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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이슈 양승태와 '사법농단'

본인 "단죄" 발언 사실 조회 요청 기각한 윤종섭…임종헌, 법정서 작심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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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헌, 재판부에 윤종섭 공정성 관련 사실 조회 요청

요청 기각에 "법관 양심보다 개인 양심 우선하나" 비판

사법 농단 판사 단죄 발언부터 6년 유임까지 공정성 논란 끊이지 않아

윤종섭 "양측 의견 살핀 뒤 이의 수용 여부 결정할 것"

[이데일리 이성웅 기자]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사법 행정권 남용 사건을 심리 중인 윤종섭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가 최근 임 전 차장 측의 사실 조회 신청을 기각한 것을 두고 임 전 차장이 26일 공판에 출석해 “직업적 양심보다 개인적 양심을 우선하고 있다”며 윤 부장판사를 직접 겨냥했다. 윤 부장판사는 올해 초 법관 인사 이후 줄곧 공정성 논란의 중심에 서 왔던 만큼 이번 임 전 차장의 사실 조회 요청마저 기각으로 최종 마무리할 경우 비난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이데일리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사진=연합뉴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윤종섭 부장판사)는 26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임 전 차장의 90차 공판을 진행했다.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는 직전 공판준비기일과 달리 이날 정식 공판엔 임 전 차장이 출석해 재판부에 발언 기회를 요청했다.

임 전 차장은 지난 2019년 7월 처음 재판부 기피 신청을 했을 당시 기각 결정문의 내용을 언급했다. 사실 조회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임 전 차장은 “재판부는 외부 모임 발언 관련, ‘피고인은 이 사건 법관(윤 부장판사)이 외부 모임에서 사법 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자들을 엄히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기자의 제보가 있었으므로 유죄 예단을 갖고 있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이에 대한 아무론 소명이 없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각 이유는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아니라 소명이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가 사실 조회 신청을 받아들여야만 이를 소명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임 전 차장은 이어 “지난 기일에 재판장께서 헌법 103조를 근거로 양심에 따라 재판한다고 언급한 것으로 보도됐다”며 “헌법 103조가 말하는 법관의 양심은 헌법 19조가 말하는 개인적 양심과 확연히 구별되며 개인적 양심과 법관으로서 직업적 양심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 개인적 양심을 도태시키고 직업적 양심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끝으로 “재판장께서 보도된 것과 같은 발언을 했고, 그런 마음가짐으로 재판에 임했다면 직업적 양심보다 개인적 양심을 우선시한 것이 아닌지 깊이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임 전 차장의 발언을 들은 윤 부장판사는 별다른 반응 없이 “양측의 의견을 살펴본 뒤 이의 신청 허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지난 12일 임 전 차장 측은 재판부를 통해 대법원과 법원행정처에 사실 조회를 신청했다. 지난 2월 윤 부장판사에 대한 언론 보도 내용의 진위 여부와 구체적인 사실을 알려 달라는 취지다.

당시 한 매체는 윤 부장판사가 지난 2017년 10월 김 대법원장의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대표 10명 면담 자리에서 “반드시 진상 규명을 해서 연루자들을 단죄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보도했다.

재판부는 양측의 의견서를 받고 향후 사실 조회 신청 인용 여부를 결정한다는 입장이었으나 지난 20일 신청을 기각했다. 윤 부장판사가 자신에 대한 사실 조회 요청을 기각한 셈이다. 이에 임 전 차장 측은 재판부에 이의신청서를 제출했다.

재판부 공정성을 둘러싼 임 전 차장과 윤 부장판사 간의 대립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임 전 차장은 이미 지난 2019년 9월 한차례 윤 부장판사에 대한 기피를 신청했으나 가각됐다. 임 전 차장이 지난 2018년 11월 기소된 뒤 재판이 2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윤 부장판사는 현재까지 6년 연속 서울중앙지법에 유임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특히 윤 부장판사는 지난달 사법 행정권 남용에 연루된 판사들 중 처음으로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다. 특히 판결문에 임 전 차장을 공모자로 명시하면서 사실상 임 전 차장에 대한 중간 판결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윤 부장판사 역시 법원 안팎의 목소리를 의식한 듯 검찰과 변호인 측에 발송한 공판 준비 명령에서, 앞선 유죄 판결이 재판부 기피 사유에 해당하는지와 해당 유죄 판결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등을 물었다. 그러나 임 전 차장 측은 “의견을 내는 것이 부적절하다”며 응하지 않았다.

임 전 차장 측 이의 신청에 검찰은 “법원의 공판을 준비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이 아니라 재판부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현하고 공정성에 흠집을 내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요건에 맞지 않아 위법하고 부적절해 기각 결정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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