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 "민주당 불공정해 국민의힘 찍어"
"이명박 박근혜 사면 운운 너무 불공정해"
국민의힘 지도부, 공식 사면 촉구 부정했지만 탄핵 부정까지
이명박(좌) 박근혜(우) 전 대통령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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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청년들이 왜 민주당을 찍지 않았는지, 완전히 잊은 것 같아요."
국민의힘에서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이 나오면서 청년층에서는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불공정에 민감한 2030 세대에서는 "죄를 지었으면 처벌을 받아야지"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청년층이 이번 4·7 재보선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인 불공정과 반성하지 않는 모습을 지금 국민의힘에서 보여주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최근 탄핵을 아예 부정하거나 사면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당내 최다선인 5선 서병수 의원은 20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저를 포함해 많은 국민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잘못됐다고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보수정당이라고 했을 때 제일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가치가 '법치주의'이고, 4년 전에 우리가 직접 탄핵에 참여했던 정당"이라며 "우리가 존중해야 하는 법치주의를 정면으로 무시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다만 국민의힘 지도부도 이날 서 의원의 발언에 대해 당론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두 대통령 탄핵 평가에 대한 온도차이만 있을 뿐 결과적으로 사면을 해야 한다는 견해는 지속해서 나오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가운데), 이종배 정책위의장(왼쪽) 등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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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권 도전에 나선 홍문표 의원은 23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 "탄핵 문제는 역사에 맡기고, 또 역사적인 차원에서 판단해야지, 지금 와서 이 문제를 개인적인 의견이라는 전제를 붙여서 왈가왈부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본다"면서도 "국민 화합 차원에서 결단을 내려서 사면하는 것이 좋겠는데, (여론조사) 소수점 몇 개를 명분으로 삼아서 대통령이 결단하지 않는 것은 어떻게 보면 참 속 좁은 생각이다. 통 크게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원내대표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김태흠 의원도 CBS라디오와 인터뷰에서 탄핵과 관련해 "절차나 과정을 뒤돌아보면 문제가 조금 있는 부분도 있다"고 지적했다. 사면 필요성에 대해서는 "죄의 유무를 떠나 과거에 군사 쿠데타를 일으킨 전직 대통령들도 이렇게 감옥에 오래 있지 않았다"며 "또 전직 대통령 두 분이 지금 감옥에 있으니까 국격에도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이 불거지면서 청년들 사이에서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김재섭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론'에 대해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사과 이후 불과 4개월 만"이라며 "당이 과거로 회귀하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20대·30대 지지자분들도 저에게 굉장히 많이 연락을 해주셨다"며 "다시 옛날 당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냐, 이번에 한번 믿고 투표를 해봤는데 역시나 당신들은 또 과거로 돌아가려고 한다는 쓴소리를 굉장히 많이 해주셨다"고 전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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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다. 20대 대학생 김 모씨는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은 이유가 공정하지 않은 사회를 만들고 반성이나 사과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두 대통령 사면을 운운하는 것은 국민의힘 역시 공정하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 입장에서는 20대들의 비판을 잘 들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20대 후반 직장인 최 모씨는 "청년들의 목소리를 외면하면 어떻게 되는지 이번 재보선에서 확인하지 않았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학습능력이 없는 건지, 국민의힘 정말 답답하다"고 비난했다.
한편 사면론에 대한 여러 의견과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당 지도부는 공식적인 사면 촉구는 없다고 강조했다. 주호영 당 대표 권한대행은 23일 국회 비상대책위원회의 후 브리핑에서 "사면은 대통령 권한이고 우리 당이 공식적으로 사면을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당내에서 사면론이 불거지며 이른바 '도로 한국당'이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그것(사면)과 우리 당이 (과거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얘기는 결코 연결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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