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윤관석 국회 정무위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무위원회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1.4.22/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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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같은 재난적 상황에서 피해를 입은 차주가 대출 원금을 갚지 않아도 된다는 이른바 '은행빚 탕감법'을 두고 곳곳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당국과 금융권 모두 재산권 침해와 취약층의 대출 문턱을 더 높일 뿐이라며 반대 목소리를 강하게 내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논란의 중심에 선 '은행 대출 원금 감면 의무화 법안'은 지난 2월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했다.
해당 법은 '은행법 개정안'과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금소법) 개정안' 등 투트랙으로 추진된다. 법안을 보면 코로나19나 태풍, 홍수 같은 자연재해나 화재, 폭발 같은 사회재난 등 상황에서 영업제한 등으로 소득이 감소한 사업자가 은행에 대출 원금 감면이나 이자상환 유예를 신청할 수 있고(은행법), 금융위원회는 은행에 원금 감면을 명령할 수 있다(금소법). 쉽게 말해 차주가 원금을 깎아달라고 요구하고 정부는 은행에 이 요구를 수용하라고 강제할 수 있다. 정부 명령 대상은 은행뿐 아니라 금융권 전체다. 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20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맞는다.
원금 감면 폭은 따로 제한을 두지 않았다. 차주 특성상 담보가 제공되지 않는 신용대출이 대부분이어서 최악의 경우 은행은 원금 전액을 손실 처리해야 할 수도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자 상환 유예나 이익공유제 등 코로나19 피해 자영업자들에 대한 은행들의 희생, 양보를 요구하는 여권 요구가 종종 있었다. 그러나 원금을 탕감하라는 급진적인 주장이 법으로 제출되자 정부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금융위는 법안 검토보고서를 통해 여당과 선을 그은 상태다. 금융위는 이때 "은행에 대출원금 감면 등을 의무화하는 것은 재산권 침해, 은행의 건전성 저해, 다른 금융소비자로의 비용 전가 등 비판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금소법을 왜곡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금융위는 "금소법은 금융상품 판매·자문에 있어 금융회사에 비해 정보나 협상력이 불리한 소비자를 보호하는 취지로 제정된 것"이라며 "재난 등 외적 환경변화에 따른 지원조치를 규정하는 것은 법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은행권에서는 이 법이 시행되면 서민에 피해가 전가될 소지가 농후하다며 자제를 촉구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은 손실에 대비해 전반적인 대출 금리를 높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무엇보다 저신용자들에 대한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2금융권으로 밀리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이들에 대한 금리는 지금보다 훨씬 높아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1금융권의 고신용자 위주 대출은 해를 거듭할수록 심화되고 있다.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나이스신용평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9월 현재 시중은행들의 고신용(1~4등급) 대출자의 신용대출 비중은 84%, 6등급 이하 저신용자 비중은 11%였다. 2016년 9월까지만 해도 고신용자 대출비중은 79%, 저신용자는 15%였다.
또 다른 은행 여신담당 임원은 "최근 몇 년 사이 건전성 규제가 강화되고 은행 스스로 위기 대응력을 높이면서 중신용자 이하 계층에 대한 대출에 깐깐했던 게 사실"이라며 "대출원금 감면을 법제화하면 은행들은 저신용자 대출을 기피할 수밖에 없고 기존 저신용 차주들에 대한 대출 연장도 신중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정안은 지난 2월 민형배 의원이 대표발의하고 이달 22일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됐다. 그러나 여야간 입장차가 심한 데다 정부마저 반대하고 나서면서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오르지 못한 상태다.
김지산 기자 san@mt.co.kr, 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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