지 말라는 (메시지)"라고 했다. 아울러 "영어로 쓴 첫 번째 시는 아니다. 예전에도 'Korean Air'(대한항공)이라는 영시를 쓴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표제작 '공항철도'는 조선의 학자이자 문인이었던 김시습의 어록을 인용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최선의 정치란 훌륭한 정치를 하고자 하는 바람을 가지고 의도적으로 일을 벌이는 것이 아니다. 최선의 정치는 순리를 따르는 데서 이루어진다." _김시습(金時習).
눈을 감았다/ 떠 보니/ 한강이/ 거꾸로 흐른다// 뒤로 가는 열차에/ 내가 탔구나'(시 '공항철도' 전문)
이 시를 쓰게 된 배경은 이렇다. "열차에 타서 눈을 감고 좋아하는 시나 마음에 드는 구절을 외우는 게 제 취미 중 하나인데, 김시습의 이 문구를 외우다가 보니 내가 역방향으로 가는 열차를 탔다는 걸 알았어요. 그래서 이게 시가 되겠다 해서 메모를 했죠. 우연히 얻어진 시에요."
최영미는 이어 "정치적 메시지만 있는 건 아니다"라며 "어떤 일을 이루고자 열심히 애쓴다고 이뤄지지 않는다. 순리를 따르는 게 중요하다는 걸 체감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그는 지난 2월 임명된 황희 문화체육부 장관을 공개 비판했던 이유에 대해 "문체부 장관 후보자가 통장이 여러 개 있다고 나오고 지출액 얼마라고 나오는데 말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체부 장관이라면 문화에 대한 전문성이 있어야 하는데, 그 사람 이력을 보니 홍보 전문가더라. 그래서 이 정권에 실망했다. 그리고 회기 중에 해외여행을 가면 안 된다. 그래서 페이스북에 분노를 표출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영미 시인 |
lesl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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