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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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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터졌던 정봉주, 어떻게 무죄 받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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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theL] 29일 무고, 명예훼손 혐의 재판서 무죄 확정 판결

머니투데이

정봉주 전 의원./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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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로 성추행 의혹에 휩싸였던 정봉주 전 의원이 3년 만에 혐의를 벗었다. 법원은 성추행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29일 무고, 명예훼손 등 혐의로 기소된 정 전 의원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인터넷 매체 프레시안은 정 전 의원이 2011년 12월 호텔에서 기자 지망생 A씨를 성추행했다는 기사를 2018년 보도했다. A씨는 정 전 의원이 강제로 포옹하고 입술을 접촉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정 전 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의혹을 부인하면서 "프레시안 기사는 가짜뉴스, 새빨간 거짓말,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비판했다. 정 전 의원은 프레시안 기자들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고소했다. 프레시안 측에서도 정 전 의원을 명예훼손 등 혐의로 맞고소했다.

의혹 해명 과정에서 정 전 의원은 A씨와 호텔에 간 사실 자체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다 호텔에서 카드결제 내역이 발견됐다고 밝히면서 고소를 취하하고 서울시장 출마 포기를 선언했다. 이에 따라 정 전 의원의 무고 혐의에 대해서만 재판이 진행됐다.

재판에서 쟁점은 정 전 의원이 성추행을 했다는 A씨 주장이 사실이냐는 것이었다. 재판부는 성추행 행위를 강제 포옹과 입출 접촉 두 가지로 나눠 진위를 따졌고,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먼저 포옹 행위는 강제가 아니었던 것으로 결론이 났다. 이에 대한 A씨의 진술이 앞뒤가 맞지 않았던 탓이다. 프레시안 기사에 인용된 이메일에서 A씨는 "마지막 포옹을 하고 악수를 나누는데 정 전 의원이 입을 맞췄다"고 적었다. 2011년 12월 사건 발생 직후 작성된 이메일이다.

보도 이후 A씨는 경찰에서 "마지막으로 포옹을 하자며 포옹을 하는데 너무 세게 안았다"면서 강제성에 대해서는 특별히 진술하지 않았다. 검찰에서도 "당시에는 강제로 포옹을 당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강제 포옹으로 느껴진다"며 비슷하게 진술했다.

그러다 1심 법정에서는 "정 전 의원이 빠르게 다가와 강제로 포옹했다"고 했다가 2심 법정에서 "명확하게 기억하지 않았지만 성추행을 고발하기 위해 설명하는 과정에서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1·2심은 강제 포옹에 대한 A씨 진술은 일관성이 부족해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입술 접촉 행위는 사실이 아니었던 것으로 판단됐다. 1심 법원은 A씨가 2011년 12월 이메일에서 "입을 맞췄다"는 표현을 사용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입술이 스쳤다는 것과 완전히 다른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이어 "프레시안의 보도 과정에서 A씨는 1, 3, 4차 기사를 통해 '입술이 스쳤다'는 목소리를 낸 일이 전무했다"며 "4차 기사에서는 정 전 의원이 '급하게 다가와 껴안고 얼굴을 들이밀었다'고 하면서 입술 스침과 같은 일은 전혀 없었다는 취지로 단언한 적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법원은 "정 전 의원이 기자회견을 통해 '얼굴을 들이민 것만으로도 성추행이 될 수 있느냐'고 반박하자 A씨는 그 이후 보도된 기사를 통해 비로소 '입술이 스쳤다'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프레시안 기자와 진술이 어긋난 점도 문제가 됐다. A씨는 경찰에서 첫 보도 전부터 입술 접촉을 알렸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프레시안 기자는 보도 후 접촉 사실을 들었고 A씨에게 자세히 묻자 '스친 것 같다'는 대답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정 전 의원이 얼굴을 들이밀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진술의 일관성이 인정됐지만, 이 행위가 사실이라 하더라도 성추행으로 단정짓기는 힘들다는 판단이 나왔다. A씨가 지인에게 사건 이야기를 하면서 "사실 별일 아니다"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던 점, 2011년 12월 이후 보도 전까지 A씨가 정 전 의원에게 특별히 항의하거나 사과를 요구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등이 근거가 됐다.

이에 더해 2심은 "성폭행이나 성희롱 사건을 심리할 때 그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감수성을 잃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면서도 "피해자가 불쾌한 감정을 느꼈다고 하는 모든 행위가 성폭행, 성희롱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무죄 확정 판결 후 정 전 의원은 대법원 앞에서 취재진과 만나 "거짓말 미투 누명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았다"며 "무죄를 받긴 했으나 삶은 만신창이가 됐다"고 밝혔다. 민사소송을 진행할 계획이 있느냐는 머니투데이의 물음에 정 전 의원은 "아직 확정된 바 없다"고 대답했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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