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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미 시인 "다시 서른으로 돌아가 쓴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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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력30주년 시집 ‘공항철도’출간 기자간담회

헤럴드경제

최영미 시인



“다시 서른으로 돌아가 젊은 시인의 생각과 세상을 바라보는 느낌으로 쓴 시집입니다”

시력 30년에 환갑을 맞은 최영미 시인이 7번째 시집 ‘공항철도’(이미출판사)를 출간했다. 최 시인은 4일 오후 화상회의 시스템을 활용한 기자간담회에서 “그동안 첫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의 설거지를 오래했다”며, 이번 시집은 사회의 억압적인 시선과 스스로를 옭아맨 데서 벗어나 나를 자유롭게 풀어놓은 시집이라고 소개했다.

코로나 속에서 올 봄 3주간 집중적으로 쓴 30편을 포함, 50여편을 담은 시들은 정치적으로 읽힐 시들이 꽤 있다.

무엇보다 표제시 ‘공항철도’는 우연히 얻은 시로 짧지만 꽤 함의가 넓다.

‘눈을 감았다/떠 보니/한강이/거꾸로 흐른다//뒤로 가는 열차에/내가 탔구나’(‘공항 철도’)

시인은 올초 부산가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철도를 탔는데, 눈을 감고 김시습의 좋은 정치란 산문을 되뇌며 외우다 눈을 떠보니 거꾸로 가는 열차를 탄 걸 알게 됐다며, 정치적 메시지만으로 읽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시에는 그가 외운 김시습의 ‘최선의 정치’란 글이 에피그램으로 들어있다.‘최선의 정치란 훌륭한 정치를 하고자 하는 바람을 가지고 의도적으로 일을 벌이는 것이 아니다. 최선의 정치는 순리를 따르는데서 이루어진다.’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자 쓴 시가 아니에요. 쓰고 나서 보니까 뼈가 있더라고요. 순리가 자연스럽게 흐르는 이미지가 있잖아요. 어떤 일을 이루고자 애쓴다고 이뤄지진 않아요, 사회가 받아들여질 준비가 돼있어야 해요.”

부동산에 관한 시, ‘Truth’도 있다. 거기에는 개인적 경험이 담겨있다. 마포 원룸에서 살다 고양시 투룸으로 1년6개월 전에 이사한 시인은 투 베드룸이 생기면서 이 방 저 방 왔다갔다하며 잠들지 못하고 불면증에 시달렸다. 엄마가 요양병원으로 들어가시면서 베드룸이 하나 더 생겼지만 어차피 잠은 한 방, 한 침대에서 잘 수 밖에 없으니 부자라고 땅이 많다고 자랑할 것도, 없다고 주눅들 것도 없다는 것이다.

최 시인은 “다시 원룸을 꿈꾸고 있다.올해 말에 원룸으로 이사할 생각”이라고 했다.

이번 시집에는 그동안 쓰지 않았던 섹스라는 단어가 30년 만에 등장했다.

시인은 “‘서른 잔치는 끝났다’에 쓴 ‘마지막 섹스의 추억’때문에, 문단 안팎으로 셀 수 없이 많은 성희롱과 성추행을 당했다”며, 그동안 하도 데어서 쓰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괴물사건’ 관련, 재판을 준비하며 쓴 시 ‘최후 진술’도 공개했다.

최 시인은 “늘 그렇듯이 마지막 시집이라 생각하고 다 쏟아부었다. 최후진술과도 같은 시집이라”고 말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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